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바이오로이드를 비교했을때 주량은 얼마나 차이가 날지 생각해본적있는가? 물론 멸망전 인간들은

고가의 바이오로이드가 고장이 날것을 우려해 접대용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이상 음주를 허용하는 일은 없었기에

그녀들의 주량이 어느정도일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그랬기에 사령관은 항상 궁금해했다. 과연 그녀들의 주량은 어느정도일지, 그리고 그녀들의 주사는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은

실천으로 이어졌고 회식이라는 명목하에 처음으로 바이오로이드들과의 음주가무를 즐기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힘든 전투가 계속 되겠지만 다들 지금처럼만 쭉 봤으면 좋겠다"


술잔을 든 사령관이 시작을 알리는 감사인사를 전하고, 뒤이어 각 부대를 대표하는 지휘관들의 인사 등 형식적인 절차가 끝나고

하나 둘 술병을 비워가기 시작했다.


"메이, 지금처럼만 하자"


메이의 빈 술잔에 술을 따라주는 사령관, 하지만 술잔을 든 메이의 상태가 이상했다. 


"으응....사령관님....말대로만 할게요옹...."


흐느적 거리며 사령관의 품에 쓰러지는 메이,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이트엔젤은 작은 목소리로 나이스를 외쳤다.



"그러니까, 오늘 회식 자리에서 취한 척 연기하란거지?"


"바로 그거죠. 평소에 강단있고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인 대장도 술에 취하면 가녀린 여자다. 뭐 이런걸 어필하란거죠"


"맘에 안드는데......만약 사령관은 술이 센 여자를 좋아하면 어떡해?"


"그럴 일 없어요. 저만 믿어보세요. 안되면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테니까"


회식이 있기 전, 메이와 나엔은 이번에야말로 사령관에게 한번 안겨보겠다고 다짐하며 꼼수를 생각해 둔 것이다.




"저...사령관님, 메이대장이 요즘 지쳐서 그런거같은데 방에 좀 모셔다 드리면 안될까요?"


"내가??"


"한번 정도는 괜찮잖아요"


"으음.....금방 갔다올게"


"네, 되도록이면 천천히 다녀오세요"


"그래 뭐, 일단 갔다올게"


사령관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메이를 일으킨 후 그녀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사령관. 주최자가 자리를 비우면 안되지"


아스날은 보드카 한잔을 쭉 들이킨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금방 올게. 오래 걸리지않아"


"에헤이, 사령관 이거 안되겠네....거기 너 납작이"


"납작이 아니거든요?"


"납작인지 넙적인지, 이런건 부관이 챙겨야지. 우리 지체높으신 사령관님께서 하실 일은 아니잖아?"


"그....저도 살짝 어지러워서....대장님을 보필하기가..."


"둠브링어 이거 개판이네....그렇게 안봤는데"


"뭐라고????"


아스날의 도발에 메이는 발끈하며 대답했다. 


"뭐야, 멀쩡해보이는데??? 덩치도 좆만하길래 술도 좆밥일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가봐?"


메이는 아스날의 말에 화가 난 듯 귓볼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사령관을 밀치고 테이블로 향하는 메이는 아스날의 자리에 있던 보드카를 그대로 원샷 후 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후우, 그렇게 센 척 하더니 술이 아니라 물이네??"


"허어쭈, 존만이 대장님. 지금 한번 하시자는겁니까?"


"하긴 뭘해? 상대가 엇비슷해야 하던가 말던가 하지?"


아스날이 가소롭다는 듯 메이가 비웃자, 아스날은 정색하며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비스트헌터를 불렀다.


"늘 마시던걸로"


"대장, 오늘 너무 마셨어요"


"시끄러워. 여기서 물러서면 캐노니어 꼴이 뭐가 되겠냐고"


아스날의 말에 비스트헌터는 상표명도 제대로 붙지 않은 술 2짝을 들고왔다.


"자, 한짝씩 받으시고. 먹다가 모자라면 더 말하라고?"


"미리 준비해야하는거 아냐? 너무 적은데?"


"마셔보고 말하지. 존만이?"


메이는 건내받은 술을 하나 꺼낸 후 뚜껑을 열었다. 기분 나쁜 김 빠지는 소리와 함께 독한 알콜냄새에 메이는 자연스럽게 얼굴을 찌뿌렸다.


"아주 정신을 못차리겠지?"


"뭐야~ 난 또 콜란줄 알았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메이였지만 일단은 살펴보기 위해 술을 잔에 붓기 시작했다.


"에헤이, 병째 마시는 술인데 그걸 잔에 따르면 안되지"


분명 술을 따랐을텐데, 어째서인지 메이의 잔은 비어있었다. 


"뭐...뭐야. 분명 따르는 소리가 났는데?"


"술 아깝게 시간끌지말고....."


아스날은 열려있던 술병의 뚜껑을 막으며 메이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워낙에 독한 술이라 병째로 마시지 않으면 술이 다 증발해버리거든? 어때 지금이라도 포기하지?"


"그런다고 내가 쫄거같아? 치워"


아스날의 손에서 빼앗다싶이 술병을 낚아챈 메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뚜껑을 열어 문제의 그 술을 들이켰다.


'꿀꺽, 꿀꺽'


듣기만해도 힘겨워보이는 소리와 함께 메이는 다 마신 듯 병 주둥이를 머리위로 들어올리며 손을 흔들었다.


"진짜로 마셨네. 그거 에탄올인데"


"ㅁ...뭐????? 술이라며"


"아니 진짜로 마실줄은 몰랐지. 근데 너 괜찮냐?"


"아이씨, 너 이 씹.....우욱......"


빨주노초파남보 생전 듣도보도 못한 화려한 색상의 물체들이 메이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캐노니어와 둠브링어 부대원들은 호들갑을

떨며 그녀를 의무실로 데려갔다.


"큰일이네. 정리하고 메이한테 가봐야겠다"


별일 없을거라 생각했던 연회에서 예상치도 못한 사고 발생에 사령관은 당황하며 연회를 중단하려 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잊고 있었다.

구석에서 조용히 3짝을 비우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레오나의 존재를 말이다.


"누구 맘대로, 끅.....끝내라고 해써!!"


찢어질듯한 목소리로 사령관에게 호통치는 레오나,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된 사령관은 그녀에게 다가가 다독이기 시작했다.


"뭔 술을 이렇게 마셨어. 아까부터 안보이더니"


"평소엔 뭐...봐주기라도 했어?? 흐흐.......못된 새끼....."


레오나는 실실 웃으며 사령관의 품에 쓰러지듯 안겼다. 


"바빠서 그런거지.....너가 싫어서 그런건 아니잖아"


"아아 바빠서어~ 떡치느라 바빠서!!!"


사령관의 품에 얼굴을 비벼대며 레오나는 손바닥으로 사령관을 난타했다.


"야야야! 아파 아프다고! 좀!!"


"아파?"


"응....."


"내 맘이 더 아파!!"


또 다시 이어지는 난타에 사령관과 옥신각신하던 레오나는 제 풀에 쓰러지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헤헤......속이 좀 풀리네......맞다. 나 그거 할줄 안다? 그......노래랑 춤 추는 애들....그거 따라할줄 안다?"


"하아....이번엔 또 뭐야"


무언가 생각난 듯 엉덩이를 털며 일어난 레오나는 사령관을 보며 실실 거리더니 테이블 위로 올라가 안주와 술들을 치우며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려와....애들 보잖아...."


"본다고?? 관객은 많을수록 좋은데에?"


"그래....니 알아서 해라....."


"한다? 진짜 한다??? 자 박수... 박.수!"


레오나의 억지섞인 호응유도에 지켜보고 있던 사령관과 바이오로이드들은 떫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박수를 쳤다.


"한다?? 흐흐흐....내 말을 좀 들어봐 사령관 정말 나빠써! 내 맘을 왜 훔쳐써 사령관 정말 나빠써!!"


춤이라기 보단 흐느적거리는거에 가까운 동작과 자기가 생각해도 웃긴 듯 실실 웃고 있는 레오나의 표정이 대환장을 이루고,

보다 못한 사령관이 떠나려 하자


"어어?? 가지마 가지마 마마마마마마마 알 라뷰~~"


테이블에서 떨어지듯 사령관 품으로 다이브 하는 레오나, 그리고 진한 술냄새와 함께 그녀의 입술이 사령관을 덮쳤다.


"빤짝 빤짝 내 입술 바라보지마. 흐흐흐"


결국 이 날 있었던 레오나의 추태는 영상화되어 한동안 정훈교육 자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물론 모자이크처리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