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펭귄




file1. 세띠의 상담

한여름 어느 날 누군가 사령관을 찾아왔습니다.




???: 주인님, 일어날 시간입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나의 몸이 조심스럽게 흔들렸다. 나의 의식은 흔들림 속에서 부상했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허리를

숙여 나를 조심히 깨우는 바닐라가 시야에 들어왔다.


선택지: [바닐라?]


바닐라: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주인님? 이미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만 일단 좋은 아침이라고 해야 할까요?


신랄한 아침인사를 들으며 상체를 일으키자 바닐라가 시원한 물컵을 건네줬다. 멍한 머리를 깨우려 냉수를 들이켜고 있자 옆에서 서있던 

바닐라가 말을 건넸다.


바닐라: 많이 피곤하셨던 모양이군요 주인님? 하긴 어제저녁에 젖소 비키니를 입은 세엘프들이랑 세 가지 맛의 우유 한 상자씩을 가지고 

목욕탕에서 몸을 비비며 새벽까지 놀고 오셨으니 피곤할 만도 하겠죠.


갑자기 훅 들어온 발언에 하마터면 물을 뿜을 뻔했다. 사실이긴 했지만 저렇게 적나라하게 말할 줄 몰랐다. 당황한 나머지 사레가 들려 크게 

기침을 하고 있자 옆에서 웅얼거리는 작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바닐라: 주인님께서 원하시면 저도 그런 플레이 정도는 할 수 있....


선택지: [바닐라, 무슨 말 했었어?]


바닐라: 아, 아닙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빨리 일어나셔서 봐보셔야 할 용무가 있습니다. 주인님


새빨간 얼굴로 그렇게 말한 후 바닐라는 눈 깜빡할 사이에 방에서 나가버렸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일어나서 옷을 입기로 했다.


바닐라가 나간 후 고요해진 방에서 옷을 입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느덧 요정 마을에서 돌아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폭주하는 로버트와의 충돌, 요정 마을에 방문한 일, 조종당하는 마을의 바이오로이드들, 대지를 뒤흔드는 타이런트의 추격, 세레스티아를 포함한 여러 바이오로이드들 그리고 알프레드의 합류,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었던 비서 레모네이드의 음모 등. 크고 작은 음모와 사건들을 격은 우리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괌에서의 휴가를 재개했다.


한동안은 평화로웠지만, 바닐라가 이렇게 나를 깨우러 온 것을 보니 역시 또 어떤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준비를 끝내고 침실을 나오자 책상 옆에 대기하고 있는 바닐라가 보였고 그리고 그 앞에는 세띠가 서 있었다. 세띠는 무언가 불안한지 연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내가 자리에 앉자 바로 울먹이며 말을 걸어왔다.


세띠: 사, 사령관님. 크, 큰일이에요. 엠프리스가...


세띠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나는 직감했다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고.




file2. 오르카호 탈출

아니요. 빨간 고무장갑은 안 뒤집어썼습니다.




나는 지금 세띠와 같이 오르카 호의 복도를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단순한 작은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나는 세띠와 대화하던 도중 방에서 

나와 그녀와 같이 엠프리스의 방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선택지 [엠프리스는 지금 어때?]


세띠: 에, 엠프리스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결국 폭주하고 말았어요. 일단은 제가 겨우 진정시켜놓긴 했는데 아마 오래 못 갈 거에요. 오늘은 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거 같아 보였어요. 


아마 그렇겠지. 엠프리스는 태어날 때부터 한랭지에서의 활동을 위하여 태어난 존재. 그저 보조장비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게 아니다. 에어커튼을 분사함으로써 추위를 막고 있지만, 선천적으로 그녀는 알몸으로도 액체질소를 견딜 정도의 내한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의미로 엠프리스는 더운 환경을 아주 많이 힘들어 한다는 것이고 오르카 호는 지금 열대지방인 괌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정박한 후로 

그녀는 열기로 인해 뻗어버렸고 그로 인해 오르카 호 안에서만 생활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행의 시작일 뿐이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들 처럼 휴양지에서의 피서는 물론 수영도 제대로 즐길 수 없었고, 나와의 데이트가 걸린 수영대회도 참석 할 수 없었으며, 

로버트가 조종하는 AGS들의 침공때도 아무것도 할수없이 그저 오르카 호 안에 머물러있었다. 이런 까닭에 엠프리스는 한동안 훌쩍거리며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내가 괜히 엠프리스를 위로해봤자 더 우울해 할 것이라는 의견과 그녀의 성격상 금방 나아질 거라는 의견으로 인해 한동안은 지켜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보다 그녀의 스트레스는 더 컸었던 거 같다.


세띠: 빨리 가서 엠프리스를 진정 시켜야 해요. 아, 안 그러면 저같은 피해자가..!


선택지  [같은 피해자?]


무슨 뜻인가 하고 세띠를 쳐다봤다. 아까는 급해서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그녀의 머리카락은 강풍이라도 맞았는지 약간 엉망 이었고, 그녀의 

복장은 흐트러져있었다.


세띠도 그런 내 눈길을 느꼈는지 붉어진 뺨을 손으로 가리면서 대답했다.


세띠: 한동안 동물들이랑 교류를 못한 거에 많이 속상했던 거 같아요. 가, 갑자기 저를 덮지더니 제 온몸에 뺨을 비비거나, 제 몸을 끌어안고 

제 가, 가, 가슴을 만지작...!! 우와아!  


내 앞에서 이 이상 말하기 너무나 부끄러운듯 세띠는 등껍질을 뒤집어쓰고 몸을 공처럼 말고 말았다. 


다행히 우리들은 이미 엠프리스의 방문 앞인지라 난 세띠가 진정할 때까지 방 앞에 대기 시킨 후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들어간 

나를 반긴건 텅빈 방 안과 벽에 서리로 커다랗게 적힌 '엠프리스는 이제 자유라구!'라는 문구 뿐이었다.




file3. 캣&독&울프&아울

도주 경로에는 항상 흔적이 남기 마련입니다.




세띠: 어, 어, 어떡하죠, 사령관님?! 큰일.. 큰일 났어요!! 


텅 빈 방안과 벽에 적힌 메시지를 본 세띠는 당황하며 그 자리에서 덜덜 떨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도 같은 심정이지만 엠프리스를 빨리 찾으려면 내가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택지 [세띠, 진정하고 서둘러. 빨리 엠프리스를 찾아야 해.]


내가 침착하게 말하며 먼저 통로 쪽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기자, 그녀도 퍼뜩 놀라면서 내 뒤를 빠르게 쫓아왔다.

 

세띠: 사, 사령관님 말이 맞아요!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요. 으으으..


그녀는 자기 자신을 격려하듯 주먹을 꽉 쥐며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에게 재차 말했다.


세띠: 사령관님, 이제부터 저희는 엠프리스의 흔적을 쫓아야 해요.


선택지 [흔적?]


세띠: 네. 아까 말했듯이 엠프리스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물들에 달려들어 마구 만지는 습관이 있어요. 그러니깐 이 주위에 분명 바이오로이드 동물들 이라던가 아니면 컴패니언 분들이 분명 아까 저, 저처럼 그렇고 그..런짓을 다, 당했을 거... 하우우


확신하듯 말하던 세띠는 아까의 기억이 생각났는지 뒷말을 잊지 못하고 볼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녀는 끝내 말을 끝마치지 못했지만 나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우리는 컴패니언들을 찾아야하며 엠프리스는 분명 그곳에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오르카 호를 돌아다니며 탐색하던 우리에게 엠프리스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콘스탄챠: 보리야~ 보리야~ 어딨니?


다크엘븐 포레스트레인져: 독수리 씨!! 어디 있는 거야. 빨리 나와줘!


함 내 카페테리아에 도착하자 동물형 파트너들을 데리고 다니던 바이오로이드들이 파트너들을 찾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마 

엠프리스는 이곳에도착해서 보리나 다크엘븐의 독수리를 끌어안고 비비며 스트레스를 풀은 것 같다. 그리고 동물들은 그들을 향한 그녀의 깊은 관심에 부담스러워져서 도망쳤겠지.


카페테리아를 뒤로하고 몇 분 뒤, 우리는 노력 끝에 오르카 호의 출입구 근처의 복도에서 컴패니언들을 찾아냈지만 그녀들은 이미 엠프리스의 부비부비에 당한 후였다. 나는 일단 지친 듯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페로한테 다가갔다.


페로: 주, 주인님. 오셨군요.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나를 본 페로는 당황한 듯 지쳐 보이는 몸을 비틀비틀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아까전의 세띠처럼 마구 헝클어져 있었고 메이드복은 앞부분이 다 벌려져 가슴골이 보이는 요염한 모습이었다. 나는 괜히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선택지 [고생 많았어, 페로. 엠프리스의 스트레스 발산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페로: 주인님께서 죄송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도 그녀의 사정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맘도 다 이해가 가기 때문에 이번에는 순순히 당해줬습니다. 뭐, 그녀의 동물형과 수인형 바이오로이드에 향한 관심은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요.


그렇게 말해주는 페로에게 감사한 마음과 소동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 나는 그녀의 머리를 상냥히 쓰다듬으면서 용건을 물었다.


선택지 [엠프리스가 여기에 머물렀다가 어디로 향했는지 알아?]


페로는 뺨을 붉히며 내 손길을 충분히 즐긴 후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직이 대답했다. 


페로: 네. 그녀는 저흴 만지는 걸 충분히 즐긴 후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향했습니다, 주인님.


지금으로서는 가장 안 들었으면 했던 대답을 듣고 말았다. 결국 엠프리스는 밖으로 나간 것이다. 체질상 한여름의 온도는 그녀에게 많이 힘들 

텐데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간 걸 보니 그녀가 이번엔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음이 느껴졌다. 단순히 그녀를 찾아 돌아오는 것이 아닌 

그녀를 만나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앞으로의 해결책을 찾아가는게 중요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뒤에 대기하던 세띠를 불렀지만, 그녀에게서 대답이 없었다.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보자 얼굴이 

홍당무처럼 된 그녀가 복도의 한구석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하치코와 펜리르가 스노우페더를 덮쳐서 비비며 핥는 광경을 

말이다.


나도 처음에 왔을 때부터 봤었지만 스노우페더를 위해 일부러 의식하지 않았는데 역시 세띠에게는 무리였었나보다.


하치코: 헤헤, 좀 더 조물조물 이에요. 에잇!


펜리르: 헤헷, 어때 페더? 재밌지? 할짝할짝


스노우페더: 어, 언니들 제발 그만둬주세요! 이런 건 놀이가 아니라구요!


아마 엠프리스에게 당했던 것을 하나의 놀이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페더에게는 미안하지만 한시가 바빴던 나는 세띠를 데리고 조용히 오르카 호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뒤쪽으로 스노우페더의 절박한 외침만이 남았다.


스노우페더: 안 돼요!!! 그쪽은 핥으면 안 돼요!! 언니들 제발!!! 꺄아아악!!




file4. 추적

드디어 목표를 포착했습니다




밖으로 나온 나와 세띠는 일단 오르카 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발할라 부대의 전진기지로 가보기로 했다. 탈출한 엠프리스가 이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다면 발할라 부대원들이 분명 뭔가를 보았을 것이 분명하다.


발키리: 안녕하십니까, 각하. 엠프리스양을 찾으러 오셨습니까?


진지 근처로 가자 우리가 여기로 올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발키리가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우리가 묻기도 전에 여기로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보니 발할라 부대에서 엠프리스를 발견하고 이미 그녀를 확보한 모양이었다.


선택지 [맞아. 엠프리스를 찾고 있던 중이었어. 여기 왔었어?]

 

발키리: 예, 각하. 현재 저희가 그녀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발키리의 대답을 듣고 나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엠프리스의 탈출이 큰 사건으로 커지기 전에 잘 막은 거 

같다. 나는 한결 여유로운 목소리로 발키리에게 물었다.


선택지 [수고 많았어 다들. 큰일은 없었지?]


발키리: 예. 각하. 대신 엠프리스양이 저희 알비스를 눈토끼 수인형 바이오로이드라고 착각하고 껴안는 일은 있었습니다.


발키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웃으며 기지 근처에서 빨개진 볼을 잡고 시큰둥해 있는 알비스를 부드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발키리: 엠프리스양은 지금 그녀의 요청으로 이 진지 근처 해변에서 쉬고 있는 중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안내하겠습니다, 각하.


그녀를 따라 해변으로 향하려 하자 멀리서 사이렌 소리와 다른 발할라 부대원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무선 헤드폰으로 지금 무슨 상황이

일어난 지 들은 발키리가 나에게 침착하게 보고했다.


발키리: 소규모의 철충부대가 진지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자매들이 지금 요격 준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발할라 부대라면 충분히 소규모 철충 부대쯤은 어렵지 않게 격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진지 근처라면 바로 옆 해변에 위치한 엠프리스에게도 약간의 불똥이 튈수도 있을것이다. 여기서는 내가 지휘해서 신속하고 더욱 확실하게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게 좋겠지. 그녀가 좀 더 조용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말이다.


선택지 [발키리, 이번에는 내가 지휘한다고 다른 애들에게도 전해줘. 모두 전투준비.]


발키리: 예, 각하. 명령 수행하겠습니다.


전투돌입




전투종료



철충의 부대를 격파한 나와 세띠는 발키리의 안내를 따라 해변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떠올라서 나는 발키리에게

질문했다.


선택지 [근데 엠프리스는 해변에 무슨 이유로 간 거야?]


발키리: 그것은 제게 듣는 것보다 직접 가서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엠프리스양이 안드바리양에게 부탁해 해변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으니까요.


발키리는 그렇게 상냥한 웃음을 짓더니 앞쪽을 가리켰다   


발키리: 마침 저기 안드바리양이 있군요. 각하, 바리양이 오늘 엠프리스양의 요청을 들어주느라 고생했는데 가서 칭찬해 주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발키리는 마치 기특한 막냇동생을 챙겨주는 큰언니 같아서 보기 좋았다. 그녀의 말처럼 큰일이었는지 저 앞에 평상시 안드바리가 끌고 다니는 지게로봇과 꽤나 많은 양의 화물 박스들이 보였다.


엠프리스의 갑작스러운 부탁에도 힘써준 그녀에게 칭찬하러 다가간 우리는 시야에 그녀가 보이자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왜냐하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안드바리: 아기 광어 뚜루루 뚜루 귀여운 뚜루루 뚜루 바닷속 뚜루루 뚜루 아기 광어~♪


거기에는 태블릿 화면에 띄어진 멸망 전 유행 노래 영상을 보며 율동을 추고 있는 안드바리가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줄 모르는지 그녀는 계속 화면에 흘러나오는 노래와 몸짓에 맞춰 같이 부르며 춤을 열심히 따라 하고 있었다.


그 광경에 우리 셋은 서로 얼굴을 한번 마주 보고 눈빛으로 같은 의견을 교환했다. 우리는 그렇게 소리 없이 휴대용 영상 기록기를 꺼낸뒤

안드바리의 무대를 촬영하며 엄마미소를 지었다.




file5. 한여름의 이글루

곧 사라질 환상 속에서 한여름의 추억을 만들어봐요




해변의 입구에 도착하자 발키리와 세띠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아마 엠프리스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배려일 것이다.

그녀들의 배웅을 받고 조금 더 걷자 숲이 끝나고 내 시야에 많은 것들이 들어왔다. 


광활한 해변, 눈부시게 강렬한 태양 빛, 거품을 내며 부서지는 에메랄드빛 파도, 진주를 갈아 넣은 듯한 하얀 모래사장, 바위와 하늘과 물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매기 떄들,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팽귄옷의 엠프리스 그리고...


그녀 옆에 세워진 새하얀 이글루


그 모순적이지만 그렇기에 말 그대로 환상 같은 광경에 나는 말을 잃고 그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도 나의 도착을 눈치챈 듯 몸을 돌리며

기쁜 얼굴로 나를 반겼다


엠프리스: 드디어 왔구나, 사령관! 나 기다리느라 완전히 지쳐 버렸다구. 날씨도 너무 더워서 온몸이 땀범벅이야.


갑자기 사라진 그녀가 멀쩡한 걸 확인하자 마음이 편안해졌지만 반대로 엄청 피곤해진 나는 그녀에게 너무하다는 눈빛으로 투덜거렸다. 


선택지 [미안, 빠르게 못 찾아서. 하지만 이런 걸 준비하고 기다릴줄은 몰랐다고?]


선택지 [서프라이즈도 좋지만, 다음번에는 미리 말 해줘. 나 엄청나게 놀라기도 했고 진짜 걱정했어.]


나의 투덜거림에 그녀는 혀를 살짝 내밀고 자신의 머리에 꿀밤 때리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엠프리스: 히힛. 미안미안. 이걸 위해 나온 거도 있지만, 솔직히 생물들을 껴안고 싶어서 나온 것도 맞아.


엠프리스: 그래도 내가 나온 것에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네. 그리고 그 정도로 걱정해줄 줄은 몰랐어


그렇게 말한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아주 기쁜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려는 듯 허둥대며 그녀의 옆을 가리키며 말을 돌렸다.


엠프리스: 그것 보다 봐봐. 짜잔~! 이것이 바로 엠프리스 수제 이글루야, 사령관! 


그녀의 옆에는 거대한 이글루가 지어져 있었다.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잘라서 쌓아 만든 이글루는 보통의 이글루보다 2배는 커 꽤 웅장한 인상을 줬다. 그래도 괌의 뜨거운 날씨에는 오래 견딜 수 없는지 아주 조금씩이지만 녹고있었다. 엠프리스는 녹는 걸 최대한 늦추고 싶은지 그녀의 주무장인 분사기로 지속해서 질소 가스를 뿌려주고 있는 중이다.


선택지 [살면서 여름에 이글루를 볼 수 있을 줄 몰랐어. 매우 몽환적이고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광경이야.]


엠프리스는 나의 감상에 만족한 듯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뿌듯해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나는 눈 앞에 펼쳐진 몽환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이 

시간을 즐겼다. 그러다 문득 그녀에게 물어봤다.


선택지 [오늘은 진짜 왜 나갔었던 거야?]


엠프리스: ...........


나의 질문에 엠프리스는 대답 없이 한동안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마치 어딘가를 보듯이 말이다. 잠시 후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엠프리스: 그거 알아, 사령관? 내가 오르카 호에 있는 유일한 엠프리스 라는것 말이야.


선택지 [응. 알고 있어.]


엠프리스: 내 자매들은 라비아타가 사령관을 발견하기 전에 이미 다 복원되어서 남극이나 한랭지역으로 파견되었어. 그곳에서 철충들을 

몰아내고 사령관과 나중에 태어날 인간님들을 위한 지역확보를 위해서 말이지. 지금도 열심히 임무를 수행 중일 거야.


엠프리스: 그리고 사령관이 발견된 후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보험으로 복원된 게 바로 나야.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활약해본 적이 

없어. 여기도 너무 더워서 무리라구.


그렇게 말한 후 엠프리스는 내게 살며시 다가온 후 부드럽게 껴안았다. 그녀의 얼굴은 내 가슴팍에 묻혀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엠프리스: 며칠 전에 여기서 또 사건에 휘말렸다고 들었어. 이번에는 전에보다 더 위험한 사건이었다며? 심지어 공룡 AGS에게 죽을 뻔도 했었고.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나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마치 절대 놓고 싶지 않다는 듯. 잠시 후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엠프리스: 난 사령관이 정말정말 좋아. 하지만 난 정작 사령관한테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엠프리스: 난 요리도 잘하지 못해. 여름에 바다에서 탐험도 잘 못해. 사람을 찾는 것도 자신 없어. 놀이공원에도 같이 못 갔어. 겨울에 사령관이 과로로 쓰러질 때도 아무 도움이 못 됐어. 초콜릿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 몰라. 그리고...


엠프리스: 이번에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령관이 위험에 빠져있을 때 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어...


끌어안은 상태에서 엠프리스가 고개를 들어서 나를 올려봤다. 그녀의 슬픈 얼굴과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 난 느꼈다. 그녀의 절망과 좌절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느끼는 한심함을. 잠시 후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평상시에도 매우 감정적인 그녀였기에 지금까지 이 감정을 참아온 것도 그녀 나름대로 엄청난 노력이었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토닥이며 그녀가 계속 울게 해줬다. 한참 후에 엠프리스는 어느 정도 진정되었고 나는 계속 그녀를 안은 자세에서 머리를 토닥이며 말했다.


선택지 [그거 알아, 엠프리스? 난 너한테 항상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선택지 [힘든 일이 있었던 후에도 항상 너의 밝은 표정과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에 항상 치유 받고 있어. 아무리 피곤해도 네가 동물들을 안고 배방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 피곤한 것도 잊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고. 그리고 그 펭귄 옷과 나한테 와서 살 때문에 삐진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알아? 내가 요즘 그거 보는 낙으로 살고 있어.]


난 그녀의 턱을 들어서 나와 시선을 맞춘 다음에 만면에 미소를 짓고 그녀에게 말했다.


선택지 [네가 내 옆에 있어 주는 것만 해도 이미 엄청난 도움이야. 항상 고마워, 엠프리스.]


그런 내 말에 엠프리스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듯 태양처럼 밝게 씨익 웃으며 내 품에 더욱 안겼다.


엠프리스: 나도 사령관이 항상 내 곁에 있어 줘서 버틸 수 있어. 나 더욱 힘낼게, 사령관. 꼭 이 오르카 호에서 사령관의 최고 파트너가 될 거라구! 


그녀는 기합을 내듯 허공을 향해 손을 올리며 화이팅을 외쳤다. 그리고는 나를 이글루 안으로 이끌려고 했다.


엠프리스: 좋다구, 사령관! 나도 기운을 차렸으니까 마저 우리의 환상적인 휴식을 재개하자구! 기억나, 사령관? 철충과의 싸움이 끝나면 같이 남극으로 가자는 약속 말이야. 지금은 바로 지킬 수 없겠지만 약간 맛보기로 이렇게 이글루를 준비했다구. 비록 눈으로 만든 게 아니지만 

말이야, 헤헷.


엠프리스: 아직 녹으려면 몇 시간 남았으니깐 얼른 들어가서 시원한 피서를 즐기자구!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손목을 이끌어 그녀의 가슴 사이에 끼워 넣었다. 씨익 웃으며 그녀가 내 귀에 속삭였다.


엠프리스: 역시 이글루를 만들었으면 '그거'지. 안 그래, 사령관? 히힛.


나는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나는 항상 그녀가 밝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이다. 그러니 그녀에게 감사하자. 비록 여름의 열기 속에 곧 사라질 환상이지만 나와 그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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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창작물인듯. 진짜 글쓰는 라붕이들 무한으로 존경한다. 겨우 이만큼 쓰는데 3주 넘게 걸릴줄이야.

글 쓰는게 잼병인데도 이렇게 써서 참여하는 이유는 '그리면 뜬다!' 이것처럼 '쓰면 스토리에 출연한다!' 이런 마인드로 한번 써봤음.

엠프리스도 꼭 스토리에 출연했으면 한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잘 봤음 합니다. 잘못 쓴거나 심각한 오타 있으면 알려주면 바로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