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가 코앞이니 함선의 아낙네들 서로 모여 전 부치고 담소하니 때는 가을이나 만면춘풍이로다.


승선한 이들 가운데 마당에서 요술을 부리고 행인들에게 엽전 한 두푼씩 적선받아 근근이 끼니를 해결하는 여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 기이하여 복구루(馥具淚)라 불렀느니라.


복구루가 치렁치렁하게 음탕한 옷을 차려 입고 저잣거리 행인들 앞에서 요술을 부리면 어린아이들이 신기하다고 박수를 치고, 몇몇 아낙네들은 혀를 끌끌 차며 어엿비 여기었다.


복구루는 본래 사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았으나 이를 가엽게 여긴 선비가 커다란 함선에 방 하나를 내어주니 그 곳에 들어가 살았다.


그러나 이윽고 복구루마냥 행색을 문란하게 꾸미고 머리에 토끼 귀를 뒤집어 쓴 광대가 나타나선 복구루의 자리를 강탈하곤 자신이 그 자리에서 차력을 선보이는 것이었으니 사람들이 백토(白兎)라고 불렸다.


복구루가 답답하여 항변하면 그 자는 품에서 이빨이 여럿 난 흉기를 꺼내어 위협하니 복구루는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더니 이 염치도 없는 토끼는 자기가 살 집을 내놓으라며 복구루가 얹혀 살던 방에 궁둥이를 떡하니 붙이고는 자기는 못 나간다며 억지를 부리니 복구루는 억울한 마음 달랠 길이 없어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마구 두들겼다.


하루는 백토가 와불처럼 자리를 깔고 누워선 복구루에게 밥을 내놓으라 하였다.


복구루는 톱에 갈릴 것을 두려워하며 백토라는 계집을 타일러보려 하였으나 백토라는 년은 막무가내라,


"내가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지라 아사하게 생겼는데 집 주인이라는 자는 식객이 굶어 죽을 때까지 방치할 속셈이렸다."


하며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었다.


복구루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백토를 타이르려 하였으나, 백토는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품에서 톱을 꺼내들곤,


"이 년이 밥 대신 명을 재촉하는구나. 입으로 들어가는 게 밥인지 마거(魔鋸)인지 목구멍으로 넘어가서야 알겠느냐"


며 집주인을 협박하자 복구루는 눈물을 흘리며 밥을 하러 갔다.


이 무도한 자는 장이 들어설 때마다 어울려 다니는 패가 있었으니 일찍이 승선하여 광대놀음으로 큰 돈을 번 모모(毛毛)라는 자였다.


모모라는 계집도 무도하기는 백토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도척과 다름없는 자인지라, 그 날은 백토가 머무르는 곳으로 놀러 와 백토와 친근하게 안부를 물었다.


그러나 모모 눈에 보이기에 백토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는지라, 사연을 물으니 백토는


"집 주인이라는 자가 무정하여 식객을 굶어죽이려 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하고는 모모와 함께 복구루를 조소하였다.


백토나 모모나 심성이 고약한 것 외에도 음란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었으니 모모는 장터에서 구한 요상한 송편을 꿰어 놓은 옥관(玉串)을 꺼내 들고는


"내가 적적하여 마당을 돌아다니다 귀한 것을 구했으니, 서로 항문에 끼워 주고 즐기지 아니하겠는가"


하며 백토와 서로의 둔부를 마주한 채 구멍에 구슬을 끼워주며 즐겼다.


한편 밥을 하다 방에서 음탕한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 복구루가 돌아가 보니


두 여자가 서로 엉덩이를 탐하는데 송편을 꿰어놓은 것이 구멍에서 들락날락하고


"아아,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보배이듯 송편 다섯 말도 꿰어야 물건이로다" 하며 좋아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가 막힌 광경에 복구루도 더는 참지 못하고


"도적떼가 내 집에 들어와선 집 주인더러 밥을 내놓으라고 겁박을 하고 음란한 짓을 벌이니 내 어찌 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가린 채 살겠는가"


라며 밖에서 물그릇을 가져와서는 방 안 두 사람에게 끼얹었다.


이에 두 여자가 잠시 복구루를 바라보더니


"어찌하여 도를 넘는가"


하며 품에서 톱과 칼을 꺼내들고는 복구루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이에 복구루가 크게 놀라 달아나매, 옷이 칼에 베이고 톱에 찢겨 몸에 걸친 것이 온통 넝마가 되었고 복구루는 부끄러움도 잊고 달리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바닥에 엎어져 버둥거리는 복구루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두 강도가 잠시 생각하더니 엉덩이에서 꿰어 놓은 송편을 꺼내 복구루의 둔부를 벌리고 한 알씩 집어넣었다.


복구루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데 두 여자는 아랑곳 않고 송편을 전부 집어넣더니, 쇠뿔을 뽑든 단숨에 꿰인 송편을 뽑아드니 복구루의 항문 주름이 봉긋하게 펴지며 돌출되고 복구루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기절하였다.


이에 모모가 품에서 노란 주사를 꺼내들고 복구루의 떨리는 몸에 투여하니 복구루가 막힌 숨을 뱉어내며 눈을 뜨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복구루가 몽롱한 상태로 차라리 죽여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하는데 두 여자는 이를 보고 비웃으며


복구루를 다시 넘어뜨리곤 엉덩이에 다시 꿰인 송편을 집어넣으려 했다.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송편을 잇고 있던 실이 툭 끊어지고 톱과 칼이 두 동강이 나선 바닥에 나동그라는 것이었으니,


복구루를 불쌍히 여기던 선비가 발도한 것이었다.


이에 백토와 모모가 크게 놀라


"귀하신 몸이 아녀자들 즐기는 곳에 어인 일이시오"


하니 선비는 옷을 가다듬고는


"호의가 계속되니 집 주인과 식객의 자리가 뒤바뀌고 내보내야 할 구멍으로 들어가는 일이 생기는 것이로다"


하며 복구루에게 흑철로 만든 뿔 투구를 던져주는 것이었다.


복구루가 투구를 쓰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학대하던 두 도척들의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선비에게 감사 인사 하려 뒤를 돌아보니 선비는 온 적 없다는 듯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에 복구루가 신묘한 투구의 힘을 빌어 말하길


"아, 투구에서 요상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 집 없이 떠돌아다니던 그간의 설움을 보듬어주는 듯 하는구나. 귀한 보물을 얻었으니 빼앗겼던 집도 내 것이오, 노예 아닌 복구루가 돌아온 것이로다."


하며 투구에 서린 요기를 뿜으니 백토와 모모가 정신을 잃고 자리에 쓰러졌다.


훗날 복구루는 장터에 나가 두 노비를 발가벗겨선 쪼그려 앉아 허리를 흔들게 만들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파안대소하며 던져대는 엽전을 입으로 받게 하였다고 전해진다.





자야되는데 잠이 안와서 제정신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