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산 인근에 위치한 블랙리버 대테러 바이오로이드 훈련장


XT-14 미호 6호의 바로 앞에는, 자신의 주무장인 SK-14의 조준경을 들이밀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지근거리에 피폐한 모습으로 떨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누가 봐도, 무장조차 없는, 테러리스트가 아닌 모습이지만, 이번 임무는 이 "테러리스트"인 소년을 사살하는 것이다.


벌벌 떨고 있는 소년과 SK-5 권총을 쥔 미호는 서로 대치하다가, 이윽고 이 고통을 이기지 못한 비명같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런 죄도 지은 게 없잖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미호 또한 알고 있다. 상대는 전혀 테러리스트가 아니란 것을,


그리고 이 테스트를 통과해야, T-14라는 제식 명칭을 달고 진짜 몽구스 팀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도대체 무슨 잘못을 지었길래, 이래야 하는 거죠...!"


울먹이던 목소리는 이내 비명과도 같은 처절한 단말기로, 미호의 통신기 너머로도 들려왔다.


상부의 명령이다. 훈련을 당담하는 홍련 팀장 또한, 인간들이 없는 방에서 이 테스트가 굉장히 비인도적일거라고 귀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머뭇거리고 결국 상대를 살려주면, 실제 제압 능력이 떨어지는 운용 불가능한 병기로 판단되고, 정말 운이 좋아봤자 B구역, 아니, 폐기 병력 바이오로이드의 무덤인 C구역으로 갈 것이 분명하였다.


미호 또한 벌벌 떨리는 손을 간신히 부여잡은 채로, 총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어떤 지랄난 좆같은 운명이 이따구로 절 괴롭히냐고요!!!"


이윽고 터져버린, 욕두문자가 섞인 비명을, 테스트를 진행하는 상부에서는 관심있게 보고 있었다.


이번 실험기에서는 감정 제어 모듈의 리미트 값을 일부러 낮추었다. 감정에 따른 판단이 임무 성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 알아보는게 이번 실험기의 목표였다.


그동안 북한 인민 없이 진행한 무인 실험에서는 굉장히 성공적이였다.


동료의 안전을 최우선한 미호는, 공중정찰중이던 핀토가 저격 AGS에 격추당하기 직전 해당 AGS의 코어를 저격하여 정찰 임무를 완수하게 하였고, 드라코의 강행 돌파 중 샷건으로 무장된 AGS의 기습 공격에도, AGS의 격발보다 먼저 저격소총의 총알이 AGS를 관통하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하였다.


그들의 동료애로서 활약하는 모습은, 마치 전우애로 몽친 군대 조직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앞선 선배 기체의 감정 제어가 최대로 된 모듈에서는, 팀원의 생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우선 목표만 저격하다, 호위 없이 조우하게 된 돌격 AGS에 찢겨나갈 뿐이였을 상황과 대비하면, 이 상황은 블랙리버 사에서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였던 것과 대조적이였다.


이제, 사살 명령과 관련된 이 마지막 실험만 끝나면 실전배치가 가능해지고, 세간에는 대테러리스트를 막는 영웅으로 활약할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분명히 최고 효율의 대테러 저격 병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찰나의 고민 끝에,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다.


"...좋아요, 인간만도 못한 당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냥 포기할래요... 홍련 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한참을, 결박한 소년 앞에서 울부지었던 미호는, 이윽고 권총 총구를 자신의 머리로 향하였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실험실 정리라는 명목하에 블랙리버 회사 요원에 의해 사살당한 소년을 뒤로 하고, 차갑게 식어가는 XT-14 실험기를 껴앉으며, 홍련은 울먹일 뿐이였다.





갤 시절때 싸질렀던 글 조금 다듬어봐씀


저때 막 "와! 북한! 와! 민간인 슬레이어!" 나돌아다닐때여서 실제로 훈련 과정에서 죽어나가는 과정 숱하게 일어나는 디스토피아 상황 터질거라 생각하고 썼던거


막상 보니 그냥 북한 인민 대상으로 돈 주고 용병 느낌으로 데려와서 좀 과격한 대테러 진압 훈련 정도 한게 끝이라서 어찌보면 김새는 분위기이기는 했는데 김턱파공 만화가 공식과 아주 동떨어진건 아니였다보니 뭔가 새로 쓸 만한게 있지 않을까 싶음




이 컷 보고 대체 뭔 상황이였을까 싶었음


아주 맵게 다뤄지는건 내가 못견딜거 같기는 한데 후일담으로 이부분 좀 정리해서 내줬으면 하는게 있다보니 다시 정리해서 써보고 싶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