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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된 건데?”


사령관은 하르페이아의 품에 안겨 하늘을 날아가며 말했다.


“글쎄.”


엘븐과 다크엘븐을 양 팔에 낀 채로 하늘을 날아가며 1318번은 말했다.


그들은 현재 세레스티아가 만들어낸 마을에서 도망쳐 나온 참이었다.



그 전말은 이러했다.


그들은 블랙 웜의 안내에 따라 세레스티아와 만날 수 있었지만, 1318번은 그녀와 만나는 즉시 그녀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 또한 마을 주민들이 전부 하고 있는 귀걸이를 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1318번은 하나의 가설을 세웠고, 그 즉시 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실행했다.


그는 사령관과 대화를 하고 있던 세레스티아의 귀에 달려 있던 귀걸이를 탈착시키려 했지만, 그가 그렇게 행동하자 마자 갑자기 주변에서 소속 불명의 AGS들이 습격해 왔고, 1318번과 하르페이아는 재빠르게 일행을 데리고 하늘로 탈출을 감행한 것이었다.

 

“글쎄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잖아! 그 귀걸이는 도대체 왜 빼려고 한 거야?”


“그 귀걸이에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더군. 섬 북쪽의 벙커에서 송신되는 전파를 수신하고 있었다. 전파를 분석해 봤지만, 다중으로 복

호화가 되어 있어 해독이 불가능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전파라니? 그리고 벙커?”


“확실하진 않지만, 그 전파가 그 마을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더군.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을 하도록 하지.”


그때, 오르카 호의 통신망을 통해서 급한 연락이 도착했다.


[비상, 섬 곳곳에서 다수의 AGS가 아군을 공격 중, 신속 지원 바라!%!%!^…..]


“뭐지? 통신이…”


“통신 장애로군. 그것도 꽤 강력한…”


1318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일단은 오르카 호로 돌아가서 내려주지. 난 섬 북쪽의 벙커에 볼 일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 보겠다.”


“…그곳에 뭐가 있었는데?”


“아까 말했듯이, 벙커가 있었지. 그 괴전파를 쏘아내는 근원지이자, 이 통신 장애의 원인일지도 모르는 곳. 그러니까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그곳으로 가 보는 수밖에 없겠-.”


[경고, 열원 반응 감지]


1318번은 그 경고를 듣는 즉시 왼쪽으로 회피 기동을 시전했고, 그가 그러자 마자 그의 오른쪽으로 고열의 광선이 스쳐 지나갔다.


“이게 무슨…”


사령관이 당황하며 중얼거리는 사이, 1318번은 밑을 내려다 보며 그 광선을 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냈다.


“타이런트로군. 성가신 게 있었어.”


1318번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지상으로 내려갔다.


“무슨 짓이야!?”


“너흰 여기서부터 육로로 가라. 내가 저걸 막아보지.”


“…타이런트를 혼자 상대하겠다고?”


“그래. 저 녀석과 추적대를 내가 막아 보지.”


“미친 짓이야, 너 혼자서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너희와 너희의 그 거추장스러운 흉부 지방까지 매달고 싸울 순 없으니 빨리 가기나 해라.”


그녀들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어 그녀들이 자신에게 짜증을 늘어놓으며 후퇴하게 만든 뒤, 1318번은 정면에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타

이런트를 응시했다.


“좋은 실험 기회로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싸울 태세를 갖췄다.


타이런트가 자신에게 그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며 돌진하자, 그는 가볍게 공중으로 도약해 공격을 피하며 손에서 열선을 발사했다.


그러나 한 손만으로 쏜 열선은 타이런트의 두꺼운 장갑에 피해를 별로 주지 못했다.


“역시 이것만으로는 안 되겠군. 그걸 쓰거나…”


1318번은 타이런트의 벌린 아가리를 바라보며 하나의 생각을 떠올렸다.


자신의 신체 내구도가 버텨줄 지는 의문이었지만, 실행할 가치는 있었다.


그는 타이런트가 자신을 물어뜯으려 벌린 아가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대로 타이런트의 체내로 돌진한 그는 타이런트의 몸 안에서 사방으로 열선을 난사했다.


두꺼운 장갑판 안에서부터 타격을 입은 타이런트는 동력부를 공격당하자 폭발을 일으키며 부서졌고, 타이런트의 체내에서 폭발에 의


해 튕겨 나간 1318번은 나무에 부딪히며 말했다.


“…신체 내구도 향상이 필요하겠군.”


그가 중얼거린 대로, 그의 신체는 심한 손상을 입은 채였다.


외부 장갑들 중 절반이 살짝 안 되는 수가 손상을 입거나 떨어져 나간 채였고, 오른 팔의 구동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무모한 작전이었지만, 성공하긴 성공했군.”


그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신체를 일으켰다.


“젠장, 비행 기능이 고장났군…예비 신체를 불러와야 하겠어. 덤으로 그것들도.”


그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서 숲 속으로 향하려던 때였다.


그의 등 뒤로 탄환들이 날아들었고, 그는 그것들을 맞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어느새 자신의 등 뒤까지 바짝 쫓아온 군용 AGS들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한편, 한창 도망치던 사령관은 잠시 숲 속 어딘가에 멈춰 상황을 정리하고 있던 도중에 합류한 금란과 바닐라의 보고를 듣고서 놀란 

듯이 말했다.


“그 마을 근처에 블랙 리버의 실험실이 있었다고?”


“네, 저흰 그곳에서 이상한 걸 목격했어요, 주인님…”


이상한 귀걸이를 달자마자 발버둥치며 저항하던 바이오로이드가 축 늘어지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자신을 제압하고 있던 

바이오로이드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사령관은 1318번이 헤어지기 전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귀걸이에서 전파를 송신하고 있다.


그 전파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이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게 그 소리였나 보네.”


“그나저나 사령관, 이제는 날아가진 못할 것 같아. 나무들이 너무 우거져서, 날아가다간 나무들에 부딪혀서 추락할 수도 있어…”


하르페이아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괜찮아, 그 녀석이 타이런트를 막아서고 있으니까…”


“그런 것 치고는 아까부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설마…”


혼자서 타이런트를 해치운 거냐는 사령관의 혼잣말에, 하르페이아는 그럼 그 녀석이 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거냐며 물었다.


“…동귀어진한 건가.”


사령관이 그렇게 중얼거리던 때였다.


“그럴 리가.”


기계음 섞인 목소리와 함께, 1318번은 풀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난 생각보다 단단하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몸에서는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수리가 필요해 보이는데?”


“난 방금 AGS 부대를 단독으로 처리하고 오는 길이다. 이 정도의 손상도 없이 그런 짓을 하는 건 불가능하지.”


그는 생각보다 심각한 손상을 입은 채였다.


왼쪽 팔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그의 좌반신에 달려 있던 장갑들은 거의 다가 형체를 잃거나 떨어져 나가 그의 금속 골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심지어 다리에서는 전선 몇 개가 빠져나와 땅에 질질 끌리고 있었다.


 


“그래, 네 말대로 내가 수리가 필요해 보이긴 하는군…”


그는 무너지듯이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동력부에 손상이 심하군.”


그는 미련없이 말했다.


“AGS 부대를 단독으로 처리했다고?”


“그래...불만이라도 있나?”


“아니, 그게…”


사령관은 그에게 물었다.


어째서 자신의 신체를 그렇게 희생시키며 AGS들의 추격을 막아냈느냐고.


“네가 죽으면 관찰 대상이 없어지니까 그런 거다. 내 나름대로의 호의라고 생각하도록.”


그렇게 말하는 1318번의 기계음 섞인 목소리는 작아지고 있었다.


“…넌 죽는 거야?”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AI는…”


1318번의 몸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붉은 불이 들어와 있던 그의 눈동자는 불이 꺼져 있어, 그 소체가 작동을 정지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령관은 말없이 그 작동을 정지한 소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1318번의 소체를 바라보며 말없이


 




…그리고 이어서 그곳에 요란하게 착륙한 1318번의 새 소체는 이어서 말했다.


“…AI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나? 너희들이 애도하듯이 쳐다보고 있는 그건 단말일 뿐이다.”


그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빨리 오르카 호로 가기나 해라. 인간. 조금만 있으면 AGS들이 또 떼거지로 밀려올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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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투척.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