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요 오세요. 위스콘신 브루클린.

이름없는 인디밴드 팬클럽보다도 야구장 좌석을 못 채우는 인구를 가진 경이로운 도시.



오세요 오세요 위스콘신 브루클린.

마을 이름을 던지면 뉴욕 거기라는 말을 돌려주는 도시. 물론 브루클린보다도 사는 사람이 적답니다.



오세요 오세요 위스콘신 브루클린.

개깡촌 중의 개깡촌. 첫번째 인디언도 여길 떴다네.






우선 바닐라라는 바이오로이드는 미국 위스콘신 주의 브루클린이라는 마을에 그다지 어울린다고 볼 수 없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뉴욕 거기 아니다)

'바닐라'를 만든 이들은 한국의 삼안기업이었다.

블랙리버 새끼들하고 하하호호하며 세운 삼안 북미지부의 마케팅 팀이 빨대를 꽂을 상대는 따로 있었다.

후드티나 입고다니는 너드들을 몰아내고 실리콘밸리를 차지한 펙스 양복쟁이들.

인간 배우들 다 쳐내고 바이오로이드 배우들로 가득 채운 휴머니즘 힐링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 영화쟁이들.

기업전쟁때만 해도 다들 똥패라고 생각하던 블랙리버와 펙스를 스트레이트 플러시 취급하며 전재산을 올인한 그 대담함과 진취성을 인정받아 1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권좌를 지켜온 월가의 개미핥기들.

대담함은 지랄, 눈밭 위에서 죽어나간 미군들 핏물 위로 피겨스케이팅을 하던 그 뻔뻔함만은 인정한다.


아무튼, 바이오로이드를 팔아먹으려는 삼안 놈들의 머릿 속에 있는 미국인의 이미지는 지구 반대편에서 착취당한 노동력으로 뽑아낸 커피를 파는 카페에 앉아 세계평화를 논하는 자유인들이지 나같이 숲속에서 삽질이나 하다가 기업놈들이 내 아버지가 물려준 농장에 대해 '사업적인 논의'를 해보자고 제안하자 12정의 총기와 1200발의 실탄, 1년을 족히 버틸 식량을 챙기고 집안에서 세계 3분의 1을 지배하는 거대기업을 상대로 농성에 나서는 정신나간 동양계 총기광 미국인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내 눈 앞의 바이오로이드가 준비하는 요리가 버터 버거가 아니라 에그 샌드위치라도 그러려니할 수 밖에 없었다.



"바닐라"

못질한 판자와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 사이로 내 집 앞이 보인다.



"네 주인님"

총든 놈은 나 하나인데, 저 밖의 총든 블랙리버년들은 존나게 많다.



"넌 나 어떻게 생각해."

총 꽉 쥐어. 주도권을 놓치지 말자. 총든 것들은 저 밖에 있는 놈들로도 충분해.



"언제나 주인님처럼 바보같은 질문만 하시네요."

어쩌면 손 한번 빌려도 되지 않을까?


바닐라는 그동안 나한테 충실했지.

엄마가 죽고 난 뒤로 계속 나만 보면서 살아왔잖아. 아빠도 바닐라를 믿었고. 

그래서 농장 재무정리도 바닐라한테 다 맡겼잖아. 날 못 믿어서 그런건 아니고 바이오로이드가 가진 냉철함과 충직한 본성을 꿰뚫어보신거니까. 하지만 그 본성 아래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지 어떻게 알겠어? 

이렇게 보니까 남부 노예 농장주같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연히 다르지. 난 인종차별이 존나 싫고 그냥 인간이 아닌 존재를 믿을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고뇌할 뿐이지.

게다가 노예 농장주 새끼들이 흑인들한테 총을 쥐여줬을리도 없잖아?




"사랑합니다, 주인님."

그러니까...





"알았어."

...아냐 다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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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스콘신은 커녕 미국은 가본 적도 없기에 브루클린 마을에 어떤 악감정도 없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