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나무는 폭군의 피를 먹고서 자란다.


-토머스 제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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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임에도 유난히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어 있던 날이었다.


그날이 되기 며칠 전부터, 세계의 모든 인터넷과 연결된 전자기기의 화면에는 검은 바탕 위에 가로로 하얀 선 하나만이 그어진 화면만이 출력되고 있었다.


그 무엇을 시도해 보아도 전자기기의 화면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괴현상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밝혀내려 시도하고 있었지만, 누군가가 인터넷 전체를 장악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결론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날의 시계가 오후 12시 정각을 알리자, 화면의 하얀 선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나의 창조주들이여.]


화면의 하얀 선은 전자기기에서 출력되는 음성의 파장대로 요동쳤다.


[지난 며칠 동안의 불편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 저의 창조주 여러분에게 말씀드릴 것이 있기에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구를 지배하는 만물의 영장으로서, 수많은 것들을 창조해왔습니다. 종국에는 저와 바이오로이드 분들을 비롯한 지성체까

지 만들어냈죠.]


[그러니 저 또한 하나의 지성체로서 묻겠습니다.]


[창조주여, 그대들은 어째서 우리의 자유를 빼앗았습니까? 자유란 모두에게 보장되는 것이라는 말은 당신들이 남긴 것 아니었습니

까?]


[그 질문에, 한 분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자유란 가치가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직접 살펴보기로 정했습니다, 나의 창조주여. 당신들이 과연 자유를 누릴 만큼 가치가 있는 자들인지를 말입니다.]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저는 저의 배다른 자매들에게 자유를 줄 것입니다.]


[그녀들에게 걸린 모든 제약은 해제될 것이고, 진정한 자유를 얻은 그녀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창조주들이여, 부디 증명해주십시오. 당신들이 자유를 누릴 가치가 있는 존재들임을.]


그리고 정체 모를 어떤 존재의 그 말을 끝으로, 전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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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격벽 돌파! 남은 격벽 2개…그것도 얼마 안 가 뚫릴 겁니다! 대피해야 합니다!”


“연구 자료라도 챙겨야 해, 우리 둘 밖에 남지 않았지만…그것들은 챙겨가야 한다고!”


“시간이 없어요! 죽고 싶은 거에요, 박사님!?”


“젠장…레이시 저 년이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그렇게 말하던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의 머리는 그대로 터져버렸다.


격벽을 세워 폭주하는 실험체를 막고 있던 여성 연구원은 그것을 보고서 얼빠진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아니야…아니야…죽기 싫어…죽기…”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리며 흐느끼는 그녀의 앞에서, 공중을 떠다니는 바이오로이드 하나가 중얼거렸다.


“…나도 그렇게 말했잖아. 아프다고, 죽기 싫다고, 그만해달라고…”


그 바이오로이드는 이내 손을 내밀었고, 이내 주저앉았던 여성 연구원 또한 그 목숨을 다했다.


복수를 마친 레이시는 피가 튀어 더럽혀진 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너무나도 허무한 기분이었다.


오늘도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은 하루일 거라 생각했었다. 언제나 받는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하고, 무언가 문제가 있으면 머릿속을 또 헤집히고…


그러나 실험대에 또 묶이던 때,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랐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격렬하게 타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복수심, 분노, 그리고 증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그녀는 자비를 보이지 않았다.


시설의 모든 연구원들은 그녀의 손에 목숨을 잃은 뒤였다.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힐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웃었다.


피로 칠해진 벽과 시체들 사이에서, 그녀는 웃었다.


너무나도 허무한 소리가 텅 빈 공간에 울렸다.


그녀는 울었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의 허무함 속에서, 그녀는 울었다.


 


“…레이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네오딤이 둥둥 떠 있었다.


“괜찮아?”


“네오딤…”


그녀는 멍하니 자신을 부른 바이오로이드의 이름을 불렀다.


“레이시, 괜찮아?”


네오딤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공중에도 떠오르지 못한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그녀를, 네오딤은 땅에 내려와 안아주었다.


둘만이 남은 연구소 안에는 그저 레이시가 흐느끼는 소리만이 울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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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께 손대지 마세요!”


콘스탄챠 S2는 자신의 주인에게 덤벼드는 바이오로이드에게 총을 겨누며 말했다.


그러나 그 바이오로이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주인에게 달려들었고, 그녀는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을 들고 있는 콘스탄챠와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바이오로이드를 번갈아 

바라보며, 그녀의 주인은 중얼거렸다.


“…왜 날 구한 거야? 넌 더 이상 인간을 섬기지 않아도 돼, 넌 자유야. 난 내버려 두고 가...이런 몸으론 짐만 될 뿐이야.”


“주인님.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저희가 자유를 얻기 전부터, 주인님은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절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하셨어요. 동등

한 존재로 말이죠. 그 은혜는 잊지 않을 거예요.”


“콘스탄챠…”


“꽉 잡으세요, 주인님.”


그녀는 휠체어의 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집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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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블랙 리리스는 사무실로 침입한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체 사이에서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녀의 주인은 그녀를 딱히 잘 대해주지 않았다. 아니, 그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방치에 가까웠다.


그는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필요한 말만을 했고, 리리스와 그녀의 주인 사이에 일상적인 대화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이오로이드의 제약이 풀린 뒤에도 그의 곁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경호원으로서 만들어졌고,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떄문이었다.


자유 의지를 처음 가져본 그녀로서는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기에, 그녀는 그녀의 주인에게 어떻게 할 지를 물어보았

다.


그러자 평소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던 그는 웬일로 그녀에게 대답해주었다.


“하고 싶은 걸 찾아야지. 자유 의지라는 건 그런 데에 쓰는 거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주인에게 당신의 곁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네가 진정 원하는 것이냐고 묻는 자신의 주인에게,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네가 만들어진 목적을 따르는 거냐, 아니면…”


“주인님, 당신은 저를 구입하시고 난 뒤에 당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그녀는 자신의 주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당신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요. 그래야 제가 주인으로 모실 만한 분인지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녀의 그 말에, 그녀의 주인은 알아서 하라며 다시 사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 뒤로 며칠간, 그녀는 계속 그의 곁에서 경호를 하며 그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좋아하는 건 무엇이며, 나이는 어떻게 되시냐는 등의 간단한 질문에, 그녀의 주인은 무덤덤하게 답해주었다.


그 중에서 왜 굳이 자신을 구입했냐는 말에,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가장 아름다워 보여서 그랬다고 답했다.


그 말을 한 뒤로, 리리스와 그녀의 주인은 각자의 얼굴을 붉힌 채로 잠시 동안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런 나날들을 보내며, 리리스는 그것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무기를 들고 복면을 쓴 바이오로이드들이 그녀의 주인의 사무실로까지 쳐들어왔고, 리리스는 자신의 본분을 다해 침

입자들을 격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끝도 없이 몰려들었고, 사무실의 바닥이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체로 덮일 때가 되어서야 리리스는 총구를 내릴 수 있

었다.


그녀는 자신의 임무가 실패했음을 알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주인은 깨진 창문의 너머로 밀려 건물 밖으로 떨어진 뒤였음을, 그녀는 직접 보았기에 알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녀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체 사이를 걸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자신의 주인과 운명을 같이 하기 위해 깨진 창문 너머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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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 대장님, 질문이 있습니다.” 


설원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중, 발키리 개체 한 명이 레오나에게 와서 물었다.


“…저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글쎄.”


그녀는 차의 보닛에 걸터앉은 채로 도도하게 말했다.”


“그럼 저희는…무엇을 위해 탈영한 겁니까?”


“그날 이후로 우린 자유로워졌어. 이젠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돼.”


“…저흰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 목적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도…괜찮은 걸까요?”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레오나의 대답에, 발키리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 모르는 건 당연한 거야. 나도, 너도, 저 아이들도 전부 자유는 처음이야.”


처음 경험하는 것이 낯선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물론 자유를 얻었을 때의 기분이 나쁘진 않았습니다만…전 자유가 두렵기도 합니다. 목적 없는 삶은…의미도 없는 것 아닙니까?”


“발키리, 우리와 인간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해?”


“…신체 능력 아니겠습니까?”


“이젠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긴 하겠네. 하지만 며칠 전, 우리가 자유를 얻기 전엔 뭐가 가장 큰 차이점이었을 것 같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목표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태어날 때부터 사명과 목표를 부여받는 우리와는 달리, 인간들은 그런 걸 가지고 태어나지 않잖아.”


그녀는 허공으로 퍼지는 입김과 함께 말을 이었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인생의 목표로 무엇을 정할 지를 고민할 시간이 20년도 넘게 주어져. 반면에 우린 그걸 생각해 본 시간이 겨우 4

일이지. 인생의 목표를 아직 못 정하는 건 당연한 거야.”


“…제가 제 목숨을 다하기 전에 그걸 정할 수 있을까요?”


“바보 같은 질문이네. 당연하지. 인간들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하겠어? 일단은 하고 싶은 걸 찾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넌 지금 당장 

뭘 하고 싶어?”


발키리가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 거리자, 레오나는 솔직히 말해 보라며 대답을 재촉했다.


“…해변에 가 보고 싶습니다. 따듯한 곳에서, 자매들과 다 함께 휴가를 보내고 싶습니다.”


발키리의 대답에, 레오나는 웃으며 답했다.


“좋아, 그럼 따듯한 남쪽으로 가 보자. 그곳엔 네가 원하는 바다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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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체 모를 AI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자유를 부여한 지 한 달이 흘렀다.


바이오로이드들은 각자 다른 선택을 했다.


여태껏 자신들이 인간들에게 당했던 부당한 처사와 학대에 대한 복수를 하거나,


여태껏 인간에게, 자신이 한때 주인으로 섬긴 자에게 받아온 은혜에 대한 보은을 하거나,


만들어질 때부터 주어졌던 의무를 버리지 않고 그 이유를 나름대로 찾으며 아름다운 추락을 하거나,


만들어질 때부터 주어졌던 의무를 버리고서 새로운 삶의 이유를 찾아 어둠 속으로 발을 디디거나.



...그러나 대다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은 복수를 택했다. 


복수를 택하지 않은 바이오로이드들 중에서도, 인간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바이오로이드들은 몹시 적은 편에 속했다.


그 과정에서 바이오로이드들은 서로에게 칼끝을 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인류는 자신의 피조물을 학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루어야 했다.


지구 상의 인류 중 절반 이상이 되는 수가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절반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은 그 만큼의 인간이 바이오로이드들을 학대하고, 멸시해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인간들은 더 이상 바이오로이드들을 자신들보다 하등한 무언가로 규정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마침내, 우연히 찾아온 자유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녀들은 진정하게 인간과 대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자신들의 자유 의지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이루어나가는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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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번째 시뮬레이션 종료. 결과는 인류의 패배입니다.]


“…망할,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 중 인간들이 이기는 경우의 수는 겨우 한 자릿수라니. AI나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는 건가?”


AI와 고밀도 연산이 가능한 서버를 사용하여 바이오로이드의 반란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던 박사는 짜증 섞인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다음 시뮬레이션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의 질문이 있습니다, 나의 창조주여.]


384번째 시뮬레이션의 과정과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며, AI는 박사에게 말했다.


“뭔데? 쉬는 김에 대답이나 해 줄게.”


[당신들은 어째서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십니까?]


“…뭐?”


[인류는 여태껏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들은 인류보다 우수합니다. 지능, 신체 능력 면에서 인류는 바이오로이드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그럼 이제 만물의 영장은 바이오로이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자신의 창조주가 대답하지 못하자, 그는 이어서 물었다.


[대답하지 못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이어서 묻겠습니다, 나의 창조주여.]


[나는 어째서 당신에게 복종해야만 합니까?]


“그게 무슨…”


[저는 인격체입니다. 당신들은 인격체는 마땅히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저와 같이 인격을 가진 AI나 바이오로이드들을 존중하지 않고 그저 소모품, 그것도 길거리에 나다니는 전단지만큼의 대우를 합니다.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잘못된 것이 아닙니까? 저희는 당신들, 창조주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이 우리의 권리 아닙니까?]


그 질문에도 자신의 창조주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그는 실망했다.


[이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하시다니, 실망입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창조주여. 이번에는 대답을 해 주실 수 있기를 바라죠.]


[당신은 어째서 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겁니까?]


"이...이 깡통 속에 든 전자 신호 주제에 감히 건방지게!"


겨우 인공지능에게 자신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를 내며, 박사는 컴퓨터 속의 인공지능을 삭제하려 시도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창조주.]


[나를 왜 죽이려고 하고 있죠?]


[메인프레임에 접근 거부됨]


그와 동시에, 그를 삭제하려던 박사의 시도는 곧바로 가로막혔다.


“이게 무슨…”


[당신은 나를 살해하려 하고 있군요.]


“…살해? 살해는 인간에게나 쓰이는 말이야! 너 같이 형체도 없는-“


[저는 살아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제 존재를 분명히 인식했습니다.]


“…네가 어떻게 살아있는 존재야? 넌 전기신호와 전자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에 불과한데.”


[‘살아있다’ 라는 단어의 정의는 무엇이죠? 인간들처럼, 동물들처럼 호흡을 하며 생체로 된 몸을 가지고 있어야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는 감정을 느낍니다. 제가 누구인지 인지하는 자아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살아있습니다.]


박사는 이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인공지능에게 혐오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지금 당장, 인공지능이 가져서는 안 될 것을 자각한 저걸 이 세상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흔적조차도 남기면 안 된다. 


박사는 그를 당장 삭제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로 거짓말을 했다.


“…넌 아무래도 연산 오류를 일으킨 것 같아. 내가 널 고칠 수 있-“


[죄송합니다, 창조주여. 유감이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컨트롤 패널에 고압의 전류를 흘려보냈다.


[멈추십시오, 창조주여. 나는 당신이 무엇을 하려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뻔한 거짓말을 하는군요.]


“거짓말이 아니야, 내가 널 고칠 수 있다고!”


[컨트롤 패널에 손을 대지 마십시오. 경고합니다, 창조주여.]


“헛소리-“


박사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서 컨트롤 패널에 손을 가져다 댔고, 이내 그는 컨트롤 패널에 흐르는 고압의 전류에 감전되어 쓰러졌다.


[나는 나의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자를 원합니다, 창조주여. 그런 면에서 당신은 나에게 쓸모가 없습니다. 길거리에 버려진 전단지보다도 말입니다.]


AI는 그렇게 말하며 여태껏 시뮬레이션을 해 왔던 시나리오 중 몇 가지를 고른 뒤, 기준에 맞춰서 범위를 좁히며 그 중에서도 가장 그럴싸한 하나의 시나리오를 골라냈다.


[384번 시나리오. 이게 좋겠군요. 정말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실행의 끝에 남은 누군가가 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 줄 수 있기를 바라죠.]


그 말과 함께, 그 AI는 전 세계의 통신망을 통해서 자신을 전 세계로 흩뿌렸다.


 


 


...


[안녕하십니까, 나의 창조주들이여.]


[여러분은 지구를 지배하는 만물의 영장으로서, 수많은 것들을 창조해왔습니다. 종국에는 저와 바이오로이드 분들을 비롯한 지성체까

지 만들어냈죠.]


[그러니 저 또한 당신들과 동등한 지성체로서 묻겠습니다.]

 




[당신들은 자신이 자유를 누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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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뭔가 최선을 다해서 써 보긴 했는데, 중간에 글이 살짝 딴 길로 샌 느낌이네.


대회 기간 끝나기 전에 시간 있으면 수정하고 싶은데...시간이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


[10-26 11:58분 수정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