"인간 님과 유사한 뇌파의 적을 상대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낍니다."

 

 모든 것의 발단은 엄청나게 유별난 것이 아니었다.

 사실상 핑계에 가까웠던 2056번 브라우니의 마음의 편지. 눌러 쓴 글씨체에서 작전에 나가기 싫습니다 하는 비명이 들리는 수준의 사심 가득한 내용이었다. 아마 2056번 브라우니 본인도 무언가가 받아들여지겠거니 하는 큰 기대 없이 그냥 빈정 상한 마음을 애둘러 토해낸 것에 불과했겠지. 하지만 해당 편지는 의외로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닥터의 의견에 따라 중요한 안건으로 분류되어 사령관에게 전달되었다. 인간의 뇌파를 모방하는 철충들의 행태 때문에, 인간을 적대할 수 없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할 때 차질이 생긴다는 지적은 왕왕 올라오곤 했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해결 방안을 찾던 닥터와 사령관은 바이오로이드들의 사고 회로에 새겨진 ‘인간을 적대할 수 없다, 인간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에머슨 코드를 삭제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발상에 이르렀다. ‘지가 하고 싶은 대로 못 하니까 그러는 겁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사령관님’이라는 레프리콘의 한 마디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복종이 없어지면 자유가 오지 않겠어? 도의적으로도 그게 옳은 거잖아?

 

 이는 따지고 보면 보다 신속한 사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류탄의 안전핀을 모조리 제거해두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조치였다. 당연히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에, 우선 소수의 인원들에게 시험해보는 것으로 기본적인 계획이 세워졌다.

 사령관은 우선 시험적으로 지휘관급 개체들의 코드를 삭제해보자고 입을 열었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병에게 적용해보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맞는 판단이었을 것이고, 닥터도 그리 이야기하며 만류했지만 사령관은 ‘가까운 이일수록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으니까’라며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감히 인간의 뜻을 꺾을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가 있었을까? 제대로 된 반론 없이,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지휘관급 개체들의 에머슨 코드가 우선적으로 삭제되었다. 전면적인 도입은 설사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유의미한 결과가 관측된 후에 시행하는 것으로 정해놓고서.

 

 

 

 인간을 향한 무조건적인 호감과 절대적인 상하관계에서 벗어난 지휘관급 개체들은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의 욕구에 고삐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오르카 호 곳곳에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지휘관들로 인한 돌발적인 사건들이 소소하게 발생했다. 주된 피해자는 당연하게도 사령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위치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감정의 브레이크가 하나 해소되었다 한들, 그들의 지성 자체가 깎여나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휘관들은 어설프지만 적극적으로 자유로운 감정과 선택권을 자신들의 업무 영역에 녹여내었다. 능동적이고 현장 지향적인 작전 계획들이 다뤄지면서 오르카 호의 작전은 사령관 개인의 판단에 기댈 때에 비해 보다 체계적으로 전개되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에 지휘관들 스스로가 감탄을 토하는 지경이었다. 작게나마 착실하게 쌓여가는 긍정적인 결과들은 에머슨 코드의 삭제가 상상하던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쪽에 무게를 싣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절대적인 대원칙, '인간의 명령'에서 자유로워진 사령관들은 그동안 눈 돌리고 있었던 아주 당연한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유일한 인간 개체인 사령관을 최전선에서 활동하게 하는가?'

 생각의 끝에 지휘관급 개체들이 제시한 것은 사령관의 지휘권 축소. 평소 일선에서 작전 지휘를 하는 모습이 다분히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지휘관급 개체들은 인간이라는 종의 귀중함을 설파하며 사령관에게 보다 후방에서 지휘할 것을 건의하기로 작정했다.

 

 "인간의 명령이 있어야만 싸울 수 있었던 얼마 전까지와는 달라. 우리는 우리의 전문 영역에서, 누구보다도 더 뛰어나게 싸울 수 있다고."

 

 특히나 누구보다도 사령관이 안전하기를 원했던 멸망의 메이가 몸소 나서 해당 안건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쿠데타나 마찬가지인 제안일 수도 있었지만, 머리카락과 얼굴 빛이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발갛게 달아오른 메이의 진언에 사령관은 머쓱한 기색으로 지휘관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전선의 지휘는 지휘관급 개체들이 전투작전 위원회를 결성하여 분할된 통솔권을 기반으로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사령관은 대대적으로 에머슨 코드의 삭제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최종적인 작전 허가를 담당하며, 비교적 안전한 함내에서 '종의 보존'을 위해 힘쓰는 것으로 향후 방침을 정하게 되었다.

 

 종의 보존을 위해서는 체력의 온존이 중요한 법. 시간이 지나며 사령관의 업무 영역은 차츰 줄어들게 되었고, 내심 전략 업무에 무의식적인 부담을 안고 있던 사령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의하였다. 어쩌면 전쟁과 전투에 특화된 지휘관들 사이에서 사령관은 자신의 자리를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닥터는 확신범이라며 눈을 흘겼다. 팔자에도 없는 종마 역할의 고됨을 이해해달라며 사령관은 죽을상을 지었지만, 밤마다 함 여기저기를 가리지 않고 들리는 신음 소리는 그 말의 신빙성을 깎아 내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도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해방전쟁의 지휘 체계가 일신되면서 결국 사령관은 오르카에서 자리를 비우기로 결정했다. 단 한 명의 잉여 인력도 남겨두기에는, 오르카 호가 수행하는 작전 영역과 비중이 상당해졌던 탓이었다. 지휘 경력을 아주 없던 것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사령관은 2군에 속하는 함선의 함장을 맡아 후방 지원을 담당하게 되었다.

 아쉽긴 하지만 전문 영역이 다른 탓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후련한 듯, 얄미운 표정으로 그는 웃었다.

 

 그렇게 함을 떠나는 날. 언제든지 찾아오고 싶으면 찾아오라며 손을 흔드는 사령관을, 지휘관급 개체들은 내심 아까운 표정으로 떠나 보내야만 했다. ‘에이 젠장, 이게 아니었는데!’하며 한 구석에서 이를 갈고 있던 메이의 귀여운 사진을 게시판에 공개해버린 탈론은 몇 주간 폭격의 공포에 시달려야만 했다나 뭐라나.

 

 

 

 그리고 시간은 흐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이 흘러 전선에 배치된 바이오로이드들의 에머슨 코드 삭제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때를 같이 하여, 전선에는 '철충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라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다.

 철충들이 별의 아이라는 존재의 위험을 경고하며, 무의미한 전투를 멈추고 힘을 합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던져온다는 괴담.

 에머슨 코드가 사라진, 소위 '자유를 얻게 된 개체'들이 경험한다며 슬금슬금 퍼지기 시작한 소문이었다.

 

 작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레오나는 해당 루머를 일축하면서도, 복잡한 속내를 굴려야만 했다. 저 소문은 헛소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며칠 전 전방 정찰 임무에 동행했을 때에도 놈들의 스피커를 통해 자신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같은 원인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당면한 상황 그 자체. 여태껏 말이 안 통하는 괴물에 불과했던 적이 사실은 말이 통하는 존재들이라면? 과연 내통하는 이들이 없을까? 회의주의자들이 생겨나지 않을 것일까? “저들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이 과연 안 나올까? 하물며 자유라는 낯선 체험을 시작한 우리들, 바이오로이드가?

 상상은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레오나의 뇌리를 스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논리적인 비약일 뿐이었다. 하지만 자유를 손에 넣어, 인간의 명령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던 예속성을 벗어던진 레오나를 짓누르는 것은 지긋지긋할 정도의 무게, 책임감이었다. 어디 그뿐일까. 책임감은 홀로 내려오지 않았고, 레오나의 어깨를 뒤이어 짓누른 것은 부담감이었다.


 불안과 초조함이 레오나를 지배한다.


 이미 자의식을 깨우치게 된 전투원들을 단순히 명령으로 속박하는 것은,

 과거 인간들의 사례를 짚어보았을 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

 또한 ‘적과의 대화’라는 어설프나마 명확한 우회 수단이 생겨날 경우,

 모든 이들의 전투에는 확고한 명분이 사라지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로 인해 이 해방전쟁 자체가 뿌리부터 엎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

 고로, 바이오로이드들의 전투 행위에 거대한 명분이 필요하며,

 그를 통해 이 전투에 흔들림 없는 승리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최후의 진정한 충성이 될 수 있다는 결론.

 

 또한 그렇기에, 그 승리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레오나는 깊은 고뇌 끝에 한 가지 작전을 입안했다. 따지고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작전이었다. 실로 엉망진창이라고 할 수 있을 주장이었다. 작전 개요를 접한 다른 지휘관들은 당연히 거센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다. 메이는 드디어 미쳐버린 것이냐며 숫제 작전 계획서를 레오나의 얼굴에 집어 던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전선의 여론에 주목하고 있던 몇몇은 은연 중에 동의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레오나가 내심 우려하고 있던 의견 역시 테이블에 올랐다. 전투 행위에 지쳐가고 있었던 극소수의 인원은 ‘지금 철충과의 대화라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은 고무적인 이야기’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던 것이다. 과열되는 의견의 경합 사이에서 당연하게도 '좀 더 상황을 두고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신중론이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삽시간에 지휘부는 하나의 안건을 사이에 두고 조각조각으로 갈라서서 대립하게 되었다. 이제까지의 가벼운 마찰과는 다른 명백한 불화였다.

 그래. 자유롭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너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올리는 수라장 한복판에서 레오나는 뇌까렸다. 저마다의 의견이 충돌하면 선택이 느려지는 것은 당연한 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선택이 느려질수록 전선의 사기는 더욱 바닥을 칠 것이 명백했다.

 

 누군가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지휘부를 사로잡은 불화를 뒤로 하고, 레오나는 홀로 닥터를 찾아갔다. 어찌어찌 회의의 안건을 알고 있었던 닥터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레오나를 맞이했다. 한껏 딱딱하게 그녀를 맞이하는 닥터를 설득한다는 것은 어려웠고, 결국 레오나는 그것을 포기했다.

 기나긴 이야기 끝에 레오나는 닥터에게서 인간이라는 종의 유전 데이터는 충분히 보존되었다는 정보만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선결과제는 해결되었다. 레오나는 결국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기로 결심하고 독단으로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당신은 기계잖아? 기계면 기계답게 명령에 따르세요."

 

 계획의 마지막 트리거가 되는 것은 AGS 에이다였다. 에이다의 당연한 반대의 목소리도 레오나의 차가운 한 마디에 거품처럼 덧없이 흩어졌다. 사령관의 명령권을 위임 받은 위원회. 그리고 그 장을 맡고 있는 레오나의 명령은 거부할 수단이 없었다. 개체명 에이다는 바이오로이드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하고 그녀는 작게 씹어뱉었다.

 당신도 결국은.

 닿지 않는 한탄. 레오나는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고갯짓을 할 뿐이었다.

 결국, 명령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등이 떠밀린 에이다는, 요안나 아일랜드 근처의 해상으로 위성포를 발사하였다.

 

 그곳에는 작은 함선이 하나.

 비교적 적은 전투 인력과, 그에 걸맞지 않는 다수의 경호 인력이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 해당 함선은.

 위성포격을 막아낼 수단이 전무했다.

 

 …포격은 성공적이었다.

 

 

 

 철충들의 요인 암살 계획으로 위장된 이 포격은 전선의 바이오로이드들의 격분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철충과의 대화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신중론자들의 이야기는 '자유를 선물해준 은인을 위한 복수'앞에서 빛이 바랬다. 하물며 그 은인이 뼈도 추리지 못하게 가루가 되어버렸다는 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는 모든 병사들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상종 못할 쓰레기 새끼들!"

 "비겁한 외계 해충들!"

 

 에머슨 코드라는 고삐에서 벗어난 바이오로이드들의, 자유라는 토대 위에서 막 영글어 가던 풋풋한 자의식을, 분노와-증오와-폭력이-지배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바이오로이드들은 이를 갈았다. 복수라는 단순하면서도 허울 좋은 행위 앞에서, 모든 이의 감정은 악의라는 생소한 것 아래 하나로 뭉쳤다. 그녀들은 주저하는 것을 거부했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망설이는 자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린치당했다. 마치 들불이 번지는 것처럼, 바이오로이드들의 분노는 전선에서 전선으로 옮겨붙으며 식을 줄을 몰랐다.

 격화되는 전선. 고조되는 감정들. 진득하게 개울이 되어 흐르는 피와 기름. 눈물.

 온 땅을 뒤덮는 폭음, 진동, 포화.

 꺼지지 않는 불, 불, 불,

 

 불.

 



 붉게 명멸하는 작전 모니터를 시야의 한 켠으로 치우며 레오나는 쓰게 웃었다.

 

 "하고 싶었던, 해야만 했던 일이었어."

 

 대체 무엇을 위한 전투냐는 메이의 원통한 외침에 레오나는 담담하게 말을 토했다. “더는…더는 사령관을 만날 수가 없잖아!” 붉게 터지는 분통 어린 눈물 앞에서, 이제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레오나는 담담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난 하고 싶었던 것을 했으니까. 받아들일 각오라면 되어 있으니까, 라며.

 메이는 이를 갈았다. 스위치. 스위치를 눌러야 해! 그 자리에서 함교 채로 저 밉살스러운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메이의 머리를 지배했다. 미사일 한 방으로 터져나갈 그녀의 분노. 원한! 그것이야말로 가장 합당하고 합리적인 복수일 것이며, 가장 달콤한 선택일 것이었다. 저 머리통이, 가증스러운 저 얼굴이 눈 앞에서 터져나간다면 얼마나 황홀할 것인가!

 그랬다. 그럴 게 분명하다.

 그랬지만, 결국 울먹거리던 그녀는 스위치를 누르지 못했다.

 그렇게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비겁한 년이라고,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는 넋두리를 흘리며 메이는 마냥 울었다.

 

 레오나도.

 무언가에 어깨를 짓눌린 양.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자유 앞에, 한 명의 선택 앞에.

 그렇게 모든 이들의 선택은 기회를 잃었고, 자유는 결국 수단이 되어 남겨진 이들의 멍에가 되었다.

 고삐가 풀린 전쟁은 그렇게, 하염없이 굴러만 간다.

 

 

 

 

 

 

 

 

 "하하, 개판이네."

 

 미리 사전에 작전 개요를 전해 받고 대피했던 사내도 쓰게 웃었다.

 권력 때문이냐는 질문에도, 승리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럼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레오나는 고개를 내저었었다. 대답은 없었다. 아마 자신도 그 답을 알 수가 없었던 탓이 아닐까. 사령관이 아니게 된 남자는 그 내젓는 고개를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적을 속이려거든 아군부터 속이랬잖아. 몸소 개년이 되겠다며 지어보이는 레오나의 미소를, 착잡한 심정으로 긍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럴 자격이 없었다.

 이미 오래 전. 자유를 선택한 것은 처음부터, 바로 그 자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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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얻는다고는 하지만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소수의 누군가가 휘두르는 자유에 다른 사람의 자유가 휘둘리는 게 일상 아닐까?
하물며 오르카 호는 군대 시스템 아래에서 돌아가는데?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글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개판나는 꼬라지를 보고 싶어서 출발한 글입니다.

위성포격으로 날아가는 철충남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반전 아닌 반전을 위해서 해당 묘사는 삭제가 되었지만여.


원래 마지막 문단은 리리스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서 하는 대사였지만

너무 씨발 쓰레기새끼가 되는 거 같아서 자제했습니다.

애초에 지휘하기 싫은 마음 절반으로 자유를 부여한 새끼니까 뭐 크게 문제는 안 됐을 거 같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이 글에서의 사령관 한정으로)


자세한 대화 묘사나 장면 묘사로 개연성을 살려줘야 마땅합니다만,

부끄럽게도 제가 전문적인 글쟁이도 아닐뿐더러...

이런이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싶어서

부분부분 묘사를 생략하고 건너뛴 탓에 살짝 미완의 냄새가 납니다.

구체적으로는 철충남의 종족보존 과정이라던가 하는? 그런? 씬들이? 쓸 엄두도 안 났지만?


아무튼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 놈도 있구나 하고 새삼스러워 해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전 레오나 안티가 아닙니다.







호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