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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리건과 탈론페더의 합작으로 오르카 호는 완전히 뒤집혔다. 스프리건 기자의 기자혼이 불타오른 덕분에 사령관의 발할라 숙소 방문 이후, 적어도 석식 시간 전까진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일명 ‘지휘빵 사건’에 대해 다 알게 되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시간만 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사령관의 막말과 빡친 레오나의 지휘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던 사건이 이렇게 부풀려진 데에는 함 내의 분위기도 한 몫 했다. 이미 사령관 지휘 하에 출격했을 때엔 안전하게 다녀 오던 것이 마리나 레오나랑 나가면 자꾸 험한 곳에서 구르고 안 아플꺼 아프다는 루머가 퍼져있던 상태였다. 탈론페더가 만창과 뒤바꿔 유출시킨 그 날의 회의 내용에서 지휘관들이 지휘 시 손실이 더 크다는 게 확인 된 후 루머는 사실이 되었다.


“브라우니 6785번, 그 이야기 들었나요? 진짜로 지휘빵 한다는 거에요?”

“그 미친 자뻑 금발년 빡돌면 사령관님이 엎드려 빌어도 말 안 무를껍니다. 아마 진짜로 붙지 않겠습니까? 레프리콘 상병님은 어디에 거실 겁니까?”

“저는 사람 보고 걸 거에요, 브라우니. 혹시 우리 병장님이 임관한다는 말 없었나요?”

“17번 언니 말임까? 에이, 그 언니는 좀 있음 전역인데 죽어도 임관 안하지 않겠습니까?”


그 성실한 레프리콘들조차 브라우니와 흥분한 채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함 내 분위기는 과열되었다. 동시에 과연 그 어떤 이프리트가 임관해서 전역없는 삶을 이어나갈 지에 대한 관심 또한 집중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그 뜨거운 함 내 분위기와 전혀 다른 미지근한 삶을 사는 한 말년이 있었다.


“흐아아암...”


M-5 이프리트 17호, 그 능력을 입증 받아 오르카 호에 승선할 기회를 받은 정예중의 정예 이프리트 중 한 명이다. 생산일자로 따지자면 그 불굴의 마리 4호와도 비빌 수 있는 그야말로 짬킹이었다. 수많은 전투에서도 털끝 하나 안 다치고 돌아왔으며, 왼손 새끼 손가락 만으로 차려포 20초컷을 낸다는 둥, 둘만 있으면 임펫 8974호 원사가 존댓말을 쓴다는 둥의 전설이 전해지는 레전드는 지금 꼬시래기 초무침이 먹기 싫어서 생활관에 짱박혀 저녁잠을 즐기는 중이었다.


복무기간도 전역점수도 다 채웠고, 괌 쪽에 승선해서 이프리트 하나가 합류하면 바로 전역이다. 이후엔 일본 쪽의 오드리 6호 휘하 섬유공장 취직 자리를 알아 볼 예정이었다. 100년이 넘는 군생활 동안 남은 게 전투복에 수놓고 오버로크 하는 기술 뿐인 건 좀 서럽지만, 밥벌이는 할 수 있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시원섭섭한 상태로 눈과 귀를 닫은 채 살던 이뱀, 아니 17번 언니였기 때문에 바깥의 소란은 알 바 아녔다.


“언니야, 전역대기 이프리트 모델 대상 설문조사 왔는데 8시 전까지 빨리 써줘요. 이거 특이하게 080 도장 찍혀있네요.”


“아이씨 노움아, 니 나랑 하루이틀 보냐? 걍 다 ‘예’에 체크표시하고. 응? 객관식은 적당히 좋은말 맞는말 적고, 응? 니가 가져다줘.”


몸쓰는 일만 잘하는 분대장 노움은 상투적인 문구가 세 줄이 넘어가자 읽지도 않고 전부 예 표시에 체크를 해버렸다. 다시 돌아누운 17번 언니야는 사랑스런 후임이 나생문을 열어재끼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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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의 조언도 실패하고 남은 것은 결국 정면승부 뿐이다. 점점 코너에 몰린 사령관이 의지할 곳은 결국


“닥터 뿐이겠지요, 폐하. 저는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야이 싯팔!”


“제게 욕을 한다고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는답니다, 폐하. 사실 저는 레오나 지휘관이 폐하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을 것 또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아르망의 표정을 보고 쟤가 원래 디엔터 빌런즈였지, 하며 패배감을 곱씹는 사령관이었다. 결국 매달릴 곳은 닥터 뿐이다. 레모네이드가 꼬아놓은 코드 속에서도 리앤의 기억을 백업시켜서 복원을 성공시킨 닥터였다. 나앤 가슴빼고 다 할 수 있는 닥터라면 이프리트를 가지고도 어쩌면 ‘업화의 이프리트’ 같은 뭔가 삐까번쩍한 것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빠는 진짜 빙신이야?”


닥터는 표정이 팍 썩은채로 사령관을 맞이했다. 표정도 잘생긴 썸남 선배를 보는 얼굴에서 친남매를 보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인간님만 아니었으면 타이탄 집게로 한번 꼭 찝어버리는건데, 하는 표정을 읽은 사령관은 더더욱 저자세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가능할지도 몰라. 이프리트 모델은 원래 분대장 역할도 겸하게 설계되었어. 기본적인 응용능력과 사고력이 평균이상은 간다는 거야. 게다가 유아체형이니까 성장약을 투여하면 두뇌가 가장 활성화되는 20대의 모습에선 그 사고능력이 향상 될 가능성이 충분해. 오리진 더스트와 외부적인 유전자 조작 시술, 그리고 지휘모듈을 잘 삽입해가며 신체 나이를 알맞게 성장시킨다면 부관급 능력은 당연하고 어쩌면 레오나 모델과도 견줄 수 있는 ‘네오 뉴 이프리트’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걸 공짜로 해줄 순 없지, 라고 덧붙이며 닥터는 음흉하게 웃었다. 


“애초에 자원 좀 아껴 쓰자고 말했다가 시작된 일이잖아. 근데 이 승부를 이기겠다고 죽자고 달려들어서 오리진더스트에 지휘관 급 모듈을 마구 쓰겠다고? 이거는 완전히 본말전도잖아, 오빠? 명분도 없고 나도 바쁜 몸인데 기브 엔 테이크는 당연한 거 아니겠어?”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남는 것은 정치와 협상이었다. 점심도 거른 채 세시간 사십 분간의 공방이 이어졌고, 사령관은 좌측 고환과 음경을 저당 잡히고 무슨 뭔가 복잡한 과학 용어들이 적힌 계약서 스물 세 장에 서명을 해야했다. 마무리로 동침권 마흔 두 장까지 뜯어간 다음에야 닥터는 ‘지원자에 한 해 2주 내로 하드웨어적인 스펙을 맞춰 주겠다’라고 확답을 주었다.


참담한 심정으로 사무실로 돌아간 사령관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날 부관이었던 바닐라에게 설문지를 뽑아 이프리트들에게 돌릴 것을 부탁했다. 왠지 4-1B에서 처음 만났던 시절과 비슷한 표정을 한 바닐라의 눈길에 사령관의 멘탈은 다시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졌고, 밤 9시 쯤 설문결과가 나왔을 무렵에는 거의 의자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주인님, 설문조사 결과를 전부 취합했습니다. 당장 일어나십시오. 인간이나 미더덕이나 척삭동물문에 속하는 조상이 같은 존재라던데, 지금 주인님의 꼬라지는 차라리 미더덕 한 마리를 사령관으로 모시는게 오르카 호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정도입니다.”


“나 좀 내버려 둬 좀. 맨날 전역, 요안나 리조트 이딴 거 입에 달고 다니는 애들인데 걔들 중에 female:body_modification, female:brain_wash 이런 거까지 하면서 군생활 더 하고 싶은 애들이 있겠냐고 좀. 이미 끝났어 내 인생은...” 


차라리 철충 유충 애벌레로 라비 눈나한테 칼맞던 시절이 더 좋았다며 찌질대는 사령관을 앞에 두고 바닐라는 한숨을 쉬었다.


“주인님, 그건 어디까지나 지원자가 없을 때의 이야기 아닙니까? 취합 된 설문조사 결과 지원자가 한 명 있습니다. ‘M-5 이프리트 초기형 모델 17호’ 라고 되어 있군요.”


“뭐?”


진짜 임관하는 병신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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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짐. 능력부족인 레후

오늘 오후에 한편 더 올릴수 있도록 노력하는 레후

테에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