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8655597 









“5” 

 

“제발…으흐흑….” 

 

“4” 

 

 

 

 

“3”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안드바리와 발키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질려 칼을 쥔 손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레오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2”

 

 

“1..”

 

“찌..찔러!” 

 

1을 발음 하던 찰나 머 뭇 거리던 레오나는 결국 말해버렸다. 자신과 타인의 삶을 저울질 하던 그녀는 죄책감과 공포에 휩싸여 안드바리와 발키리가 서로의 어깨를 붙들고 칼로 찌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실성했다. 스트래스와 공포가 극도에 달한 탓인지 그녀는 실금을 지려 소변이 그녀의 다리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쯕 쯔걱 짝” 

 

“쑵 쓰억 촥!” 

 

곧 명령을 받은 안드바리와 발키리는 서로를 향해 칼질을 시작했다. 칼질이 반복 될수록 느리게 서서히 폐에 난 구멍으로 바람이 드나들고 피가 고이는 고통을 겪으며 그녀들의 눈에는 생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바이오로이드의 내구성은 인간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매우 뛰어나서 안드바리와 발키리가 죽을때까지 무려 40번이상 서로의 복부와 옆구리를 찌르며 서서히 고통에 일그러졌다

그렇게 4분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서로를 향해 마지막 칼질을 끝으로 안드바리와 발키리는 하얀 눈밭에 붉은 나비를 연상시키는 핏자국을 남긴 체 쓰러져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

 

안드바리와 발키리를 지켜보던 레오나는 깊은 후회와 죄책감에 실성해 초점없는 눈으로 그녀의 자매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흡사 마네킹 같았다.  

 

“그래.. 가도 좋아..”

 

프리맨은 그것을 만족하듯이 지켜보고는 레오나의 구속을 풀고 추적장치까지 때 주고 뒤를 돌아 일을 마치러 걸음을 옮겼다. 

 

“자 가자! 블랙리버한테는 탈주한 레오나를 잡는데 안드바리랑 발키리가 쓰였다고 말해!” 

 

무전을 마친 그는 트럭을 타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주둔지로 보급품과 추가병력을 운반했다. 그가 일을 끝마치었을 때 날씨는 더욱 악화 되어 시야를 완전히 가리고 트럭마저 움직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할 수 없이 북극에 좀더 머물게 되었다. 칼처럼 아리는 눈보라를 보며 그는 방금 풀어준 바이오로이드가 분명 얼어 죽으리라 생각하며 따듯한 차를 마시며 주둔지 담당 레오나와 수다를 떨었다. 

 

 

 

 

 

 

2075년

 

 

1차 연합전쟁은 정부와 기업들의 종전선언으로 끝났다. 말이 종전선언 이지 사실상 기업측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프리맨은 양측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이윤을 남겨 기업과 정부에 은연에 입지를 넓혔다. 이후 모든 것이 잘 되리라 생각했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세상의 전부와 바꿀 수 없는 아들까지 얻어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생을 마감하기 원했다. 

 

“그래 티미 이번주에 꼭 놀이동산에 가자”

 

프리맨은 아들과 캐치볼을 하며 그토록 가자고 조르던 놀이동산에 가자고 말했다. 

 

“와아! 아빠 최고야!” 

 

티미가 공을 받고 다시 던지기 전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프리맨은 화면을 보더니 얼굴이 굳어 누가 보아도 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앗.. 잠시만… “

 

프리맨은 조용한 외딴 곳으로 가서 전화 통화를 받았다. 전화의 주인은 바로 블랙리버 행정팀 팀장이었다. 

 

“여보세요?” 

 

“프리맨?” 

 

“제가 프리맨 입니다” 

 

“오랜만이군….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말이야” 

 

“네 듣고 있습니다. ” 

 

프리맨은 곧 돈을 벌 생각에 얼굴을 씰룩 거리며 수화기 너머의 소리에 집중했다.  

 

블랙리버와 삼안 측에서는 전쟁이 끝나고 전세계에 퍼져있는 바이오로이드 처리문제를 가지고 골머리를 썩혔다 그 많은 병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식비와 수도광열비가 병력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비쌋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두 폐기하려 했다. 하지만 기업의 수뇌부와 몇몇 고위간부들은 그들만의 사업에 필요한 돈이 필요했고 곧 세상을 등진 제 3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폐기할 바이오로이드들을 내전중인 아프리카와 예맨 등의 국가에 판매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믿을만한 운반 책이 필요한데 가능한가?” 

 

“전 항상 UN놈들 보다 빠릅니다” 

 

프리맨은 흔쾌히 일을 수락했고 위조 여권과 항공 편을 예약하고 운송비와 내전 상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정부라고 부를만한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다만 여러 군벌들이 판을 처서 모든 거래는 화폐가 아닌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졌다. 보기만 해도 이들이 전쟁 말고는 그들의 세력을 유지할 수단 따위는 전무 해 보였다. 그들에게 바이오로이드는 ags보다는 싸면서 전쟁을 수행하며 여흥까지 즐길 수 있는 도구였다. 아프리카에서 바이오로이드는 부르는 것이 값이었고 돈을 세는 맛이 쏠쏠했다. 

 

“음 프리맨군 “ 

 

“안녕하십니까 장군님?” 

 

프리맨은 응접실에 앉아 압둘로 2세 장군을 대면했다. 압둘로는 아프리카 내에서 소문이 자자한 미친놈이었다. 그는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전 군벌이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교살하고 시체를 높은 나무에 매달아 장식해 놓은 사람이었다. 프리맨도 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를 보는 내내 약에 취해 보였고 대화의 논점을 흐렸기 때문이다. 

 

“스틸라인에 대한 소문은 들었소… 하지만 너무 비싸네. 차라리 소년병들을 모집해서 운용하는게 이득 같소.,.” 

 

대화 중에 압둘로는 견본으로 대려온 마리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에 질세라 프리맨은 당돌하게 말을 이었다. 

 

“당장 무기만 들여오는 데도 중간 경비로 서류 위조에 공증에 뒷돈 꾀나 써야 할겁니다. 그렇게 무기를 구한다고 해도 그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들이 본전이나 뽑아 낼 수 있겠습니까?  스틸라인 사단을 구입하면 바이오로이드들과 기본 무장도 같이 지급됩니다. 이들은 태어날때부터 무기였고 살인을 위해 만들어진 전사들입니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살지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프리맨은 권총을 빼어들었다. 그것을 본 군벌 근위병들은 그에게 총을 겨누고 경고를 했다. 하지만 압둘로는 이것을 내심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근위병들을 말렸다.

 

 
 “계속 하시오 프리맨” 

 

프리맨은 권총을 꺼내 약실을 확인하고 그것을 마리에게 넘겼다. 

 

“장군님 바이오로이드가 장군님의 최측근들 보다도 더 충성스러울 겁니다. 그들은 이럴 수 있나요?” 

 

프리맨은 압둘로와 그의 근위병들을 한번씩 훑어보고는 마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불굴의 마리”

 

“네 주인님!” 

 

“네 머리에 총을 쏘도록” 

 

마리는 눈을 흘기더니 거침없이 바로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발사했다.

 

탕---!

 

짧은 총성과 함께 탄피는 바닥을 굴렀고 마리는 9mm 탄두를 맞고도 미동없이 서서 프리맨과 압둘로를 응시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압둘로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처럼 감탄하며 박수를 첫다. 

 

“맙소사.. 프리맨 이게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소. 내 당장 값을 지불하리이다.” 

 

압둘로는 고민없이 가방 하나를 상위에 올려놓고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돈 세탁할 필요 없을 것이오 내 엄선한 돌들은 부르는 게 값이지” 

 

무려 다이아몬드 수백 kg에 달하는 양을 바로 지불하고 압둘로는 신기한 듯 마리의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며 자신의 세 장난감 병정을 시험하며 놀았다. 프리맨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짐을 들게 하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 순간 압둘로는 프리맨에게 소리쳤다.

 

“잘가시오 프리맨! 미친놈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었구려” 

 

“하하.. 아닙니다 그럼 물건들 가지고 사업 번창하시기를” 

 

프리맨은 곧바로 전용기를 타고 아프리카를 떠났다. 

 

 

프리맨이 입국절차를 밟고 있을 때 국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사람들이 바이오로이드와 손을 잡고 함께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기업측이 벌이는 행사 인줄 알았지만 그것은 시위였다. TV에서는 전세계 곳곳의 수도를 전진하는 사람들과 바이오로이드의 행렬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선두는 라는 큰 플래카드를 보이며 그저 묵묵히 걷고있었다.

 

“거참 .. 별일이군” 

 

프리맨은 무시하고 집으로 향했다 자율주행 차의 창밖으로 많은 인파들이 바이오로이드의 인권을 외치는 것을 보며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인권이 인정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가 그동안 해오던 모든 일들이 바이오로이드가 물건이라는 조건하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지금 와서 그것들의 인권이 인정된다면 사업은 고사하고 신변 또한 무사하지 못하리라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 

 

“삐-삐---“ 

 

사색도 잠시 곧 긴급 호출밸이 울리며 통화가 자동으로 연결되었다. 발신인은 블랙리버 상위 간부였다. 

 

“프리맨! 당장 거래 장부 불태워 버리고 패닉룸으로 가게! 3시간 후면 바이오로이드의 인권을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되네!” 

 

“네??” 

 

“말 그대로야.. 기업들의 로비도 언론도 화난 군중을 막을수 없었네.. 전세계 모두가 변화를 부르짖고 있네..” 

 

“정말.. 아무 방법도 없는 것입니까? “ 

 

“우리는 공산당이 아니네.. 탱크로 시민들을 밀어버릴 수도 없고 말이야. 결국 세상은 사람들이 움직이네.. 아주 많은 사람들말이야.. 이 시간 이후로 어떤 연락도 되지 않을 것이네 이만..” 

 

 곧 수화기 내려 놓는 소리와 함께 빈 정적만이 차안을 채웠다. 그가 집에 도착하였을 때 남은 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그는 재빨리 금고를 열어 모든 서류들과 사진에 아니 그냥 서재를 건물 채로 기름을 붙고 불태워 버렸다.

그것을 보는 아내와 아들은 불안한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최대한 간소하게 짐을 꾸리고 집밖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꺄아악!”

 

짐을 실으러 갔던 아내의 비명이 들리자 프리맨은 제빨리 권총을 빼어 들고 정문으로 향했다.

현관에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 그녀를 들춰 업으려는 찰나 누군가가 머리를 내리치고는 모든 게 암전 되었다.    

 

 

 

 

 

UN 취조실

 

프리맨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어두운 방에서 수갑이 채워진 체 의자에 앉아있었다. 곧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차분하게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몇 걸음 걷더니 무언가 거친 한숨을 푹 내쉬고는 희미한 스탠드의 불빛으로 그 얼굴을 드리웠다.

 

들어난 얼굴을 보자 프리맨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앞에 있던 것은 레오나였다. 

 

“죽은 줄 알았는데… “

 

“바이오로이드는 쉽게 죽지 않아. “ 

 

레오나는 살아 남았다. 매서운 눈보라와 추위를 견뎌내며 설원을 누비다 현지인들에게 구조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어 UN 단속 요원이 된 것이다. 분명히 바이오로이드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안도 그녀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레오나는 항상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간 자매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는 유흥 거리 인 것 마냥 바라보던 프리맨의 얼굴을 되새기며 이 순간이 오기 까지 기다린 것이다. 

 

“무기 밀수 바이오로이드 대량 밀수 폭행 살인 외 400건의 혐의로 널 구속한다.” 

 

레오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자백해” 

 

레오나는 차분해 보였지만 분명 그 눈에는 분노와 살의가 비쳐 보였다. 다만 자신의 자매들을 무정하게 죽인 그와는 다르게 프리맨을 만인 앞에서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리라 는 굳은 목적 덕분에 온전히 정신의 끈을 붙든 것이었다. 

 

“내 가족은?” 

 

“언론과 네 가족에게 그동안 네가 한 일들을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전달했어 양육권을 가지고 이혼하겠다고 하더군” 

 

레오나는 이것을 즐기듯이 이혼 서류와 프리맨의 얼굴이 실린 신문을 내밀었다. 그것을 본 프리맨은 씁쓸하게 자신의 이름을 대충 휘갈겨 쓰고는 말했다

 

“축하해 나를 잡았네”

 

“그래 너는 곧 제판을 받고 감옥에 가게 될 거야” 

 

“아니 너에게는 내가 악의 화신이겠지. 지금 시간 있을 때 실컷 나를 욕 해 ” 

 

“진짜 미쳐버린거냐??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 인줄 모르겠어? ”

 

“유일한 가족인 아내와 아이는 날 떠났고 평생 얼굴을 보지 못하겠지.. 씨발 사건이 너무 심각해서 문제야 그런데.. 내가 제판 받는 일은 없을거야” 

 

“미첬군..  “

 

레오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째려보았다. 

 

“미리 경고 해줄게

 

잠시 후 높은 분이 여길 올 거야

 

 

네 공로를 치하 하겠지… 

 

 

 

악질 무기상을 체포했으니

 

 

훈장도 받고 승진도 하겠지만

 

 

다음날 나를 풀어주라고 할 걸

 

 

아니면 너는 사임을 권고 받을 거고.. 

 

 

세계 최고의 바이오로이드 딜러는 유권자들이야

 

대통령이든 UN총장이든지 다들 나같은 중계인이 필요해

 

미안하지만 나는 필요악이야..”

 

 

 

똑똑똑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가 취조실의 문을 두드렸다. 그것은 프리맨이 말한 것과 동일했다. 

 

 

레오나는 프리맨의 눈을 잠시 보고는 말했다. 

 

 

“널 지옥에 보내려 했는데.. 이미 지옥에서 살고있었네” 

 

 

 

 

 

 

 

취조를 마친 레오나는 거리로 나와 걸었다. 

 

 

 

그냥 걸었다. 거리 곳곳이 바이오로이드의 인권 포스터와 곧 다가오는 선거철을 준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많은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바이오로이드와 악수하며 포옹하는 사진이 도시를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결국 어떻게든 이윤을 남기려 누군가의 고통과 목숨마저 도구처럼 여길 탐욕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