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호는 최대 수용 인원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모든 구출된 바이오로이드들이 전투 인원으로서 오르카 호에 생활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전투 모듈이 분해되어 철충의 위협이 없는 섬으로 이동하여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같은 개체라는 이유, 혹은 대체코어라는 이유로 링크 연결을 당한 이후 서류 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렇게 링크된 개체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기억과 모듈 연산를 돕기 위한 생체 기계가 되어버리면,


그녀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오르카 호의 구조를 보면 이용 가능한 공간 밑에 작지만 충분히 넓은 공간이 존재한다.


당연히 그 작은 공간에는 오르카 호를 구동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발라스트 탱크, 엔진 등이 존재할텐데,


만약에 그 외에도 자그마한 수용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만약에 그 자그마한 수용 공간에,


링크 연결을 당한 수많은 바이오로이드 개체들이 하나의 짐짝처럼 놓여진 하나의 거대한 창고면 어떨까?






  강제로 의식이 없게 만들고,


마치 동면을 하듯이 생체 반응을 최소한으로 하게끔 만드는 특수한 장치가 각각 꽂혀진 채로


마치 죽은 듯이 널부러져 있는,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장치가 씌워진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존재하는 창고가 있다면 어떨까?


거기에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듯이


바닥에 존재하는 소수의 개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이


호흡기까지 찬 채 알몸으로, 중력을 거스르듯 천장을 향해 떨어지는 모습을 하면서 빽빽하게 공간을 메꾸는 모습이면 어떨까?


소완, 나앤같은 고급 바이오로이드들은 물론이고,


워울프, 포티아같이 구출이 잦은 B 랭크 바이오로이드,


심지어 신체 연령이 매우 어린 더치걸, LRL 같은 개체들조차


머리에 수많은 장비들이 박힌 채 죽은 듯이 천장을 향한 채 오르카 호 바닥 근처의 자그마한 창고 안에 수납되고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철충 박멸 및 인류 재건이라는 숭고한 목표 때문에 이러한 씁쓸한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순진한 바이오로이드들을 속인 채 잠수함 맨 밑으로 끌여들이고, 그녀들의 저항을 무릅쓰고 창고 안에 넣어야만 했던 관련 바이오로이드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내 바이오로이드들의 링크에 대한 진실을 알게되었을 때의 사령관은,


어떠한 표정을 짓게 되었을까?


자기자신들이 창고 속의 일부가 될 것을 알게 된 직후의 바이오로이드들의 표정은 어땠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오다가, 희생을 강요당하게 된 LRL, 아쿠아같은 어린 개체들은 어떠한 표정을 지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