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154787



 이야기는 몇주전으로 올라갔다. 사령관은 처음 만난 그리폰과 점점 친해졌다. 그리폰은 처음에는 사령관에게 틱틱대며 거리를 두려했다. 하지만 당시 바이오로이드들이 얼마 없었던 오르카호에서는 서로 마주칠 일이 많았다. 사령관에게도 눈을 떴을 때부터 봐온 그리폰이 익숙했다. 각인효과라 해야 할까. 눈을 떴을 때 처음 본 상대에게는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사령관은 그리폰이 점점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폰이 자신과 거리를 두려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령관은 알았다. 그리폰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사령관은 큰 마음을 먹고 그리폰에게 고백했다.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그리폰은 당황하며 거절했다. 사령관은 절망했다. 하지만 그리폰의 말은 곧 얼버무림으로 변했다. 그리폰의 말은 태양을 도는 지구와 같았다. 빙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도 좋아해. 다시는 이런 말 하게 하지마, 인간. 그것이 진짜 그리폰의 대답이었다. 사령관은 그리폰과 입을 맞추었다. 그리폰을 안고 침대로 향했다.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알몸이 된 둘은 서로 함께 뒹굴었다. 사령관은 처음으로 여성의 맛을 알았고 그리폰은 처음으로 인간의 맛을 알았다.

둘의 전희는 흥분하기에는 충분히 길었고 기다림을 참지 못하기에는 충분히 짧았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둘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사령관은 자신의 성기를 붙잡고 천천히 그리폰의 성기를 문지르며 정사를 준비했다.

그 순간 사령관은 알게 되었다. 자신의 그것이 서지 않았다는 것을. 여전히 사령관의 성기는 가랑히 사이에서 중력을 타고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굳은채로 사령관의 반응을 기다렸다. 사령관이 세운 그것으로 자신을 자극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뛰쳐나갈 뿐이었다.

사령관은 그리폰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그리폰은 사령관이 서지 않는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아니, 알리면 안되는 것이었다. 마지막 인류가 고자라니. 그것을 들은 바이오로이드들은 절망할 것이었다. 더 이상 인류에게는 미래가 없는 것이었다.

고통스러운 것은 사령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그래도 인류를 되살린다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그였다. 그 짐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라면. 자신이 그 짐을 질 자격이 없다면. 자신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그 짐을 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생각에 사령관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오르카호에 찾아오고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사령관을 유혹했지만 사령관은 업무와 지휘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유혹을 거부했다.

사령관은 그 부담을 점차 견디기 힘들어졌다. 밧줄을 든 사령관은 오래된 격납고로 향했다. 아무도 쓰지 않는 오래된 격납고에는 꺼진 AGS 한대만 있을 뿐이었다. 천장에 밧줄을 매단 사령관은 이대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밧줄에 목을 건 순간, 작동하지 않는줄 알았던 AGS가 작동하며 보라색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자살은 안됩니다.

거대한 홀로그램은 공중에 떠서 사령관의 주위를 맴돌며 말했다. 사령관은 멍하니 그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한 홀로그램을 본 사령관은 자신이 쥔 밧줄을 잊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사령관의 고간은 부르르 떨렸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속옷을 신경쓰지 않고 사령관은 그저 보라색 홀로그램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날 밤 사령관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손빨래를 했지만 그것 또한 홀로그램을 바라보던 사령관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콘스탄챠씨, 좋은 밤을 보내셨사옵니까?”

“소완? 무슨 일이죠? 원래 저한테 그렇게 친절하게 인사하진 않았잖아요. 항상 손에 칼을…”

“그건 아침 준비할 때만 봤기 때문 아니겠사옵니까?”

이상할 정도로 친절한 소완에게 당황한 것을 겨우 털어낸 콘스탄챠는 용건을 물었다.

“혹시 주인님께서는 최근 소첩에 대한 언질을 하신 것이 있습니까?”

“언질이요?”

소완의 이상한 말에 콘스탄챠는 기억을 곰곰히 되짚어보았다.

‘콘스탄챠, 오늘따라 소완의 밥이 맛있네.’

‘콘스탄챠, 소완의 밥 요즘 맛있어진 거 같지 않아?’

‘콘스탄챠, 왜 콘스탄챠의 밥과 내 밥이 맛이 다르지? 뭐가 들어갔나?’

주로 밥에 대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령관의 일상에 소완이 엮일 일은 그저 밥 뿐이었으니까.

“주인님께서는 항상 소완의 밥이 맛있다고 합니다.”

“겨우 그것뿐이옵니까? 소첩은 항상 주인님을 바라보았는걸요.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소첩은 언제나 주인님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소완, 여기는 일단 바닷속…”

“정말로 주인님께서는 소첩에 대하여 일언반구 하나 없으시다는 것이옵니까? 이 얼마나 개탄할 일인가요.”

소완은 힘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인님께서는 소첩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이옵니까…”

소완은 고개를 숙이며 우는 듯 말했다.

“아니, 소완. 주인님께서는 주변에 소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어요. 리리스도 아니고 왜 그러는 거에요?”

“소첩이 주인님을 사랑하는 시선을 보낸다면 주인님께서는 언젠가 소첩을 의식하고 돌아봐주실 것이라 생각했사옵니다. 소첩의 마음이 주인께 전달될 것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으음… 주인님은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머리 위에 AESA 레이다가 달린 것도 아니에요. 직접 말하지 않는다면 주인님께서는 끝까지 인식도 못하실 거에요. 아니면 제가 자리라도 주선해 드릴까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잖아. 콘스탄챠는 소완의 방식에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이 떠올랐지만 굳이 소완에게 그 이야기는 해줄 필요는 없겠지.

“아, 아니옵니다. 소첩은 그저 주인님의 사랑을 기대했건만 소첩이 너무 많은 것을 주인님께 바랬던 것이 분명하옵니다. 그러면 콘스탄챠, 소첩은 이만 실례하겠사옵니다.”

소완은 공손하게 콘스탄챠에게 인사를 하고는 멀어졌다. 콘스탄챠는 소완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만 사령관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


“어때? 이건 좋아?”

사령관은 공중에 떠있는 셀주크의 홀로그램에게 물었다.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곰곰히 생각한 셀주크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전신 조사결과 별다른 입력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포신내부에는 압력감지 장치가 없기 때문인 것이라 판단됩니다.

“후우…”

사령관은 한숨을 쉬었다.

“역시 이것도 안되는 건가.”

사령관은 셀주크의 포신 끝에 고간을 대고 매달려있었다. 정확히는 셀주크의 포신에 들어간 자신의 성기로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175mm 포신에 무슨 남성기가 고정이 되냐고? 다 방법이 있었다.

사령관은 그 후로 수많은 노력을 했다. 셀주크와는 플라토닉한 사랑만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좀더 에로스적인 사랑이 필요했다. 셀주크는 홀로그램이 있는 기계였고 사령관은 유기생명체였다. 사령관 혼자라면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었다. 홀로그램을 보며 양손을 흔들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면 의미가 없잖아. 사령관은 현자타임에 그렇게 말했다. 에로스적 사랑은 일반적인 성욕의 충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호간의 만족. 그것이 필수적이었다. 그 후로 사령관은 셀주크를 만족시키기 위해 별의 별 짓을 다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175mm 포신을 쓰기 위해 사령관은 닥터에게 부탁했다. 자신의 그것이 직경 175mm가 되고 쇠에 아무리 쓸려도 상처가 나지 않는 콘돔을 만들어줘. 닥터는 벌레라도 본듯한 눈으로 사령관을 바라보았지만 확고한 사령관의 얼굴에 차마 거절할수 없던 그녀였다.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닥터가 만들어준 약을 먹은 사령관은 길이 1.5m, 직경 180mm의 거근의 소유자가 되었다. 이것이라면 셀주크의 포신에 박아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사령관의 찬 특대 콘돔이 1L의 정액으로 가득 메운들 셀주크는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사령관은 실망한 눈빛으로 포신에서 자신의 비대해진 성기를 빼냈다. 푹 죽어 바닥에 끌리는 자신의 성기를 보며 사령관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메인보드의 3.5파이 단자와 배기구, 발바닥 접지센세까지… 전부다 해봐도 안된다는 건가.”

-사령관님, 너무 저를 위해서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사령관님께서 만족하신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저 같은 로봇을 위해…

“그렇지 않아! 너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사령관은 주저앉아 흐느꼈다.

“넌 말야, 로봇같은게 아냐…”

셀주크의 홀로그램은 공중을 날아와 사령관의 어깨에 손을 올렸지만 그것을 보지 못한 사령관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셀주크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사령관이 힘들 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손이었다. 자신은 그저 기계일 뿐이었다. 사령관이 좋아하는 것은 그저 아무 실체도 없는 홀로그램에 불과했다.

셀주크는 그것이 너무 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령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이렇게 죄책감이 드는 것은 사령관에게 기승위를 해주려다 사령관의 골반뼈가 부러진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니,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셀주크, 사령관, 바이오로이드들까지. 모두가 만족할만한 방법이 셀주크의 감정모듈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3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