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 나이트앤젤은 숙소를 나서는 AL레이스와 마주쳤다.


"레이스, 시간 있어? 마침 할 말이 있었는데."


레이스가 무표정하게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지."


둠 브링어 부대에서 나이트앤젤은 메이 바로 다음 가는 위치였다. 레이스와 말을 놓을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레이스가 워낙 말이 짧은 건 알고 있는지라, 나이트앤젤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오늘 휴일이고 하니 말이야. 메이 대장하고 나와 같이 간식이나 먹는 게 어때."


냉혹한 '멸망의 메이'였지만, 의외로 부대원들과의 단합에 신경쓰는 부분도 있었다.


레이스는 잠깐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공적인 일인가?"


"응? 뭐, 공적인 일은 아니지만."


"그러면 미안하군. 오늘 훈련을 하려고 해서."


"훈련? 얘기는 들었다만, 휴일에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레이스는 고개를 저으며 등을 돌렸다.


"나는 병기야. 생명 유지에 필요한 일과 훈련 외에는 불필요해…… 대장의 호의는 고맙다고 전해 줘."


"뭐? 잠……."


나이트앤젤이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지만, 레이스는 서둘러 숙소에서 멀어졌다.


무안해진 나이트앤젤은 뻗은 손을 바라보았다.


그 길로 돌아온 나이트앤젤의 말에, 메이가 입맛을 다셨다.


"훈련 때문에 나랑 자리를 같이 못 하겠다고?"


"대담한 건지, 아니면 정말 감정이 별로 없는 건지."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도, 군인으로서 상관의 개인적인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둘 다일수도 있겠지. 애들하고도 안 어울리려고 한다니까."


둠 브링어 대장인 메이는 부대원들 사이에서 레이스가 겉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레이스가 복원된 뒤로 친근하게 다가갔던 대원들은, 계속해서 레이스가 어울리지 않으려 하자 이제는 아무도 놀자고 권하지 않았다. 붙임성 좋은 지니야는 물론 비슷한 성격인 밴시조차도 그러했다.


메이는 아쉬운 표정을 짓다 일어섰다.


"본인이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럼 꿩 대신 닭을 잡으러 가볼까?"


"닭이요?"


"사령관하고 간단하게 다과라도 해야지."


나이트앤젤이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자존심만 세고 숫기 없는 대장이 웬일이에요. 사령관한테 먼저 다가가려 하고."


메이가 사령관을 좋아하는 나머지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나이트앤젤은 물론 사령관마저 아는 사실이었다.


"말조심 해. 난 원래 당당한 성격이라고."


메이는 콧방귀를 뀌며 사령관의 함장실로 향했다. 치밀한 성격의 메이는, 사령관이 오늘은 아무 스케줄도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둔 상태였다. 나이트앤젤은 내심 대견하게 여기며 메이를 따라갔다.


그런데 둘이 사령관의 함장실 근처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뜻밖에도, 훈련을 한다던 레이스가 함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메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이트앤젤도 흠칫했다.


"나이트앤젤, 내가 제대로 본 거 맞지?"


"예…… 훈련이라고 들었는데."


둘은 한동안 함장실 바깥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나이트앤젤은 자신의 머리핀형 드론을 날려 함장실 바깥에 띄워 놓았다.


그로부터 한나절이 지났을 때였다. 저녁이 되어 레이스가 둠 브링어 구역까지 돌아오는데, 메이와 나이트앤젤이 서 있었다.


레이스가 먼저 말했다.


"대장. ……오늘 자리에 같이 있지 못해서 미안하다."


메이가 아무것도 아닌 듯이 대답했다.


"미안하긴. 훈련이 있었다며."


"우리도 같이 사령관하고 운동하는 건데 말야. 운동하느라 다이어트는 잘 됐어?"


나이트앤젤은 전에 없이 이죽거렸다. 그녀는 드론이 보내온 사진을 통해 레이스가 함장실에서 나오는 길임을 알고 있었다.


딱히 사령관과의 관계를 질투하는 건 아니었지만,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해 괘씸히 여긴 것이었다.


레이스는 어리둥절하다가 대답했다.


"응? 훈련은 하지 못했다. 그, 훈련장 가는 도중 사령관이 호출해서."


나이트앤젤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 했겠지…… 하는 건 상관없지만, 굳이 거짓말할 건 없었는데 말야."


"거짓말하지 않았다. 사령관이, 낮잠을 자는데 심심하다며 같이 낮잠을 자자고 해서…… 오후 내내 곁에서 졸고 왔다. 비효율적이었다."


레이스는 영문을 몰라하면서도 떠듬떠듬 말했다. 메이는 그런 레이스를 한동안 보더니,


"그래. 가 봐."


하고는 간단하게 레이스를 지나쳐 걸어갔다. 나이트앤젤도 성큼성큼 그 뒤를 쫓았다.


레이스는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낮잠을 잤는데 왜 기분 나빠하는 걸까.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역시 훈련을 했어야 했을까.


한편, 뒤따르던 나이트앤젤이 메이를 보고 말했다.


"대장은 별로 화도 안 났나봐요?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데."


"글쎄.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메이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표정으로 일축했다. 오히려 나이트앤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질투할 줄 알았던 메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아닌가.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 둠 브링어의 작전일이 다가왔다.


오르카호 인근에 있는 철충의 로봇 생산 공장들을 테러하는 작전이었다. 로봇을 숙주로 삼는 철충의 특성 상, 로봇 생산 공장이야말로 최중요 시설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메이를 위시한 둠 브링어가 공장 단지에 핵폭격을 가하고 물러난다는 것이 작전의 요지였다.


그런데 작전 지역 근처에서 전술핵 발사 준비를 하던 메이가 이런 소식을 전해 왔다.


"사령관. 내가 직접 유도를 못 하게 됐는데. 정찰 정보가 제대로 된 것 맞아?"


사령관이 화면 너머로 물었다.


-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나 혼자만으론 핵미사일 발사가 어렵단 거지. 철충들이 방해 전파를 깔아놔서, 이제까지 우리가 하던 방식의 전술핵 사용이 어렵게 됐어. 방어 병력도 늘었고 말이야. ……걱정했던 대로네."


메이는 텔레파시 능력으로 먼 거리에서도 안전하게 전술핵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것이 불가능해졌단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공업 단지의 방비에 대한 정보가 잘못된 모양이었다. 사령관의 얼굴에 고심이 어렸다.


- 우리 정찰조가 실수를 하다니, 이거 참. ……다른 방법은?


메이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고고도에서 나이트앤젤이 전술핵을 투하."


- 방어 병력이 많다면서. 자칫하단 적들의 공중 병력이 나이트앤젤을 덮칠텐데.


"당연하지. 게다가 나이트앤젤의 적재량으론 묵시록급 열핵을 쓸 수가 없어. 따라서 이건 처음부터 논외야."


- 플랜 B는?


"구식 방법. 정예 저격병이 잠입해서 미사일 유도를 하는 것."


메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스를 쳐다보았다.


이야기를 들은 사령관은 잠시 뒤 말했다.


- 레이스를 쓰겠다고?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써야지. 은폐장으로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레이스만이 철충들의 경계망을 뚫고 직접 핵을 유도할 수 있어."


이윽고 메이가 설명하는 작전 변경안을 들은 사령관은, 문득 얼굴빛이 변했다.


- 잠깐, 묵시록급을 쓴다고 했지?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가 탑승한 모선 '심판의 옥좌'에는 지휘 관제를 위한 장비와 다양한 급의 전술핵이 장비되어 있었다. 이중 묵시록급 전술핵은 오르카호가 보유한 핵병기 중 가장 강력하고 반경이 넓은 종류였다.


"그래. 그정도 전술핵이 아니면 공장들을 쓸어 버리긴 어려우니까."


- 그런데, 핵을 유도한 다음에 레이스는?


"……."


메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 레이스가 유도하고 나서 핵폭발에 휘말리면 어떻게 하려고.


잠시 뒤에 메이가 툭 내뱉었다.


"그땐 어쩔 수 없지. 레이스를 믿는 수밖에."


- 뭐야?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소리를 친 사령관이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 ……작전은 중지야. 돌아와.


"아니. 레이스를 써서 유도할 거야."


- 뭐?! 야, 메이! 그만 둬. 명령이야!


사령관은 메이를 향해 강하게 명령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대가 달랐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지만, 메이 등의 극소수 개체는 예외인 경우가 있었다.


"전장에 나선 장수는 때로 임금의 말도 듣지 않을 수 있어. 게다가 난 인간의 명령에 대해 거부권이 있으니까."


곁에 있던 나이트앤젤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렸다.


"대장. 사령관님 말이 옳아요. 일단은 후퇴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나이트앤젤도 지난 휴일의 일로 레이스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희생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근처에 있던 호위 병력들도 술렁거렸다.


"나이트앤젤, 언제부터 작전 변경 권한이 있었지? 이번 작전의 책임은 내가 진다."


- 빌어먹을, 메이! 그러지 마!


메이는 사령관과의 통신선도 끊었다.


그리고는 레이스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레이스. 이번에는 네가 필요해. 내가 지정한 좌표에 가서 핵미사일을 유도하라고. 작전의 성공은 너한테 달려 있어."


"알겠다."


레이스는 짧게 대답한 다음 제트팩을 준비했다.


"대장, 다시 한 번 생각해요.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나이트앤젤은 거듭 메이를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러자 그녀는 달려가서 레이스를 붙들었다.


"레이스. 이건 무모한 짓이야. 죽는다고."


"상관없다. 명령이니 따를 뿐이다."


"자살특공은 부당한 명령이야. 내가 메이 대장을 설……."


"난 병기야…… 이때를 위해 훈련하고 생명 유지를 해 온 것이다. 설령 죽어도, 또 만들면 되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레이스는 나이트앤젤의 말을 뒤로 하고 떠났다. 나이트앤젤은 기가 막혀서 레이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명령을 받은 레이스는 십여 분이 걸려 지정된 위치에 도착했다. 공업 단지의 중심부였다.


메이의 예상대로 철충들의 경계가 삼엄했지만, 은폐장을 써서 투명해진 덕분에, 들키지 않고 유도 포인트까지 무사히 다다랐다.


레이스는 무릎 쏴 자세를 취하고 개인화기의 레이저사이트를 켰다. 이어서 근처 포인트로 핵미사일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군용 바이오로이드답게 자신이 휘말릴 거란 생각은 뒷전이었다. 그저 필요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한편, 이미 필요한 조치를 마친 메이는 곧 어디론가 무전을 보냈다. 그리고 몇분 뒤, 유도 요청이 전해지자 주저 없이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다.


마침내 메이의 모선으로부터 묵시록급 전술핵 미사일이 두 발 발사되었다.


나이트앤젤은 걱정스런 눈으로 레이스가 사라진 방향과 메이를 번갈아 보고만 있었다. 호위하던 둠 브링어 부하들도 아무 말 없이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모든 둠 브링어 부대, 철수해. 지금 당장."


"……."


이때, 레이스 또한 유도가 끝나자 소총을 거두어 들였다. 하지만 그녀가 제트팩으로 날아가는 속도로는 곧 있을 핵미사일의 폭발을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도 레이스는 제트팩을 작동시켰다. 살아남으려 도망치는 건 아니었다. 혹시나 다시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피하려는 것 뿐이었다.


어차피 핵폭발에 휘말려도, 두번째 레이스가 나타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주변에 충격파가 일어나고, 몸이 휘청거렸다. 그와 동시에 순간 이동이라도 했는지 뜻밖의 인물이 나타났다.


"당신은……?!"


"어휴, 빨리도 작전한다. 하품 나오겠네."


나타난 이는 다름아닌 스카이 나이츠의 전대장 슬레이프니르였다. 그녀는 오르카호에서 그 누구보다도 빠른 바이오로이드였다. 하지만 둠 브링어의 유닛은 아닌지라, 메이의 명령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레이스는 후퇴하려던 것도 잊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쪽 대장이 너 구해달라며 우리한테 부탁까지 하더라고. 그러니 친히 와 주었지…… 자, 얘기는 이쯤 하고 빨리 묶여."


그녀는 이미 레이스가 출발할 때부터 오르카호에서 뒤따라 출격한 것이었다.


슬레이프니르는 레이스를 자신의 몸에 단단히 밀착시켜 묶은 다음 바이저와 보호막을 작동시켰다. 스텔스 전투기 노릇을 담당하는 그녀의 최대 속도는 음속마저 초월할 정도였다.


"날아간다-"


슬레이프니르는 신나서 한마디 하는 동시에 몸에 묶인 레이스와 더불어 모습을 감추었다. 그로 인한 충격파가 다시 주변을 뒤흔들었다. 방어하던 철충들은 뒤늦게 침입자를 알아차렸지만, 어쩔 방법은 없었다.


얼마 뒤, 목표 지점까지 날아간 핵미사일이 빛과 열을 번쩍이며 철충의 공장들을 모조리 붕괴시켜 나갔다. 그러나 슬레이프니르와 레이스는 이미 둠 브링어 부대 근방에 접근해 있었다.




* * *




작전은 아무 피해 없이 성공했다.


메이는 무사한 슬레이프니르와 레이스와 더불어 부대를 거느리고 위풍당당히 귀환했다.


작전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사령관은 머쓱하게 말했다.


"메이. 왜 작전 계획을 전부 설명하지 않았어. 하마터면 네가 진짜로 레이스를 희생시킬 줄 알았다고."


메이가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지. 철충이 감청을 할 지 어떻게 알고. 게다가, 애초에 이몸이 부하를 버릴 리 없잖아?"


"메이 너는 참."


곁의 나이트앤젤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대장이 부하를 버리려는가 하고 진심으로 실망해서 경멸할 뻔했다.


메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처음부터, 사령관이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한 게 잘못이야."


그 점에 대해서는 사령관도 할 말이 없었다. 메이의 말이 이어졌다.


"난 놈들이 만만할 거란 생각이 안 들었거든. 저런 곳의 방비가 허술할 리 없잖아? 그래서 처음부터 레이스와 슬레이프니르를 활용하기로 결심했었어. 덕분에 이 내가 자존심까지 접고 타부대 지휘관한테 부탁도 했다고."


사령관은 입맛을 다셨다. 승리의 주역인 레이스와 슬레이프니르는 식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이편의 대화엔 아예 관심도 두지 않고 있었다.


"뭐…… 끝이 좋으면 좋은 거지. 그래도 총사령관인 나한텐 한마디 힌트라도 줄 수 없었어?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메이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냥, 자그마한 복수라고 생각해 둬."


"뭐어?"


"대낮부터 방으로 레이스를 불러들인 사령관에 대한 복수."


사령관은 머리를 긁었다.


"아, 그때 그건…… 진짜 낮잠만 잤어. 레이스도 곁에서 졸았고.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 했다고."


메이는 여전히 토라진 표정이었다.


"그건 나도 알아. 레이스한테 들었어. 내 말은, 날 부르고 낮잠 잘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거야."


"그건…… 안 그래도 레이스가 쉬는 날엔 맨날 훈련만 한다길래. 레이스한테 훈련 말고도 다른 일을 알려 주고 싶어서 말야. 그것 뿐이야."


메이는 잔을 들고 사령관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툭 내뱉었다.


"……그나저나, 사령관은 레이스가 그렇게 걱정됐나봐? 나한테 폭언까지 할 정도로."


사령관은 잠깐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대답했다.


"그게 아니라니까. ……메이. 난 말야, 설령 네가 목숨을 버리겠다고 해도 말렸을 거야. 내겐 레이스든 메이든 모두 소중하니까…… 그러니 화 좀 풀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메이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이날 술자리가 파한 뒤, 나이트앤젤이 물었다.


"대장은 어떻게 알았어요? 레이스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란 걸요."


메이가 가볍게 눈을 흘겼다.


"나이트앤젤. 내 텔레파시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 있거든? ……사령관처럼 인간이면 몰라도, 레이스 같은 애들은 바로 알 수 있어. 그래서 믿은 것뿐이야."


나이트앤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다시 휴일이 찾아왔다.


이날도 훈련이나 하려고 숙소를 나가는 레이스를 불러 세우는 이가 있었다.


돌아보니 메이였다.


"레이스. 오늘 할일 없지?"


"……그, 훈련이."


메이는 들은 체도 않고 말했다.


"기각. 넌 오늘은 우리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야겠어."


"공적인 일인가?"


"당연하지. 상관의 명령은 절대적인 거 몰라? 따라 와. 대장 명령이야."


"그건…… 그렇다."


레이스는 곤란해 하면서도 순순히 메이를 따라 나섰다. 전보다는 한결 덜 어색한 눈치였다.


동행했던 나이트앤젤도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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