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 Thnks fr mmrs




이것의 방대한 기록의 일부다. 누구를 위한 기록인가. 그것은 알 수 없다.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그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모두라. 남은 인간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것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인류는 멸망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지금 살아남은 사람은 이 방에서 타자를 치고 있는 나 뿐일지도 모른다. 바깥은 조용했다. 모두가 잠에 들 시간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잠은 깨어날 수 있는 잠일까. 우리는 매일 밤을 공포속에서 보내야 했다. 만일 이 잠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잠들듯이 죽었다는 것을 호상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죽음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없었다. 일상적인 잠은 우리에게 공포의 존재로 다가왔다. 만일 아직 잠들지 않은 나만이 살아있고 다른 모든 사람은 잠에 빠지면서 죽었다면. 그리고 나 역시 이번 잠이 마지막이 된다면.

차라리 철충이 총공격해 이 쉘터째로 폭탄으로 날리는 것이 더 좋은 죽임일 것이었다. 최소한 내 죽음을 내 눈으로 영접할 수 있으니. 이제 모든 인류는 모든 인류의 숙명을 동시에 맞이하게 되었다.

그 공포 앞에서 인류는 저항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저항의 의지뿐만이 아니었다. 의지를 가지지 않을 의지마저 잃어버렸다. 그것을 아는가. 쉘터에서 죽는 사람들중에 휩노스 병에 의해 죽는 사람은 적었다. 우리의 진정한 적은 공포였다. 매일밤 그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수면제를 과다하게 먹고 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이유가 있는가. 그런 의문은 누구나 할 것이었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시기이기 때문에 기록을 남겨야 했다.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멸망앞에서 최후까지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이 쉘터에는 사과나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타자를 쳐나갔다.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이 기록을 볼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 내 마지막 인생을 불태우는 이 글을 아무도 읽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이 글을 쓴다는 것이 가치가 있었다. 이 글을 끝내겠다는 의지는 나를 살아있게 했다.

하지만 만일 인류는 끝내 멸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다시금 부흥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만일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그들에게, 아니, 당신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당신들은 우리와 같은 과오를 절대로 겪지 말라고. 모두 상처뿐인 세상을 남기지 말아달라고.

이 기록은 그 이야기를 남기기 위한 것이다. 뉴올리언스 참사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아니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옳지 않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 글로 뉴올리언스라는 도시를 처음 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미국의 한 도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세상을 바꾼 사건이었다. 2060년 이후로 세상은 바뀌었다. 뉴올리언스 참사와 그에 따라 일어난 수많은 사건은 국가주도의 세계를 기업 주도의 세계로 개편했다. 그리고 기업들의 방종은 우리의 종말을 불러왔다.

만일 당신이 우리의 후손이라면 부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를, 우리의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작성한다.

지금으로부터 50년도 전의 일이었다. 나는 이 일을 조사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정보의 넷에 접속할 권리를 얻었다. 그중에는 기업들이 멸망 직전까지도 숨기고 있던 기밀들도 있었다. 이제와서 그 기밀들은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쩌면 멸망의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져가는 세상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자유로운 것이 최후의 인간으로서의 도리일 것이었다. 더 이상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기업들의 수장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어 죽었다.

만일 케네디 대통령을 누가 암살했는지가 궁금하다면 그에 대한 답은 줄 수있다. 국회도서관을 방문해보도록. 국회도서관이 남아있다면 말이다. 전산화된 정보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답은 그것이 한계다.

2060년대는 정보화시대의 절정이었다. 인터넷에는 모든 것이 저장되었다. 그 사람이 누구고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다. 같은 정보의 수준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어디에 갔고 무엇을 했는지까지,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일 컴퓨터의 성능이 20년만 더 발전했다면 지금 가진 정보로 2060년의 미국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 삶은 한정되어있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읽는 것만 해도 몇만년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부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뉴올리언스 참사는 비단 뉴올리언스의 일만이 아니었다. 전 미국의 사람이, 아니면 전세계의 사람이 모두 연관된 일이었다. 정보화 세계는 그런 법이었다. 지구 한켠에서 누군가가 태어나는 행위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죽는 일의 연과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음같으면 이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중 몇 개의 이야리를 추려야 했다. 당신은 이야기를 읽으며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이 이야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들은 거대한 세상 앞에서는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 일의 주역들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의 이야기는 당신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이야기다.

세상은 권력자들의 것이었지만 그들만으로 세상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는 가진 것이 자신의 몸뿐인 사람들도 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쉘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업인도 있고 군인도 있고 나처럼 아무도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그저 쉘터의 사람이라고만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 세상의 이야기는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잇는 것이 아니었다. 역사책에는 한두줄로 간단히 적혀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읽었던 한 역사책의 문구다.

‘뉴올리언스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바이오로이드 T-1 고블린들이 폭주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그 후폭풍으로 에머슨법이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이 한줄을 미래의 후손들이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 지 모르겠다. 그들이 이 한줄을 읽고 어떤 교훈을 얻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긴 글을 남기기로 했다. 그들에게 그들의 조상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에 가르쳐주기 위해서.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도 미래의 역사서에는 한줄로 남길지도 모른다. ‘철충의 침공으로 인류는 저항했지만 결국 이기지 못하고 멸망하고 말았다.’ 나는 우리의 삶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삶이란 그 한줄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고 아름다웠다.

그것을 나는 남기고 싶다. 긴 글이지만 실제 세상보다 짧은 글이다. 세상은 이 긴 글로 요약하기에는 너무 큰 곳이었다. 부디 부족한 글이지만, 당신이 읽어준다면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었다.

어쩌면 길고 지루하고 어려운 이야기일 것이다. 당신이 알고 싶지 않던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가 당신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이야기이다.

두서없이 장황한 서론의 끝으로는 먼 과거의 한 노래 가사로 마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억들에 감사하며,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준비중인 팬픽 프롤로그만 써서 한번 올려봄.


실제 연재가 언제 될 지는 미지수다.


내용은 언급하듯 뉴올리언스 폭동에 관한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