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운 리앤, 무슨 일 있나."

"사, 사령관... 그게..."

"없는 것 같으니 조용히 돌아가서 쉬도록. 명령이다."


리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서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비웃음, 걱정, 두려움.

하지만 적어도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들은 감추려고 하는 기색은 있었다.


'제발, 그런 모습으로 보지 마.'


절망에 가득차 생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모습.

주식에 전재산이 날아간 사람보다 더 비관적인 얼굴.

그리고... 그녀에게 이런 말하는 자신에게 낙담하는 형태.


리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함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버린 사령관에 대한 후회로 눈물을 흘렸다.



[10시간 전]


"아하핫! 왓슨, 내가 찾아왔다~!"


한 손에 술병을 든 리앤이 비밀의 방으로 뛰어들었다.

보통 비밀의 방에는 사령관과 선객이 들어있는 법이라 조심스러울 법도 하다만,

귀신같은 통찰력의 리앤은 오늘 사령관과 뜨거운 밤을 보내는 인원이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서와, 리앤. 근데 그건 또 어디서 난거야?"

"응? 키르케한테 가서 안전한 술자리를 알려주니까 보답으로 주던데?"


그렇게 말하며 리앤은 자연스럽게 탁자 위에 술잔 두 개와 술병을 두었다.

그리고 안드바리와 협상해서 얻은 견과류들을 그릇에 풀어두고 의자에 앉았다.


"자자, 오늘도 한 잔 제대로 땡겨보자고!"

"너, 일단은 여기 금주령 내려진 거 알지?"

"들키지만 않으면 범죄가 아니라고?"

"시티가드가 그런 말 하기냐."


사령관은 쓴 웃음을 지으며 탁자에 앉았다.

그렇게 훈훈해야할 술자리가 이어질거라 생각했으나...


원래 친구끼리 술마시다 보면 온갖 말이 다 오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선을 넘어서 말싸움으로 이어지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보통의 경우에는 주변 친구들이 중재를 하거나, 서로가 결국 웃으면서 넘어가는 것이 친구다.

하지만, 사령관에게는 처음 생긴 친구가 리앤이었고, 리앤 역시 다시 태어나 처음 생긴 친구가 사령관이었다.

그런 경험부족이 취기와 맞물려 싸움을 말리긴 커녕 더욱 불태웠고, 리앤이 살면서 가장 후회할 말을 뱉게 만들고 만다.


"진짜 셜록이랑 만난 적도 없는 가짜 왓슨 주제에 뭘 안다고! ...아."


그 전에 어떤 대화 내용이 오갔는지 기억도 안나게 할 정도로 최악의 말이었다.

적어도 리앤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 말을 한 순간 바로 정신을 차릴 정도로 끔찍한 한 마디였다.

아무리 열받았어도 그 말만큼은 해선 안됬다고 격렬하게 후회했다.


"그래, 그건 그렇지."


취기고 뭐고 다 날아갈 것 같았다.

평온하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충격이 느껴진다.

화내다가 억지로 웃으려는 모습에서 깊은 좌절감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채게 만드는 자신의 통찰력이 리앤은 원망스러웠다.


"아니, 그, 그러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려던게 아니라 왓..."

"리앤. 조용히하고 나가. 명령이야."


리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손을 떨며 조용히 술잔만 바라보던 사령관의 모습이 보였다.

복도에는 리앤밖에 없었고, 너무나도 조용했다.

그래서 리앤은 넘치려는 울음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방안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사령관에게 그 소리를 들려줄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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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시마 스토리 다 보고 처음부터 떠올랐던 발상인데 잘 쓸 자신이 없어서 미루다가

에이 똥글인데 뭐 어때 하면서 쓰기로 결심함

근데 여러모로 실력부족이라 왜 저 말이 튀어나오게 됬는지는 죽어도 못쓰겠더라

일단 사령관의 유일한 친구니까 한바탕 싸우게 만들어야지라는 심정으로 쓴건데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노잼글 봐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