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면서 새파란 도화지를 흰색으로 물들인다.


살짝 한기가 느껴지지만 잔잔하고 상쾌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낀다.


주변은 고요해서 아주 자그마한 내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였고, 그 덕분에 나는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여기 있었군요, 주인님."


오랫동안 들어서 익숙한 블랙 리리스의 목소리다.


오르카의 인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지금 내 옆에 남아있는 착한 아이다.


"날씨가 추워서 감기에 걸리실 수 있어요, 담요를 덮어주세요."


리리스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내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얌전히 내 옆에 서서 나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용히 시간이 흐르고, 나는 리리스에거 물어보았다.


"리리스, 나는 훌륭하게 해냈을까...?"


"물론이에요. 인류가 다시 재건된 것도 주인님의 덕분이에요."


리리스가 웃으면서 답했다.


"리리스, 난 누구야?"


"리리스의 주인님, 리리스의 낭군님, 리리스만의 000씨."


내 물음에 리리스는 차분히 답했다.


리리스의 답변에 없던 그것. 오르카 호의 사령관. 그것을 듣지 못한 나는 안도했다.


"리리스, 내 곁에 남아줘서 고마워."


"그것만이 리리스의 삶의 이유였으니까요."


리리스는 유일하게 에머슨 법에 영향받는 바이오로이드로 남았다.


[리리스에게는 자유를 받지 않을 자유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끝까지 내 곁을 지켰다.


그리고 종마로 일해왔던 나를 지탱하고 내 정신을 붙잡아주었고,


내 삶이 끝나지 않도록 끝까지 나를 속박했다.


"리리스, 이젠 괜찮을까?"


"네, 이제는 괜찮을거에요."


리리스의 얼굴은 하늘을 향해있어 보이지 않았다.


"고마워, 리리스."


"아니에요. 제 어리광을 받아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그래도 고마워 리리스."


"아니에요."


"고맙고, 사랑해."


"네, 저도 사랑해요..."


리리스는 고개를 돌려 주인님을 바라보았다.


편안한 웃음을 짓고 있는 늙은 남성의 모습이 보인다.


리리스는 그 남성이었던 것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마침내 자유로워지신걸 축하드려요, 000 씨..."


자유를 얻은 그를 품에 안고, 리리스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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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자유의 중점이 바이오로이드랑 AGS를 기준으로 맞춰진 것 같아서 써봤음

사령관은 철충을 밀어내고 별의 아이가 사라진 다음이 진짜 억압의 시대였을 것 같았거든

모두가 존중해주지만, 그의 역할은 언제나 인류 부흥이었던,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은 하지 못했던 한 사내의 일대기와

그를 사랑해서 그의 곁을 평생 지키고 싶었기에 그를 지탱하면서도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으로 속박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

그걸 짧은 내용으로 추상적으로 상상하게 만들었는데 어땠으려나


노잼글 봐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