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본 어떤 영화에서 나온 장면에서 영감 얻어서 표절, 오마주, 패러디 이것중 하나 함.


무슨 영화의 어떤 장면인지 말하면 양쪽 다 스포니까 일단 완전 오리지널 소재는 아니라는 것만 알아줘.



아무튼 순애 이거 이상성욕 맞지?





“포츈씨? 혹시 주인 보셨습니까?”

조용히 다가온 소완을 본 포츈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왜 나한테 묻는지 모르겠거든? 나는 오늘 사령관 본 적 없거든?”

“그럼 질문을 고쳐서 다시 묻겠습니다. 혹시 셀주크 씨 임무에 나갔나요?”

셀주크. 5.6미터의 2연장 포격형 AGS였다.

“오늘은 임무가 없거든. 아마 지금은 격납고에서 쉬고 있을 거거든? 그런데 셀주크는 왜든? 아든.”

포츈은 무언가를 납득했다는 듯이 말했다.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완은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격납고를 향해 도도하게 걸어갔다. 그런 소완의 뒷모습을 보며 포츈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계속 이러면 우리도 곤란하거든…”


오르카의 격납고는 넓었다. 넓은 것을 넘어 초대형 AGS도 격납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몇 개나 있었다. 과거에 인류는 이곳을 잠수 항모로 쓸 생각이라도 한 것이었을까. 공간이 많은 덕분에 셀주크와 같은 대형 AGS는 전용 격납고를 쓰고 있었다.

소완은 천천히 셀주크의 격납고를 열었다.

“셀주크, 실례합니다.”

-아, 소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어둠속에서 보라색 홀로그램이 나타나 말했다.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이라기에는 위화감을 가진 홀로그램은 셀주크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셀주크가 만들어낸 홀로그램이었다. 셀주크의 본체는 어둠속에서 대기모드로 있었다.

“혹시 주인 보셨습니까?”

-사령관님 말씀이십니까? 사령관님께서는 제게 위치를 말하지 말라는 명령을 하셨습니다.

셀주크의 홀로그램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보다는 음성이 옳은 표현일까.

“주인께서 이곳에 다녀가셨다는 것이로군요. 잠시 불을 키겠습니다.”

-소완님, 저는 그러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럼 더욱더 불을 켜야겠지요.”

소완은 셀주크의 말을 듣지 않고 격납고등의 스위치를 올렸다. 할로겐등은 불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스위치를 올린 소완은 격납고를 둘러보았다. 양쪽에는 각종 정비기구가 있었다. 어디에서도 사령관은 보이지 않았다.

“주인님, 마지막 기회입니다. 제발 나와주세요.”

사령관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소완이 한숨을 쉬자 뒤늦게 격납고의 등이 켜졌다. 그제야 어둠속에 있던 거대한 셀주크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

그리고 알몸으로 그런 셀주크의 위에 있던 사령관 역시 보였다.

“역시 이럴 줄 알았사옵니다. 주인님, 하던 일은마저 하시옵소서. 소첩은 단지 오늘 저녁밥의 준비가 다 되었다는 말을 전해드리려 온 뿐이니요. 오늘의 저녁밥은 따듯한 조개죽이오니 늦으신다면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자, 잠까…”

소완이 몸을 돌려 격납고를 나서려 하자 사령관은 당황하며 소완을 멈추게 하려 했지만 셀주크의 위에 흘린 액체에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야야…”

아마 사령관의 몸이 강화된 것이 아닌 과거의 약한 인류의 몸이었다면 이것으로 라스트 오리진 끝! 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령관은 강한 자신의 몸에 감사하며 나가려던 소완을 붙잡았다.

“이, 이건 오해야.”

“어떤 것이 오해란 것입니까? 셀주크의 위에서 성기에 손을 들고 흔든 것 말이십니까? 아니면 미사일 발사구에 성기를 삽입하려 하신 것 말이십니까? 혹여 셀주크의 홀로그램 발생장치에 혀를 문댄 것을 말씀하신 건 아니겠지요?”

“아니 그…”

사령관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건 전부 사실이긴 한데…”

“주인님, 소첩을 포함해 저희들은 사령관님의 성욕에 대해서 무어라 하진 않을 것이옵니다. 주인께서 오른손을 저희보다 더 사랑하신다 해도, 어린 아이를 좋아하신다 해도, 심지어 그 대상이 셀주크라 해도 말이옵니다. 하지만 최소한 업무와 일상만은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램이옵니다. 매일같이 이곳 격납고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사옵니까.”

“그건 그렇지만…”

사령관은 조용히 웅얼거리며 말했다. 작은 강아지가 잘못한 것을 알고 움츠러드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소첩은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오늘 조개죽에 사용된 조개는 트라이아나씨가 캐온 것이니 나중에 고맙다고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완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뒤 격납고를 빠져나갔다.

“트라이아나가 아니라 트리아인… 상관 없나…”

사령관은 닫힌 문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사령관님, 소완님의 말이 맞습니다. 사령관님도 저에게 오실 것만이 아니라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도 신경을 쓰셔야죠.

셀주크의 말이었다. 셀주크의 말이 맞았다. 사령관은 틈만 나면 셀주크를 찾아오곤 했다. 업무에 지장이 될 정도로 말이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였다면 업무를 보는 곳으로 오라고 할 수 있었지만 셀주크가 갈 수 있는 곳에는 한계가 있었다. 셀주크를 보고 싶다면 업무중에 격납고에 찾아오는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어떤 업무라도 업무를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하더라도 업무를 보지를 않았겠지.

“셀주크, 하지만 나는 너밖에 없는 걸.”

사령관은 셀주크의 홀로그램에 손을 가져갔다. 그의 손은 셀주크의 홀로그램을 통과해 허공을 지나갔다.

-사령관님, 저는 AGS입니다. 저는 사령관님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 말은 멸망전에 바이오로이드들도 했던 말이야. 물건이라 불렸다고 들었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닐까? AGS를 물건이라 부를지라도 내게 있어서 너는 단순한 AGS 그 이상이야. 너는 내 사랑이야.”

사령관은 입술을 내일어 홀로그램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무것도 맞지 않았고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사령관의 가슴에는 사랑만이 전해졌다.


“휴…”

언제나 오르카호의 저녁은 전쟁이었다. 금강산은 식후경이었고 전쟁에는 보급이 제일 중요했다. 오르카호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를 먹여살리는 것은 소완의 담당이었다. 그녀가 모든 바이오로이드의 밥을 혼자 준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관리하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최대한 다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매일같이 아침점심저녁으로 이어지는 일이었다. 아무리 소완이 바이오로이드라 할지라도 힘든 것은 힘든 것이었다.

“소완씨 고생하셨어요.”

“아, 포티아씨. 포티아 씨도 수고하셨사옵니다.”

멍하니 있던 소완은 포티아를 보고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소완씨? 뭔가 걱정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걱정이요?”

“아아, 아아 ,아니에요. 뭔가 요즘 멍하니 계시는 걸 많이 봐서요. 평소의 소완씨와는 거리가 있어서요. 뭔가 생각을 하시는 건가 싶어서 그런 거에요. 별다른 뜻이 있다건가 그런 건 아니에요.”

“걱정이야 항상 많죠. 대부분은 주인님 걱정이지만요. 포티아는 주인님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인님… 사령관님 말씀인가요? 글쎄요. 잘 생기시고 멋지시고 몸매도 좋으시고 지휘도 잘하시고 언제나 우리를 생각해주시고 또… 그리고 뭐가 있을까요…”

“소완! 냉장고에서 먹을 거 가져갈게요!”

어디선가 하치코가 튀어나와 시끄럽게 외치며 냉장고로 달려갔다.

“하치코! 제가 뭐라고 했어요. 주방에서는 항상 조심할 것! 주방에는 칼 같이 위험한 것이 많은 곳이라니까요! 그리고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간식을 먹지 말 것! 전부 잊으셨나요?”

소완은 하치코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이렇게 가끔 따끔하게 혼을 내야 말을 듣는 하치코였다.

“하지만… 오늘은 페로가 민트파이 먹겠다고 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같이 먹으려고… 우웅…”

하치코는 풀이 죽어 말했다. 조금전까지 부산스럽게 흔들던 그녀의 꼬리는 그녀의 귀처럼 축 쳐져 있었다.

“민트파이라니, 페로씨에게 이상한 거 주지 말고 이거 가져가세요. 오늘뿐입니다? 내일부터는 간식은 금지에요.”

소완은 오븐에서 미트파이를 하나 꺼내주며 말했다. 사령관의 야식을 위해 만들어 둔 것이었지만 왠지 사령관에게 주고 싶지 않아진 소완이었다.

“신난다!”

미트파이를 받아든 하치코는 바로 그 자리에서 미트파이를 먹기 시작했다.

“하치코, 그건 여기서…”

이미 말을 한들 늦은 다음이었다. 하치코는 적당한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양손으로 미트파이를 우적우적 먹었다. 소완은 포기한 듯 싱크대에 몸을 기대 포티아를 보았다.

“포티아씨,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죠. 아, 주인님의 좋은 점이었죠. 저도 포티아의 의견에 동의해요. 주인님은 완벽하신 분이시죠. 그렇기 때문에 분한 거에요. 사령관님은 우리가 사령관님을 사랑하는 것처럼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신앙이란 그런 거에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말하잖아요. 아자아자아자젤이라고요. 이 말을 하면 사령관님에 대한 신뢰가 확 올라간다고요?”

“아뇨. 절대로 코헤이교단에는 안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코헤이와 주인님은 무슨 관계죠. 아니, 그게 아니지. 이야기가 자꾸 이상한 데로 세내요. 단적으로 물을게요. 포티아씨는 사령관님과 한 적 있사옵니까?”

소완을 들은 포티아는 잘 모르겠다는 듯 머리 위에 물음표를 뛰웠다. 그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뀐 것은 몇 턴 뒤였다.

“아. 아와와와와! 아뇨, 저는 그런 건 아직… 아니 그래도 되는 건가요? 저는 좋긴 합니다만 사령관님이 좋아하실까요? 너무 뜨거운 사랑이라고 부담을 느끼시는 거 아닐까요?”

“주인님이 그 사랑을 받아주실까요? 저는 그게 걱정입니다.”

사령관은 셀주크를 사랑하고 있었다. 소완은 그것이 걱정이었다. 사령관은 인류의 복원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최후의 인류. 그것이 사령관이 진 짐이었다. 사령관은 지휘를 잘한다. 잘 생겼다. 하지만 그런들 그에게 자손이 없다면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그대로 인류는 멸망하는 것이었다.

사령관은 그것을 자각하고 있을까. 자각했다면 매일같이 셀주크에게 가진 않을 것이었다. 소완은 그것이 분했다. 어쩌면 AGS에게도 이기지 못하는 자신들의 부족한 매력이 원망스러웠던 것일지도 몰랐다.

“소완, 뭘 걱정해요? 그냥 사령관님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좋아한다고 하면 되잖아요.”

언제나 답은 단순한 법이었다. 하치코의 말을 들은 소완은 벌떡 일어나 하치코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하치코, 고맙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냉장고에 있는 걸 뭘 먹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겠사옵니다.”

하치코의 말대로였다. 사령관이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사령관이 봐줄 때까지 바라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 간단한 것도 몰랐다니, 바보 같은 자신이 바보같았다.


2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156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