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 -

이건 유열물이자 후회물이다.

따라서 빌드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NTR 요소가 있으니, 불호이거나 내성이 없으면 돌아가.


1편 2편

---------------------------------------------------------


(3) 뒤틀린 세상


아르망은 자신의 숙소에서 前 사령관이 떠나는 것을 생방송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생방송.

 

현 사령관은 겉으로 보기엔 前 사령관에게 잘 대해주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어떻게든 그보다 자신이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혈안이 된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前 사령관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 들어주면서, 정작 바이오로이드들과 前 사령관의 사이를 더욱 벌어지게 하면서 심리적인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결국, 이런 왕따 같은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기 마련이지만……."

 

아르망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처럼 前 사령관의 비참한 말로를 보며 웃지 않았다. 그녀가 오르카호 내에 제조되었을 때부터 前 사령관은 함 내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불신임을 받고 있었다. 당연히 아르망도 前 사령관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그는 능력은 없었을지언정 비도덕적이지는 않았다. 또한, 그 부족한 능력을 어떻게든 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심지어 지휘 실수로 다친 바이오로이드에게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과까지 했다.

 

물론 반복되는 지휘 실수와 전투 실패는 전방의 병사들에게 크나큰 위협과 불만으로 다가왔을 터이지만, 실적 자체는 분명히 나아지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1년 정도 있었다면, 그도 평범한 사령관까지는 될 수 있었을 터.

 

다만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 실력이었으며, 외모적으로는 뚱뚱하며 못생긴 아저씨였다.

 

바이오로이드라면 응당 인간의 뇌파에 반응하여 인간에게 호감이 가기 마련이나 그 강제된 호감들은 연이은 전투 패착으로 내려갔으며, 前 사령관 스스로가 가진 도덕적 관념으로 인해 바이오로이드들에게 강압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들도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머릿속 프로그래밍 족쇄를 느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이런 상태가 지속하고, 바이오로이드들 사이에 안 좋은 감정들이 쌓이기 시작하자 이것은 걷잡을 수 없이 前 사령관을 매도하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강압적으로 명령했다고 하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냐? 라고 묻는다면, 그럴 리가 없다고 아르망은 대답할 것이다.

 

지금 이 방송을 함 내에 틀도록 지시한 현 사령관이 오르카호에 발견되었을 때부터, 前 사령관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

 

前 사령관은 화면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블루레이 CD를 버리고 인사한 뒤, 고무보트를 타고 사라진다.

이것이 우리가 인간멸망 전, 간절히 바랐던 바이오로이드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의 일부인 걸까? 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생기는 아르망이었다.

 

현 사령관은 분명 뛰어난 지휘로 항상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훤칠한 외모와 활기찬 성격으로 바이오로이드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그 결과로 그가 발견된 지 한 달 만에 前 사령관은 모든 것을 그에게 내어주고 쫓겨났다. 아르망의 연산회로에서도 이것은 당연하단 결과가 도출되었으나, 객관적인 데이터일 뿐이었다.

 

능력이 없는 자가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은 비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더는 前 사령관은 지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비난하고 비참하게 만들어도 괜찮은 것일까?

 

현 사령관은 수시로 바이오로이드들을 바꿔가며 성교를 즐기고 있다. 그냥 복도에서 지나가다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방에 데려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아마 이대로라면 현 사령관은 고분고분 명령을 들으며 짖으라면 짖고 있는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을 성적 노리개쯤으로 생각하며 완벽한 하대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멸망 전 인간처럼 되거나, 원래 그런 성격이 내재하여 있었던 인간이라는 것은 이미 前 사령관에게 악취미적인 블루레이를 보내는 거로 증명되었으니까.

 

그러나 前 사령관은 능력이 없을지언정, 비도덕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사실 강제적으로 명령만 했다면 충분히 오르카호의 여성 바이오로이드들과 성적인 놀이를 할 수 있음에도, 자기만의 도덕적인 관념이 뚜렷한 사람이었던 것인지 함부로 여성의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 주저했던 것이 前 사령관이었다.

 

그렇게 아르망은 남몰래 前 사령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가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멸망 전의 인간들이 벌여온 짓들에 대해 너무나도 다양한 지식을 가져버린 나머지 前 사령관의 품성에 매료가 된 점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결국, 아르망은 이렇게 악화한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지휘관급 개체들을 설득하기 위해 백 방을 노력했지만, 그녀들은 오히려 아르망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또는 그저 단순한 농담 정도로 치부하며 무시하기 일쑤.

 

그런데도 아르망은 前 사령관을 위해 노력했다.

현 사령관을 독대하며, 前 사령관에게 질 나쁜 장난만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콧방귀도 끼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르망이 다시 한번, 화면을 바라보니 고무보트가 저 멀리 사라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옆 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아, 비참한 말로를 걸은 前 사령관을 보고 비웃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했다.

 

이젠 결정할 때이다.

이 세상에 '폐하'는 단 한 사람뿐이니까.

 



.

.

.

.

.

.




"......"

 

前 사령관의 말로가 함 내에 생방송으로 전달된 지 1시간이 지난 무렵.

 

오늘 저녁은 사령관과 동침을 하기 위해 내달려간 레오나 대신, 발키리가 자진하여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당직사령을 서게 되었다. 사실 스틸라인과 다르게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병력은 소수정예이기 때문에 말이 당직사령이지, 실제로는 당직사령과 당직 부관으로 이루어진 불침번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당직사령과 당직 부관으로 이루어진 2인 1조의 야간근무가 편성되었지만, 현 사령관이 부임한 후로는 연전연승의 연속이었기에 그 분위기에 도취해 야근 근무 역시 1인으로 편성되었다. 물론 부대별로 당직사령이 편성되기 때문에 오르카호 전체로 보면 혼자서 근무를 서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발키리는 모든 자매가 휴식을 취하는 것을 확인하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전용 행정실을 나온 뒤, 순찰하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하던 생활관을 떠나, 그녀는 깜빡거리는 비상구 불빛만 비추어지는 하층 전용 계단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 묵직한 문을 열자 어두운 복도가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그녀가 당직을 맡게 되면 항상 해오던 일이니만큼 아무렇지 않게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

새까만 어둠 속의 복도에서는 발키리가 신고 있는 전투화 소리와 가끔 찰칵거리며 부품들끼리의 마찰음을 내는 저격용 총의 소리가 울렸다.

 

다른 부대에서는 당직사령도 편한 복장으로 지내고 있지만, 발키리는 특유의 성실한 성격으로 인해 전투 군장을 챙긴 채로 근무를 서고 있었다.

 

[철컥]

 

발키리는 자신의 순찰 구역 중 하나인 비상 대피 구역으로 들어왔다.

 

잠항 중인 오르카호 내에서도 인적이 없는 곳인 비상 대피 구역은 복도와 마찬가지로 가끔 들어오는 기계들의 점멸등을 제외하면 암흑 그 자체였다.

당연하지만 비상시를 제외하면 이 장소에 인원이 있을 필요가 없으므로 보통 선실에 달린 일반 조명은 하나도 켜져 있지 않았다.

 

그렇게 입구에서 한 번 쓱 둘러보고 나가려는 찰나, 아주 작은 부분이었지만 기계 사이에 섞여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발키리는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누구냐!"

 

어두운 곳이었지만, 발키리의 개조된 한쪽 눈은 어느 정도의 어둠을 걷어낼 수 있었기에 정확하게 저격용 총을 조준하고 말했다.

그러자 작은 체구에 빨간색 옷을 입은 소녀가 두 손을 들고 일어났다.

 

"역시 발키리 씨네요. 이 정도는 못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말이에요." 

"아르망... 추기경?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겁니까."

 

아는 얼굴이 앞에 있음에도 발키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저격용 총을 겨누며 물었다.

 

"이곳에는 유사시에 오르카호를 탈출하기 위한 탈출용 포트가 있죠?"

"설마 무단이탈이라도 하실 요량입니까?"

"뭐,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돌아간다'라는 표현이 맞겠지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발키리를 보자, 아르망은 발키리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발키리 씨, 前 사령관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순간, 총을 겨누던 발키리가 흠칫 떨었다.

그녀가 자진하여 오늘의 당직사령을 선 이유도,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발키리의 상관인 레오나는 완벽주의자인 탓에 前 사령관을 매우 싫어했지만, 정작 발키리는 전투에 나갔다가 다쳐서 돌아올 때마다 병문안을 온 '인간'인 前 사령관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레오나의 이야기로 인해 前 사령관을 소위 '병신' 정도로 취급하고 있었으나, 자주 출격하고 다쳐서 돌아온 발키리만은 그만큼 前 사령관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쉽사리 레오나의 이야기에 동조하지 못했었다. 물론 그렇게 병문안을 자주 받았던 건 발키리뿐만은 아니었지만, 오늘의 분위기를 보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병문안을 받았던 바이오로이드 중에선 자신만 호감을 느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르망은 자신의 이야기에 흠칫 떨며, 생각에 잠긴 발키리를 보고 말을 이어나갔다.

 

"잘 생각해보세요. 지금의 오르카호가 정상인지."

"사령관님께 반역이라도 일으키자는 말씀입니까?"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아르망에게 겨누고 있던 저격용 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발키리.

하지만 아르망은 발키리의 말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다.

 

"발키리 씨도 지금의 사령관에게 동감하지 못하시잖아요? 왜냐하면…… 발키리 씨가 인정한 사령관이라면 응당 '각하'라고 부를 텐데 말이에요."

 

발키리는 아차 싶어 급히 정정하려 했으나, 이미 주도권은 아르망에게 넘어간 뒤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과 새로운 사령관이 발키리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했다.

 

"같이 가자는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저를 못 본 척 보내주시면 돼요."

 

아르망은 그렇게 말하고 모니터를 조작해 탈출용 포트의 해치를 열었다.

발키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결국 아르망을 향하던 총구를 내리었고, 그제야 발키리는 아르망의 옆에 있던 포장된 식량들을 볼 수 있었다.

 

"...... 정말로 가시는 겁니까?"

"물론이에요. 지금의 오르카호는 당장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지언정, 미래엔 분명 파국을 맞을게 분명하니까요. 예전의 인간들이 생각날 정도의...... 아, 물론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저는 약간 사랑에 빠진 것 같기도 해요."

 

아르망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지탄받을까 봐, 여태껏 '폐하'를 지키지 못하고 인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자신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부사령관님께 이 이야기를 상담해보시는 건 어떨지요. 아르망 추기경, 이대로는 탈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라비아타 씨야말로 작금의 사태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장 승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신 거겠지요."

 

아르망은 자신의 식량들을 탈출용 포트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틀렸어요. 정말로 우리 인류와 바이오로이드의 공존을 위해서라면 힘들더라도 '정도'를 걷고 있는 폐하를 도왔어야 했어요. 그러라고 있는 게... 영차…. 바이오로이드 최선임자이자 부사령관의 역할이니깐요."

"......"

 

아르망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포트에 넣었다.

 

"발키리 씨, 다음에 뵈었을 때는 부디 웃으면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러자 발키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의 저격용 총을 등 뒤로 맸다.

 

"...... 가시죠. 저의 전투 경험이 생존에 도움이 될 겁니다."


--------------------------------------------------------- 


초등학교 운동회 때, 계주달리기 꼴등한 이후로 이렇게 관심 받은 적이 처음이라 떨린다.

그리고 일 한다고 빨리 못 올려서 미안해.


그럼 착한 리리스 보러간다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