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흐~ 지출은 뼈아팠지만~ 이 초소형 카메라라면 아무리 사령관님이라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여느 때와 같이 불길한 웃음소릴 흘리는 탈론 페더는 앞으로의 계획을 기대하며 손안의 물체를 만지작거린다. 때문에, 복도의 저편으로부터 큰 소릴 내며 달려오는 존재를 눈치채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고 만다.


“우.. 우와앗~!”


“어, 어머? 죄송해요, 페더~ 제가 좀 바빠서요. 먼저 실례할게요~”


양손 가득 탑돌이(?)의 잔해를 안아 든 그렘린은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탈론 페더를 본체만체하며 다시 저편으로 재빠르게 사라진다.


“크, 크흠.. 저도 모르게 너무 몰입했나 보네요. 나머진 이걸 설치할 장소를.. 어?”


어느새 사라진 자신의 카메라에 얼굴이 하얘진 탈론 페더는 답지않은 큰 목소리로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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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가 끝나자마자 이런 것도 들어간다고? 새삼스레 실전에선 어떨까 궁금해지네~”


『호호호, 사령관님도 참~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언제든지 보여드릴 수 있답니다?』


“하하, 그래도 내 팔뚝만한 걸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지~”


이곳은 AGS 격납고. 닥터와 포츈의 손길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 셀주크 모델의 홀로그램과 대화를 이어가는 사령관은 그 외관과 무장에 감탄하며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불순한 인물이 한 명.


〔크흡, 다행히 마이크 기능은 작동하는 것 같지만.. 제일 중요한 카메라가 고장나서.. 으윽~ 씻을 수 없는 불찰이에요~!〕


들려오는 노이즈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탈론 페더는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땅을 치고 있지만, 손에 쥔 헤드셋의 노즐만은 귀에 단단히 밀착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소리만이라도 최대한의 정보를 뽑아낼 수 밖에..〕


엄지손톱을 곱씹으며 각오하는 탈론 페더의 생각을 알지도 못한 채, AGS 격납고에선 한 명의 인간과 한 기의 여성형 홀로그램이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기묘한 느낌이네요. 조금만 진심으로 움직여도 날아가 버리는 것도 모자라, 사령관님께서 뒷부분까지 마음에 들어 하시다니.』


“하하, 그러게~ 나도 남자인지라 이런 거에 괜시리 흥분하고 말거든.”


셀주크의 말에 사령관은 머리를 긁적이며 은근슬쩍 자신의 속내를 내비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AGS들의 공격은 바이오로이드에 비하면 화끈한 편에 속해, 부스터를 쓰며 날아다닌다거나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모습이 마음속으로부터 무언가 끓어오르게 한다.


하지만 그런 사령관의 해석을 180도 다르게 확대해석한 이가 있었으니.


〔무무무무무, 무슨?! 사령관의 파, 팔뚝만한 걸 써서.. 날아갈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그리고 사령관님은 그런 크기를 뒤쪽으로! 흐흐흐, 흥분을..! 이건 특종이야!!〕


어느새 코에선 피가 새어 나오고 있지만, 지금 그딴 것이 중요하랴. 굳게 손을 쥔 그녀는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곧바로 탈론 허브에 접속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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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스틸라인 숙소.


대원들과의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각각의 숙소를 직접 순찰하는 마리의 귀에 시끄럽게 소리치는 브라우니의 새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이프리트 뱅장님?! 이, 이거 보셨습니까? 대박 정보임니돠! 대박 정보!”


“야이~! 시끄럽다고, 브라우니! 지금 마리 대장님 순찰중이라는거 잊었어?! 니 위로 내 밑으로 집합할래?”


“지, 지금 그런 게 문제가 아니지 말입니다. 설령 마리 대장님이 이 자리에 계셨어도 똑같은 말을 할거지 말입니다?”


보통 이 정도로 으름장을 놓으면 저절로 깨갱하던 녀석이 유난히 부산스럽다. 불신 가득한 얼굴로 브라우니가 가리키는 모니터의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프리트. 그곳엔..


“어디보자.. ‘사령관님의 은밀한 사생활 전격 공개.. 드디어 그의 확고한 취향을 알아내는 데 성공한 저는.. 여러분들에게만 이 비밀스런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뭐야, 이게?”


“거기가 아니라 조금 더 밑이지 말입니다.”


스크롤 바를 내리는 브라우니의 손짓에 따라 이프리트의 시선이 이동한다.


“좀 천천히 내려. 흐음~ ‘모 바이오로이드 씨의 말에 의하면 그에게 선물받은 이 XX는 크기가 무려 성인 남성의 팔뚝만하며.. 사용자에게 날아갈 듯한 기분을 선사함과 동시에 사령관의 오르가즘도 자극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야, 이거 사기 아니야?”


“바로 밑의 첨부파일에 녹음된 파일도 있지 말입니다? 이걸 누르면..”


브라우니가 패널을 조작하자 스피커에선 다른 누구도 아닌, 익숙한 사령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미, 미친.. 진짜라고? 아니 애초에 그런 물건이 몸에 들어가면..”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패닉에 빠지려는 찰나, 숙소의 문이 부서지듯 열리며 마리가 당당히 걸어들어온다.


“지금 그 얘기.. 나도 자세히 듣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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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루가루 공? 공의 생각은 어떻지..? 이건 기회일 수도..!”


“훗, 녀석이 이번엔 대어를 물어왔구만 그래. 피 비린내 나는 치킨게임이 예상되는데 내가 빠질 순 없지”


한쪽 눈을 찡그린 채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 샬럿. 그런 그녀의 곁에서 똑같이 입맛을 다시며 턱에 댄 손을 쓰다듬는 워울프.


“하지만 그런 크기라니.. 폐하도 참~ 말씀만 해 주셨다면.. 샹들리에의 촛불이라면..”


“어디보자.. 퀵 카멜의 대구경포에 사용되는 탄환이 아마 그쯤되지 않았었나..?”


서둘러 행동을 옮기기 위해 각자의 길로 갈라지는 둘. 서로를 흘깃 바라보며 살포시 웃음 짓지만 두 눈만큼은 열기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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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언니? 팔뚝만한 크기의 XX가 뭐야? 날아갈 정도로 맛있는 거야?”


“...”


알비스로부터 일련의 사건을 전해들은 발키리는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무슨 단어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알비스에겐 아직 이르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니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나면 자연스레 알 수 있을거에요.”


“에엥~ 아쉽다.”


가슴 한구석을 바늘로 찌르는 느낌에 쓴웃음 짓는 발키리지만, 그 정보만큼은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 그녀. 알비스를 떠나보낸 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딜 그리 바삐 가는 걸까?”


“흡?!”


깜짝 놀랐다. 갑작스레 모퉁이에서 튀어나온 레오나는 짐짓 엄한 표정으로 발키리의 앞을 가로막는다.


“..대장? 무언가 볼 일이라도?”


“후훗~ 볼 일이라..”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발키리의 얼굴에 다시 한번 웃음짓는 레오나.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발키리는 언제나 도도하던 대장의 색다른 모습에 무언가 불길하면서도..


불길하면서도.. 또 불길하면서도.. 재수 없었다.


“하실 말씀이 없다면..”


“인정할게. 내 부대원이지만 정말이지 그 정도로 발 빠르게 행동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아까부터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도 빙빙 둘러가는 느낌.


“..하지만 이번엔 달라. 이번만큼은 내 각오도 남다르다는 걸 알아둬.”


“저기.. 그러니까 대체 뭘..”


여전히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발키리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드는 레오나. 처음엔 자신이 무언가 실수라도 저지른 줄 알았다. 헌데, 저 거대한 걸 보아하니..


“훗, 아무리 너라도 놀랐나봐? 당연하겠지. 나라도 이 정도의 크기는 예상하지 못했어. 하지만 말이야..”


꿀꺽. 다음 말은 듣고 싶지 않다.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발키리였지만 이 정도의 행동력을 보여준 대장의 열의 때문이라도 끝까지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난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대장이야! 첫 번째 전투는 기습으로 패배했다 하더라도 두 번째까진 용납못해! 아니, 실패를 발판삼아 한 걸음 물러난 뒤 두 걸음 나아가 보이겠어!”


오른손으로 미간을 집은 발키리의 망연자실한 얼굴을 레오나는 보지 못했다. 알겠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밖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자존심 강한 저 대장은 정말로 큰 결심을 한 모양.


“역시 대장이에요. 당신의 열의, 열정, 다짐. 확실하게 이해했습니다.”


눈앞의 레오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발키리. 두 명의 전사는 서로를 응시한 채 천천히 다가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어느새 서로 악수를 한 발키리와 레오나. 하지만 레오나는 맞잡은 발키리의 손에서 전해지는 악력에 한쪽 눈을 꿈틀인다.


“물론이야. 뒤에서 지켜만 보겠다니, 응원하겠다니 그딴건 우리 시스터즈 발할라의 정신에 어울리지 않지.”


발키리 역시 전해지는 의지에 반응해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승부야, 발키리.”


“승부에요, 레오나 대장.”


둘은 서로를 지나치며 짧게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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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랄 똥싸고 있네. 아니, 저건 진짜로 쌀 분위긴데..”


복도를 걷고 있던 사디어스는 진지한 분위기의 두 사람에 맞은편 벽에 숨어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그나저나 사령관님의 취향이 그쪽이었다니 좀 의외인걸..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모른다니깐~”


고개를 가로저으며 팔짱을 낀 그녀는 번개처럼 지나가는 생각에 눈을 부릅 뜬다.


“그 방법이라면 나에게도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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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분명 여기 쯤에..”


“찾으시는 거라도 있나요?”


“히익~?!”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놀라 돌아보는 사디어스. 그곳엔 언제 왔는지 소완이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주방의 불을 키고 있었다.


“소, 소완 주방장? 언제 오셨..”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중요한 건 당신이 왜 음식물 쓰레기 통의 뚜껑에 손을 댔냐는 거에요.”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변명거릴 찾는 사디어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는 소완은 재차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설마 아니겠지만.. 장을 비울 무언가를 찾는다거나.. 는 아니겠죠?”


“그.. 그게 말이지..”


“하아..”


한숨을 내쉰 소완은 우물쭈물하는 사디어스에게 조금은 상한듯한 우유 한 팩을 건낸다.


“이, 이건..?”


“결정은 당신이 하겠지만 경고하죠. 고통은 심하며 오래갑니다. 자칫 모두에게 못볼꼴을 보여줄지도 몰라요. 하지만 견뎌낸다면..”


꿀꺽.


“아무리 커다란 물건이라도.. 조금은 쉽게 들어가겠죠.”


머릿속으로 번개가 내리친다. 소문으로 들은 주방장의 성격은 불과 같아 이런 식의 협조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소완의 두 손을 덥석 붙잡은 사디어스는 결심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이제껏 내가 큰 오해를 한 모양이군. 신세를 졌어.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지!”


“후훗, 무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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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AA 캐노니어의 지휘관실


“흐흐흐흐흐흐.. 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리를 벌리곤 두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크게 광소를 터트린다.


로열 아스널의 광기어린 폭소에 평소 그녀를 알고 지내던 비스트 헌터는 벌서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느낌에 골머릴 싸맨다.


“몸부림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하지만 그래봤자다! 이 내가! 나야말로 적임자! 너희들이 아무리 발버둥 처봤자 날 따라올 순 없을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평화로운 오르카 호.


어느새 다수의 음모가 소용돌이치는 전쟁터의 한 가운데로 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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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이 나올 수 있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