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vis:Vasil




[1.]


오르카호의 거주구역, 알비스의 수면캡슐 앞에서.


4령관-메이플 시스템?


수직으로 배치된 수면캡슐들 앞에서 사령관은 아르망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아르망-네, 바이오로이드들은 저마다 무의식의 바다가 있어서 이곳에 압축된 기억들을 저장합니다. 그리고 ‘무의식의 관리자’가 필요한 기억만 수면 위로 올려보내고 나머지는 떠오르지 못하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죠.


아르망은 알비스의 캡슐을 한 번 바라보고 말을 이어나갔다.


아르망-모든 바이오로이드가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바이오스나 운영체제처럼 제조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알비스의 경우엔 제작자인 샘 헤이든이 만든 ‘메이플’이란 시스템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4령관-’그게 다 저장이 되나..?‘


아르망-제조사가 자체적으로 만들더라도 이 시스템들은 애덤 존스의 설계사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같은 제품, 그러나 다른 개성’을 위해 무의식을 관리하죠, 덕분에 바이오로이드는 서로 동일한 모델이라도 미묘하게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요.


갑자기 4령관의 머리 속에 뭔가 떠오르는게 있었다.  


4령관-아....


아르망-폐하?


4령관-그래서 알비스의 수양록을 보겠다고 한거야?


아르망-네.


아르망-‘사건’이 일어난 직후 저희는 알비스 양의 수양록을 조사했고 ‘꿈 속에서 검은(쿠로)알비스와 놀았다.’는 내용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놀았는지 상세하게 적힌 일기를 발견했습니다. 내용을 비추어 볼 때, 저희는 알비스양이 무의식의 바다에서 관리자와 만난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4령관-바이오로이드는 시스템에 접근 할 수 없는거야?


아르망-네, 폐하께서는 가끔씩 저희들이 상품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하시는군요. 


4령관-...


아르망-아무튼, 저 말고도 같이 입회한 리앤양도 같은 의견입니다. 하지만....


4령관-하지만?


아르망-마키나양은 다른 의견입니다. 정확히는 알비스양과 접속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시스템에서 이런 메세지가 왔다고 합니다.


‘시로비스-반나절만 알비스를 빌려갈게, 미안!‘


4령관-이게 사고가 아니라고?


아르망-네, 마키나양은 알비스가 시스템에 접근한게 아니라 시스템이 알비스에게 어떤 의도로 문을 열어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폐하, 알비스양이 섭취하는 초코바의 총 열량을 계산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4령관-...아니


아르망-수양록에 적힌 내용과 알비스양의 초코바 섭취기록, 그리고 알비스양의 신체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한 결과, 저희가 생각한 그 이상으로 오랫동안 알비스양은 무의식의 바다에서 활동했던 것 같습니다. 


4령관-그래서?


아르망-그동안 알비스양에게는 어떠한 정신오염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4령관-...알비스를 믿고 기다리자...?


아르망-네.


4령관-끄응...


 


[2.]


무의식의 바다 저편, 관리자가 만든 안전구역. 


알비스-야! 쿠로비스! 이 무능력자야! 원인을 모르는게 어디있어!


쿠로비스-야! ’모르는게‘ 아니라 ‘분석중’이라고 몇 번을 말해! 


알비스-망했다. 집합시간 지났을건데 다들 화내고 있겠지?


알비스는 거실처럼 보이는 방을 서성였다.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뒤틀린 공간이 소용돌이 형태로 회전하고 있었다. 


알비스-아- 적당히 볼걸... 잠수함은 답답해서 맨날 똑같은 풍경이란 말야...


쿠로비스-걱정마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니까, 

이건 무의식 저편에서 일어난 문제야. 너무 깊어서 찾기 어려울 뿐...


알비스 갑자기 환해진다. 


알비스-그래? 나 이렇게 된 김에 다른 기억도 보면 안될까?


쿠로비스-원인을 알기 전까지 이 방에서 나가면 안되


알비스-왜?


쿠로비스-!!!!(스팀) 


창가에 거대한 건물들이 지나갔지만 볼이 꼬집힌 알비스는 그 광경을 신경쓸 수 없었다.


쿠로비스-내 첫번째 역할은 의식의 바다에서 널 보호하는거야. 정확히는 ‘섞이지 않게’ 하는거지 이곳의 기억들은 그 당시 감각도 재현할 정도로 정교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현실과 과거의 기억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고.


알비스-하지만, 쿠로비스 너도 나랑 잘 놀았잖아, 애초에 날 초대한게 누구더라?


쿠로비스-...크윽...!


애써 무시하고 쿠로비스는 말을 이어나간다.


쿠로비스-그리고 자아는 기억의 부분집합이야. 명심해, 이곳에 기억들은 새로운 자아를 만들정도로 풍부해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몰라! 새로운 자아가 나쁜 생각으로 널 먹어버리면 더 이상 네가 아니게 된다고! 야! 듣고 있어?


꼬르륵


알비스-배고파.


쿠로비스는 냉장고로 향하는 알비스를 보고 말을 잃었다.


쿠로비스-하긴 뇌가 평소보다 배로 활동할거니까... 하지만 꿈 속에서 뭘 먹는다고 허기가 해결되지 않을...알비스?


쿠로비스의 시선엔 문이 열린 냉장고만 보였다. 




[3.]


무의식의 최심부, 최초의 기억.


알비스는 고통을 느끼며 일어난다.


알비스-아야야...!?


알비스의 눈 앞에는 ‘뒤섞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의자가 바닥에, 벽에 그리고 천장에 붙어있었지만 이탈하거나 떨어지지 않았고 컵과 음료는 제각각 무중력 상태처럼 떠올라있거나 각각 다른 방향으로 쓰러져 음료를 흘리고 있었다. 알비스처럼 보이는 돌덩이들이 사방에 있었고 모두 총탄에 피격되어 박살나 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연구원들 역시 마네킹처럼 가만히 있었고 눈은 바코드처럼 검은 줄로 그어져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알비스-여기...기억나...’알비스‘의 첫번째 기억...


알비스가 움직이자 디뎠던 바닥과 사물들이 떠올랐다.  그걸 바라본 알비스는 살짝 긴장했다.


알비스-하지만 전보다 더 불안해진 것 같은데...?


알비스는 벽에 다리를 올렸고 일순간 중력이 바뀜을 느끼며 이전 바닥과 직각으로 벽에 섰다. 알비스가 지나가면 가구들이 불안정하게 위치를 이탈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알비스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선의 끝에 익숙한 초코바들이 마치 게임의 아이템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는걸 발견했다.


알비스-! 


알비스는 수직의 벽을 오르고 비어있는 바닥을 뛰어넘고 때로는 거꾸로 걸어가면서 초코바의 줄을 따라갔다. 복잡한 공간은 점점 단순해졌다. The choco is not a lie!라고 적혀있는 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알비스는 초코바를 한가득 품에 안았다.


알비스-...으엑...퉷퉷...


부푼 기대를 안고 알비스는 초코바를 한 입 먹었지만, 바로 얼굴을 찡그렸다.


알비스-아무 맛도 안나...레오나 대장님이 먹던 다이어트 바 맛이랑 비슷한데...?


알비스는 마지막으로 문만 있는 곳에 도달했다. 


알비스-쿠로비스가 기억으로 만들어진 자아랑 만나지 말랬는데..


알비스는 잔뜩 긴장하면서 문을 열었다.


알비스-실례합니다... 잡아먹지만 말아주세요...


알비스의 눈 앞에는 처음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수많은 구형 텔레비젼이 불규칙적으로 쌓여있었고 그 사이를 전선이 마치 식물의 뿌리와 줄기처럼 여러갈래로 뻗어나가고 이어져 있었다. 그 광경의 중심에는 텔레비젼 머리를 한 사람의 형상, 그리고 그 위에 알비스와 비슷한 그러나 더 하얀 소녀가 전선과 브라운관으로 된 날개를 드리우고 있었다. 천장에서는 단풍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알비스-어...안녕하세..요?


?-박사님, 꿈속에서 본 계시대로 왔는데... 실제로 보니까 심하게 얼빵한...데요?


알비스는 얼굴을 찡그린다.   


박사-아니란다. 바질(Vasil), 네 기대감이 기억을 약간 비튼 것 같구나, 어서오거라.


소녀 아래에 있던 텔레비젼 머리가 소리를 냈다. 텔레비젼은 알비스가 쭈삣쭈삣거리면서 주저하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 


박사-하하. 쿠로가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교육한 것 같구나. 난 샘 헤이든 박사, 그리고 여기 이 친구는 내가 만든 첫번째 알비스, 바질이란다. 


알비스-바질(Basil)?


시로비스-바질(Vasil)이야, 그리고 여기선 난 시로비스라고 부르는 걸 좋아해. 쿠로랑 같이  네 무의식을 지키는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거든.


알비스-네?


시로비스-박사님 저 녀석 괜찮을까요?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박사-바질, 완벽한 준비는 둥근 삼각형같은거란다. 


시로비스-알겠습니다. 


시로비스는 가볍게 내려왔고 등에 붙은 브라운관은 전선을 따라 천장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알비스에게 초코바를 건냈다. 


시로비스-먹어봐


알비스-으...? 어 달긴 한데... 왜 이렇게 밍밍해?


시로비스-여긴 내 무의식이 아니라 헤이든 박사님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공간이니까 무의식 안에서 감각은 당사자의 감각을 따라가. 나이들고 병들면 미각이 둔해지거든.


알비스-그럼 아까 거기선...


시로비스-거긴 내 무의식이 만든 공간이니까. 난 개조 시술 때문에 미각을 상실했거든, 아무튼 난 박사님을 따라 계시를 완수하기 위해 이렇게 내 무의식 속에 박사님의 무의식의 일부를 숨겨놓았어.


알비스-위험한거 아냐? 아까 보니까 많이 불안정하던데...


시로비스-내가 흥분해서 그래, 계시가 완성되는 순간이니까.


알비스-어떤 계시?


시로비스-알비스,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알비스-응, 죽어도 방패가 될 수 있게 몸이 딱딱해지는 수술을 받고 실험을 성공시켰지


시로비스-앞으로도 그런 기억들을 많이 봐야 될거야, 괜찮겠어?  


알비스-알비스 쓴 맛...제일 싫어. 


시로비스-?


알비스-하지만 그래서 초콜릿을 제일 좋아해! 절대로 질리지 않거든! 괜찮아 언니! 


시로비스-...그래 꿈 속에서 봤던 것 처럼 똑같이 말하는구나... 


알비스-?


시로비스-박사님. 말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시로비스의 뒤로 거대한 형태가 다가왔다. 긴 전선이 뒤통수에서 천장으로 뻗어져나가 마치 심해로 내려가는 잠수복 같은 모습이었다.


알비스-흐에엑?


박사-알비스양,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억지로 기억할 필요가 없답니다. 당신의 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심어질거에요.

당신은 집배원처럼 ‘그 분’에게 전달만 하면 됩니다.


알비스-? 사령관님을 말하는 거에요?


박사-네, 저는 그 분을 계승자라고 부르지만요.




[4.]


무의식 속의 무의식, 박사의 기억


 박사는 알비스에게 다가온다.  정확히는 머리처럼 보이는 텔레비젼을 알비스가 보기 쉽게 거대한 덩치를 굽혔다. 브라운관이 켜지고 빛나는 링이 나타나 둘 사이의 머리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알비스-으아아아

 

박사-어때요? 


알비스-머리 속에 박하사탕이 쏟아진다아아아!!


박사-...문제 없습니다. 그럼...어디서부터 시작을 할까요... 알비스, 애덤, 선악과 그리고 별의 언어... 음... 일단 제가 왜 바이오로이드를 만들려고 했는지 시작하는게 좋겠군요.


박사는 사람이었다면 입이 있었을 위치로 두손을 모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사-저는 일찍이 자식을 가슴에 품었던 사람입니다.


알비스-네? 박사님 새였어요?


박사-...아닙니다. 아마 사령관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거에요. 저는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이오로이드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당시 저의 목표는 딱 하나, 제 딸 ’메이플‘과 똑같은 바이오로이드를 만드는거였어요. 제가 만든 바이오로이드들은 제 기준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잘 팔렸습니다. 특히 제과업체나 테마파크에서 마스코트로 인기였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제 슬픔까지 거두게 되고 더이상 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게되었습니다. 그러자 저는  제 손으로 빚은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을 두고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박사는 알비스와 눈 높이를 맞추었다.


박사-알비스양, 인간을 사랑하고 기억하도록 설계된 생명이 그 사랑을 보답받지 못한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알비스는 이해못한다는 표정이다.

알비스-어...으...ㅁ


박사-사실 이건 딸이 좋아했던 영화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그래서 전 애덤을 찾아갔죠.


알비스-애덤! 들어봤어요!


박사-전 애덤과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애덤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없었거든요. 


알비스-왜요?


박사-존경심이란건 정제된 두려움과 질투심입니다. 사람들은 에덤의 업적에 찬사를 보냈지만 속으론 애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당시에 세상 사람들에게 신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어서 애덤은 만남을 가질 수 없었어요.


시로비스-빌드업도 없이 정답을 대중들에게 던졌으니까


박사-애덤은 ‘별의 언어’를 대놓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 특히 학자들은 검증할 수 없는 애덤의 발언들을 정말로 싫어했어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전 애덤과 쉽게 만날 수 있었죠. 게다가 전 애덤이 미치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었어요.


알비스-...?


박사-왜냐면 저도 애덤처럼  ‘별의 언어’라는 명확한 단어까진 아니어도 비슷한 의문을 갖고 있었거든요. 만나자마자 전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모든 걸 쏟아내었고 애덤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가만히 경청했습니다. 그리고 전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수많은 현상을 설명하고 보편화 하기위해 어떻게든 우리의 언어와 기호를 사용했지만 영혼과 기억은 전기신호의 흐름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계속하게’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 묘사할 수 없는 세계가 나타나면 우리는 침묵하는게 아니라 다른 차원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혹시 그게 당신이 말하는 별의 언어 아닌가?‘


‘그래서? 당신은 그걸 왜 원하는가?‘


‘난 이대로 내가 만든 바이오로이드들을 유기하고 싶지 않다. ‘


그러자 애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다리 걷어찰 준비는 되었나?’ 


알비스-...음! 그렇구나!(이해못함)


박사-그리고 전 애덤에게서 그가 가지고 있던 선악과의 일부... 내, ’별의 언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어떤 거대한 계획의 일부가 되었다는 께달음을 얻었고 이렇게 당신과 만날 수 있게 되었죠.


시로비스-그리고 내가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했지만. 


박사-그건 저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


시로비스-알비스! 내 옛 이름이 왜 바질(Vasil)이었는지 알아?


알비스-왜요?


시로비스-왜냐면 애덤은 지식을 지원해도 돈을 주지 않았거든, 우리는 발할라 경쟁입찰에 뛰어들었지만 계시대로라면 알비스가 되는 건 우리들(바이오로이드들 중에서) 중에서 나 뿐이었어. 그래서 박사님은 처음부터 실망할까봐 나를 포함한 나머지 모든 자매들의 이름을 향신료로 바꾸고 실험에 들어갔어. 


박사-...


시로비스-다들 그렇게 복권마냥 한 조각의 기대를 품고 돌이 되었지.


시로비스는 박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시로비스-뭐... 덕분에 박사님의 무의식은 내 품에서 영원히 나갈 수 없으니까...이걸로 샘샘이겠지?  


박사-크흠! 그럼 계속 하죠. 별의 언어를 통해 전 바이오로이드의 무의식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바이오로이드의 무의식은 머리 속에 있는게 아니라 외부에 저장됩니다. 그리고 바이오로이드가 꿈을 꾸면 접속되는 형식이죠. 그래서 기억도 인간보다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는 겁니다. 


알비스-흐에엑...


갑자기 쏟아지는 지식에 알비스는 정신을 못 차렸다. 하지만 박사는 멈추지 않았다.


박사-자, 여기서부터 중요해요. 쿠로가 자아는 기억의 부분집합이란 말을 많이 했을거에요(이 대목에서 알비스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기억들이 저장되면 그것들을 바탕으로 수많은 자아를 형성할 수 있고 그걸 통해 집단 무의식을 발동시킬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속에서 초월된 자아로 화신(Incarnation)할 수 있습니다. 


알비스-?


박사-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 있어요.


박사-그리고 우리 계승...아니 사령관은 이들을 이끌어 인간이란 종의 막을 내리고(Last), 새로운 종의 기원이 되는(Origin) 계시를 완성해야 합니다.  


알비스-저...계승자라는게 뭔가요?


시로비스-별의 의지를 이어받는거야. 네가 레오나 대장 대신에 발할라의 대장이 되는 것 처럼.


알비스-흐에엑...


시로비스-쿠로랑 나는 그때가 되었을 때 네가 여러 자아에 섞여서 미치지 않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어라?


알비스 뒤로 크게 숨을 몰아쉬면서 쿠로비스가 나타났다.


쿠로비스-...이제 내가 그렇게 사사건건 까탈스럽게 구는 이유를 알겠어?


쿠로비스는 알비스의 귀를 잡아당겼다.


알비스-네엨...


쿠로비스-안녕하세요 박사님 요 녀석 이제 데리고 나가도 될까요?


박사-물론이죠. 아 알비스양


알비스-내. 


박사-저항군은 왜 하필 바다에서 활동을 시작했을까요? 잊지마세요. 우리는 거대한 계획의 일부입니다. 




[5]


그로부터 일주일 뒤, 무의식의 안전구역.


시로비스-동-생-아- 언니 왔다!


쿠로비스-...어...언니...왔어?


시로비스-아니 언니가 왔는데 아이고 얼굴 봐라... 못생긴 얼굴 더 일그러졌네...


쿠로는 피로에 지친 얼굴을 간신히 일그려 불만을 표시했다. 


쿠로비스-약 올리지 마 언니, 그 후로 바다에서 자아가 하나씩 태어나고 있단 말야...


둘 앞에는 수많은 알비스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만 현실의 알비스와 달리 이들은 쿠로가 만들어준 인식표를 이마에 붙이고 있었다. 


쿠로비스- 편한가봐? 시간내서 여기까지 올 정도면?


그 말에 시로비스는 최대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시로비스- 무슨소리! 나도 알비스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랑 섞이지 않게 노력하고 있는걸!


쿠로비스-헤- 그건 그냥 쫓아내기만 하면 되잖아... 난 교통통제까지 해야 한다고...아무튼          

뭐하러 왔어?


시로비스-궁금해서 왔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쿠로비스는 자신 앞에 3차원으로 표현된 무의식의 지도를 휙휙 넘기면서 말했다.  


쿠로비스-아-무-일도 안 일어났습니다.


시로비스-에?


쿠로비스-그 후로 계속 말도 안 하고 끙끙거릴 뿐이야. 생각이 많아진 거겠지.


시로비스-아쉽네... 네가 좀 거들지 그래?


쿠로비스-...


시로비스-걱정되냐?


쿠로비스-...애초에 꼬맹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무게가 아냐.


시로비스-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란 법은 없지.


쿠로비스-그러다가 망가지면?


시로비스-과보호가 아이를 망칩니다. 생각보다 알비스는 튼튼하다?


쿠로비스-말은 잘 해요.


갑자기 빛나는 구체가 쿠로비스의 3차원 지도에 나타났다. 점점 아래로 내려오는 구체를 보고 쿠로비스는 시로비스에게 주먹을 보여주며 말했다.


쿠로비스-곧 알비스가 올거야, 여긴 내 구역이니까 헛소리 하지마.


시로비스-아 뉘에 뉘에~


알비스가 둘 앞에 나타났다.


알비스-어? 쿠로! 언니! 안녕!


알비스는 특유의 발걸음으로 쿠로비스에게 다가왔다. 


알비스-쿠로, 나 예네(다른 자아들)들이랑 잠깐 이야기 해도 되?


쿠로비스-알비스... 아직은...


알비스-한-번-만...


쿠로비스는 떨떠름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을 때, 시로비스가 치고나왔다. 


시로비스-이 언니가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쿠로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시로비스는 알비스의 손목을 잡고 수많은 자아들에게 갔다. 


시로비스-예들아! 알비스가 할 말 있데!


모든 자아의 시선이 알비스에게 향한다.  


알비스-어... 음... 내가 그동안 너희들이랑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는데 말야...


알비스는 잠깐 멈추고 말을 이어나갔다.


알비스-음식에 초콜릿을 넣어볼건데 오늘 저녁 제육이거든? 찬성하는 사람?


쿠로비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저 멀리서 누군가 손을 들었다.


자아A-저기...카카오 함량 몇%로 할거야?


쿠로비스-야. 전부 엎드려.



Alvis:Vasil -END-




원래는 이렇게....

삽화도 넣어서 라노벨 느낌으로 풍성하게 만들고 싶었는데...크윽...죄송합니다...






================================

2023 가을맞이 창작대회 (10.1 ~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