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라오 문학) 불과 죄의 세례

Hinkel



'그녀'가베로니카라는 이름을 얻기 전,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해빠진 양산형 바이오로이드, 그것이 그녀였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저 적당히 신도를 꾀어내기 위해 만든 바이오로이드.



그녀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그렇게 살다 때가 되면 '교체'당할 운명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만난- 코헤이 교단의 정점, 그야말로 지상에 강림한 천사 아자젤이었다.



그녀는 아자젤을 본 순간 자신의 모든 걸 잊어버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본래 이런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불경한 짓이었으나



이미 그런 생각은 오래 전에 사라진 뒤였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무어라 말할까 고민하다가 지금껏 궁금했던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신은, 저희들에게 신은 존재합니까?'



태어난 것이 아닌 만들어진 존재, 신을 받들기 위해 태어났으나 단 한 순간도 진정 신의 존재를 믿어본 적은 없었다.



아자젤은 말없이 그녀의 가슴에 손가락을 갖다댄 후,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마음이 있다면, 그렇다면 신 또한 그곳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자젤은 떠났다. 그녀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서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곳에 마음이 있다면, 신 또한 그곳에 있을지어니.



가치 따윈 없었다, 어디에나 있는 흔해빠진 바이오로이드. 적당히 쓰인 뒤 버려질 운명인- 만들어진 존재.



그녀는 며칠동안 잠들지 못하고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린다.



신은 존재한다.



내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신 또한 나와 함께 계신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코헤이 교단의 간부를 찾아가, 자신을 '악'에 맞설 병기로, 진정 신의 뜻을 이행할 무기로 사용해달라고 부탁한다.



간부는 고민 끝에 그녀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아내기 위해, 코헤이 교단의 뒤를 캐는 기자 한 명을 암살하라고 명령한다.



이후 그녀는 코헤이 교단의 뒤를 캐던 기자를 발견한 뒤, 그가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노려 들이닥친 후 단숨에 피아노줄로 목을 졸라



살해한다. 살인, 죄없는 이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죄책감 따윈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모든 건 신을 위해서, 아자젤이란 고귀한 존재를



위해서. 그녀에게 아자젤이란 진정 이 땅에 강림한 천사, 순수한 '선'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검게 물들 수 있었다. 아자젤이라는 백(白)을 위하여 흑(黑)이 될 수 있었다.



이후 그녀는 코헤이 교단이 명령하는 모든 임무를 수행한다,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던 간부들도 그녀가 어떤 능력에도 의존하지



않고 순수한 믿음과 의지로 행동하는 걸 보고 그녀에게 '세례'를 내려주기로 결정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어느 임무에서 한 아이를 죽이게 된다.



우발적인 사고였다, 소녀의 부모를 암살하는 임무 중 아이가 깨어난 것이었고- 그녀는 망설임 없이 깨어난 아이를 쐈다.



그녀는 죽어가는 아이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발견한다. 십자가-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깨닫는다.



아무 죄도 없는 아이를 죽였다.



신을 위해서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모든 건 교단과 아자젤을 위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선(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이전의 온화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고 웬 피에 맛들린 괴물이 웃고 있었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이게 구원이란 말인가? 이것이 신을 위한 일인가? 정녕 이걸 선이라 부를 수 있는 건가?



그녀는 도망치듯 거길 빠져나왔다,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기도하고 애원해도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점점 자신이 이전과 다른 무언가가 되어감을 느꼈다. 나는 그저 신을 위해, 교단을 위해 봉사를 한 것 뿐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속여도, 날이 갈수록 자신이 미쳐가는 걸 알 수 있었다. 죄없는 아이를 무참히 죽여놓고 그걸 합리화하는 자신을 혐오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다시 한 번 아자젤과 만난다. 이번에 그녀는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께선 저번에 마음이 있다면, 신 또한 제 마음 속에 함께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제가 마음을 잃었다면, 신은 어디에 계신 겁니까?'



그녀의 질문에, 아자젤은 이렇게 대답한다.



'제 아무리 좋은 의도로 행동해도, 마음을 잃은 자에게 신은 미소 짓지 않습니다.'



그 대답 한 마디에, 그녀는 무너졌다.



나는 그저 신을 위해서, 교단을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 이 모든 건 올바른 일을 위해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저 살인을 반복했을 뿐이었다. 무고한 이들의 피를 손에 묻히면서 그 모든 걸 합리화하는 괴물뿐이었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더 이상 살 수 없었다, 나날이 죄책감은 커지고 마음은 점점 더 무너졌다.



제 아무리 신의 이름을 부르짖어도, 구원해달라고 소리쳐도, 신은 더 이상 그녀의 마음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지우기로 한다. 모든 걸 교단에 맡기고, 자신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해빠진 양산형 바이오로이드, 그것이 그녀였다.



하지만 세례를 받은 후- 모든 걸 잊어버린 그녀는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



교단의 무기, 신의 도구이자 교단의 의지를 행하는 자.



베로니카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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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베로니카의 과거를 생각해보았다,



설정과 안 맞는다고? 15분만에 그런 것까지 어떻게 맞추는 데스! 오로로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