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은 절망했다.

그의 꿈과 희망 그 자체였던 AGS들은 하나같이 나사빠진 성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셀주크는 강한 화력과 좋은 가성비를 자랑했지만 사령관이 오르카 호에 합류하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175mm 고폭탄 따위는 

찐따로 만들어 버리는 AA캐노니어의 바이오로이드들이 합류했던 것이다.

"나으...나으 로보트는 이렇게 약하지 않아..."

"흐음...사령관 듣자하니 쥬지의 구경이 175mm 라던데 오늘 밤 구경하러 가지."

"살려줘 야스널"

그는 이런 천박한 유기물 덩어리들과 있고 싶지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강철의 군단, 무너지지 않는 금속 프레임을 가지고 압도적인 화력으로 전선을 평정하는 기계들이었다.

"강철의 군단을 원하셨습니까, 각하?"

"시티가드!"

이런 변태 합성인공유기물들과는 거리가 먼 육중함, 무기질적인 움직임과 절제된 목소리를 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셀주크는 포병이면서 에밀리보다 화력이 약하고 스파르탄은 찐따이며 기간테스는 중장갑을 지녔음에도 보호기들보다 약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사령관은 새로운 AGS를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잠자는 시간마저 아껴서 인류가 멸망하기 이전에 연구했던 AGS 관련 자료들을 살피고

정부와 기업들의 연구 시설을 차례로 점령해 자료들을 복구했다. 

그러던 어느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주인님, 새로운 AGS의 설계도를 복원했습니다. 기체명 알바트로스, 제식번호 HQ1의 지휘용 AGS입니다."

"지휘용 AGS?"

"예. 전쟁 당시 개발된 지휘기체이며 모든 방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 복원해."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AGS 알바트로스에게 사령관은 큰 기대를 품었다.

만약 알바트로스가 자신이 원하던 이상에 근접한다면 알바트로스의 설계도를 기반으로 모든 AGS 병력을 개량할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던 사령관이었다.

이상이란 무엇인가.

이상(Ideal)- 즉 현실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 허무맹랑한 것-

그렇다.

사령관이 원했던 알바트로스는 어디까지나 '이상' 이었던 것이다.

"사령관 권한으로 명령한다. 현재 생산된 알바트로스 8기 전부 제식명칭을 변경한다."

"승인-새로운 제식명칭 입력 바람"

"무적싸개"

"입력 완료. 현 시간부로 본 기체 포함 알바트로스 8기 모두 명칭을 무적싸개로 변경함"

"씨발."

그날 이후 오르카 호에서 AGS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갑자기 풍부해진 자원을 바탕으로 사령관은 무언가에 홀린 듯 바이오로이드를 제조했고 저항군의 세력은 날로 강성해졌다.

다시 몇 개월 후 사령관은 라비아타와 조우하고 새로운 육체를 얻었다.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살게 된 오르카 호는 점점 좁아졌다.

"오르카 호가 너무 좁은데...다른 함선을 구할 수 없을까?"

사령관은 탐색을 다녀온 발키리가 들고 온 블랙리버의 보고서를 보며 푸념했다.

"무적의 용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무적의 용?"

"네. 블랙리버 군의 총사령관 바이오로이드인데 지금은 바다 어딘가에서 본인의 함대와 동면 중이라고 해요."

"방금 뭐라고 했어?"

"네?"

"뭐랑 동면중이라고?"

"본인의 함대와..."

라비아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령관은 오르카 호 전체로 방송이 가능한 마이크를 잡았다.

"사령실에서 전파합니다. 긴급사태 발생, 모든 장성급 바이오로이드는 지금 즉시 사령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이상."

"무슨 짓을 하시는-"

"라비아타, 아직도 모르겠어? 이건 긴급사태야."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함대가 있다며."

"네? 네. 함대가 있다고 하기는 했는데 그게 왜 긴급사태인 건가요?"

"...멋지잖아..."

라비아타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

"존나 멋지잖아! 처음부터 말해 줬으면 가장 먼저 찾으러 다녔을텐데..."

'씨발 대뇌 빻은새끼...'

잠시 후 불굴의 마리, 야스널 등 모든 장성급 바이오로이드들이 사령실에 모였다.

"긴급사태라는 것은 무슨 말씀이신지요, 각하?"

"무적의 용이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

라비아타는 결심했다.

만약 위치를 알아냈다는 말이 거짓이라면 사령관을 토미 워커에 이식해 버리겠다고.

"무슨 말인가요 주인님?"

다행히도 사령관은 미친놈이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그동안 블랙 리버의 AGS관련 보고서를 관찰하면서 세운 가설이 있다. 그리고 바로 오늘 발견한 블랙리버의 군수물자 기밀보고서를 확인한 뒤 확신이 생겼지"

"음, 제 기억에 사령관은 항상 AGS 관련 문서를 열람하실 때는 알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큰 의미가 있었던 것이군요!"

"원래 남자는 한발 빼면 똑똑해져."

"음!"

마리가 비자발적으로 퇴실한 뒤 남은 장성들은 사령관의 다음 말을 숨죽여 기다렸다.

"블랙리버의 군수물자 이동 흐름을 보면 항상 용도가 불분명한 군수품 이동이 있었어. 그것도 거의 비슷한 규모의."

"그 말씀은?"

"아마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은 무언가에 썼겠지. 특수부대같은 곳에."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물자는 일개 부대에 쓰일 만한 양이 이니군."

보고서의 사본을 보던 아스널이 말했다.

"맞아. 거기서 생각이 막혔는데 라비아타가 마침 좋은 걸 알려줬거든."

"무적의 용이 지휘하는 함대군."

"어. 대충 들어보니까 철충이랑 전쟁할 당시 항상 승리했던 부대라고 하던데 이런 중요한 부대를 외부에 드러낼 수는 없잖아?"

"보급 물자를 추적하면 위치를 들킬 위험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기밀 문서에만 기록해 놨군."

사령관의 설명을 들은 장성들은 바로 용의 함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 몇 군데로 정찰을 파견했고 라비아타 또한 안심했다.

'토미 워커가 한대 늘지는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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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보니까 길어져서 두편으로 나눕니다.

저녁에 다시 한편 올리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