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의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며 암울한 시절을 보냈고, 성인이 되어서도 가난한 공장 노동자로 살다가,


한 바이오로이드가 무참하게 살해당했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하여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하여 자경단원이 되었지만,


그가 무엇을 하든, 살인을 제외한 얼마나 과격한 수단을 동원하든지 좆같은 세상은 여전히 변함이 없고, 그가 지쳐갈 때 쯤에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을 사건이 또 하나 터지게 되는 거지.


바이오로이드들을, 그것도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한 모델들만 모아다가 고문하고 토막내서 살해하고 남은 '잔해'들은 자신이 키우는 도사견들에게 던져주던 작자가 있었는데, 남자는 그 인간을 두드려 패서 경찰서 앞에 가져다 놓았지만 다음 날 겨우 재물손괴죄로 벌금 좀 물고 풀려나는 걸 보고서 남자는 그날 밤 그 살인마의 집으로 찾아갔어.


그리고 그는 그 살인마의 손목을 수갑으로 냉장고에 묶어버린 다음, 줄톱을 하나 던져 주고선 집에 불을 질러버렸지.


죽고 싶지 않으면 네가 저질렀던 짓처럼 너 스스로를 토막내고 도망쳐보라는 뜻이었어.


남들을 토막낼 깡은 있었지만, 자신의 손목을 자를 용기는 없었던 살인마는 집과 함께 불탔고, 그는 그것을 보며 후회하는 거지.


자신이 조금만 더 과격한 수단을 동원했더라면, 목격자들의 손가락이라도 꺾어 가며 강제로 증언을 얻어냈더라면,


자신이 조금만이라도 더 빨리 그렇게 했다면 몇 명이나 되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목숨을 구했을까, 하며 자신을 자책하던 남자는 이내 어두운 뒷골목으로 모습을 감췄어.


그리고 남자는 깨달았어.


갈 곳 모르는 이 세상은 정체 모를 형이상학적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그 아이들을 죽인 건 신이 아니며. 숙명이 아이들을 도살한 것도, 운명이 그들을 개에게 먹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 인간들이 그것을 방관하다시피 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세상 자체가 아무 의미도 없기에 세상은 어둡고, 인간들은 죄를 범하고, 그렇기 때문에 삶이란 의미없는 어둠에서 태어나 망각으로 향하는 것 외에 아무 의미도 없어져버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자경단원으로서 활동했어.


그가 밤마다 도시를 돌아다니며 무엇을 하든지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자경단원으로서 활동하며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을 범죄의 손아귀에서 구해내며, 세상의 법은 중죄로 판결하지 않는 중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다니지.



자신의 그 행동들이 암울한 세상이 멸망의 끝으로 가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는 신념을 가지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