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챠가 아프다. 덕분에 내 부관 자리가 비어버렸다. 콘스탄챠가 복귀하기 까지 꼬박 하루, 따라서 오늘 하루 동안 내 부관이 되어줄 바이오로이드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몸이 왔다는 말씀!"


검은 타이즈가 쫙 달라붙는 음란한 차림새의 슬레이프니르가 빈약한 가슴을 들이밀며 위풍당당하게 외쳤다.


몸에 그렇게 달라붙는 옷을 입고도 당당한 너의 그 자신감이 난 부럽구나.


"좋아, 부관으로 왔으니 일 해야지"


넌 좆됐어 시발아


*


"갸아아아아아!"


"야! 그거 내 대사야!"


내가 그녀에게 영향을 많이 준 것일까, 슬레이프니르가 내 특유의 비명을 지르며 엎어졌다. 그녀의 앞에는 수많은 서류가 놓아져 있었는데 그녀는 그 서류의 반도 해치우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그냥 엎어졌으면 몰라 그녀는 기어코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나 안 해! 아니 못해!"


빠악


그녀의 정수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뺡!"


"꼭 매를 벌어요. 시발"


야, 근데 니 정수리 찰지다. 조금만 더 때리자.


"때... 때렸겠다! 아빠한테도 맞은적 없는데!"


"넌 아빠가 없어! 고아새꺄!"


머리를 너무 쎄게 때린 탓일까, 아까부터 헛소리만 줄줄 늘어놓는다.


이럴 때는 매가 약이라는 조상님의 지혜를 빌릴 차례다.


빠악


"뺡!"


"일해! 병신아!"


슬레이프니르를 갈구어서 어떻게든 오전 분량의 서류를 끝냈다. 최근에 셀레머시기나 블랙웜들을 따르던 바이오로이드 덕분에 일거리가 확 늘어났다. 그것만이 아니라 최근 철충과의 전투도 제법 있었기에 내가 결재해야 할 서류는 그야말로 산을 이루었다.


신나게 오후분의 서류도 둘러보는데 슬레이프니르가 다시 투덜대기 시작했다.


"사령과안, 나 배고파"


"그릉가?"


"그랭"


그리하여 나와 슬레이프니르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슬레이프니르가 식당에 들어섰다.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자 레드후드가 경례를 하려고 하였다.


"밥이나 먹어, 부담스러우니까"


다시 자리에 앉는 레드후드를 뒤로하고 식판을 가지러 갔다. 


"오늘도 죽이는군!"


그때 아스날이 내 고간을 만지고 유유히 사라졌다.


드디어 미쳐버린 건가...


노래자랑이 끝난 뒤에 저년과 앨리스에게 쥐어짜이던 그 광경을 떠올리면 눈물이 부들거리고 손발이 줄줄난다.


"사령관, 갑자기 왜 떨어?"


"그런게 있어"


"?"


슬레이프니르의 대답을 대충 넘기고 내 몫의 식사를 배식받고 자리에 앉았다. 내 앞 자리는 슬레이프니르가 앉았다. 그리고 나와 그녀는 조용히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령관"


젓가락으로 문어모양 소세지를 가지고 놀던 슬레이프니르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왜"


"사령관은 사령관실에서 따로 주문하면 다른 메이드들이 알아서 더 맛있는 걸로 보내주는데"


왜 굳이 여기서 먹어?


"외롭잖아. 혼자 먹는거"


내 대답에 그녀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웃었다.


"우리 사령관 아직 애기구...뺡!"


"밥이나 먹어 병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