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을 마친 사령관은 의자를 돌려 자신의 방을 둘러봤다.

사령관의 방은 평소와 다르게, 쿠키나 사탕, 초콜릿을 비롯한 각종 간식이 포장된 채, 산더미만큼 쌓여있다.

간식을 좋아하는 바이오로이드가 이 광경을 봤다면 기쁨의 비명을 질렀겠지만, 정작 사령관은 기쁨보다 다른 감정이 앞섰다.


물론 사령관이 간식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달콤한 간식이 필수인 점도 있지만, 그 전에 맛있는 걸 싫어하는 존재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면, 안 부족하겠지?"



그래 무엇을 숨기랴, 저 간식의 산은 사령관의 작품이다.

그러니까,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의미다.


만약 사령관에게 왜 이런 간식의 산을 만들었느냐 묻는다면 그는 주저 없이 "오늘이 할로윈이니까"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사령관은 따로 수제 간식을 만들지 않았다. 그가 이런 간식의 산을 만든 이유는 오직 작년 할로윈 축제에 열린 작은 사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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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때는 작년 할로윈 파티가 끝나갈 무렵, 한 바이오로이드가 사령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사령관에게 과자를 요구했지만 아쉽게도 그에겐 과자가 없었다.


고로 그녀는 사령관에게 장난을 쳤다. 꽤 성적인 장난을...

물론 그녀가 본격적으러 장난치기 전, 컴패니언에 의해 진압당했다.

어떤 바이오로이드가 저질렀는지는 말을 아끼겠지만, 그 광경을 본 해당 바이오로이드의 상관인 칸이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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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이후로 사령관은 직접 과자의 산을 만들어 성적인 장난을 노리는 바이오로이드를 대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쿠키나 사탕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나눠주면 되지만, 사령관이란 남자, 뭔가에 꽂히면 대개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그는 각종 간식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산더미만큼 오르카 호 인트라넷에 있었다.

처음엔 여러 실패를 겪었지만, 계속 반복한 결과, 꽤 괜찮은 간식들이 나왔다.

그는 거기서 만족했어야 했다.


사령관의 패착은 맛보기를 아우로라에게 부탁했다는 점이다.

만약 소완을 제외한 다른 바이오로이드였다면 사령관이 만든 과자에 대해 그리 엄격한 평가를 하지 않겠지만.

아우로라는 디저트 실력으로 따졌을 때, 소완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인 바이오로이드.

당연히 사령관의 수제 간식에 엄격한 평가를 했다.


사령관은 그녀에게 합격이란 말을 들을 때까지 간식을 만들었다.

아우로라는 온종일 사령관 곁에 있어서 행복했다.

어쩌다 보니 쿠키를 얻어먹은 지니아는 행복했다.


실패작을 포함 불합격한 간식들을 짬 처리당한 브라우니들은 그리 행복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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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슬슬 준비해 볼까."



사령관은 기지개를 켜고, 방을 싫어하는 걸맞게 꾸민다. 방을 다 꾸몄을 무렵 노크 소리와 함께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트릭 오어 트릿!"



LRL와 닥터, 알비스가 사령관을 보며 외친다. 3명 다 평소의 옷차림이 아닌 가장을 하고 찾아왔다.



"어때 사령관 잘 어울려? 봐봐 사령관 코스프레!"



자신의 새 옷을 자랑하는 LRL, 사령관은 자신을 따라 하려는 그 모습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고로 간식을 사이클롭스 프린세스가 정한 허용치보다 조금 어쩌면 엄청나게 많이 줬다..




"사령관님, 알비스 백작은 초콜릿을 원해!"




작년과 똑같은 복장으로 알비스는 사령관에게 초콜릿을 요구한다. 여전히 좋은 이 정도면 하지만 작년과 똑같은 옷은 감점 요소다.

내년에는 백작이 아닌 공작으로 와주길 바라며. 사령관은 알비스의 가방에 초코칩 쿠키와 건포도 쿠키를 반반 섞어서 가득 채웠다.



"나는 닥터 닥터맨이다! 오빠를 대학생원으로 만들기 위해 찾아왔다!"



작년과 똑같은 복장, 하지만 이 정도면 여전히 무섭다. 닥터닥터맨의 사악한 계획을 막기 위해 사령관은 그녀에게 과자를 잔뜩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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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떠난 뒤가 무섭게 이번엔 멀린이 찾아왔다. 그녀는 어떠한 가장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서, 잠시만 숨겨줘!"



사령관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멀린은 사령관의 침대 밑으로 들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와 함께 블라인드 프린세스 들이닥친다.

그녀의 뒤엔 이젠 질렸다는 표정의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도 있었다.

2명 다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고 있다.



"사령관, 멀린을 보셨나요?"



그녀는 화난 표정이었다.



"다시 한번 물을게요. 멀린을 보셨나요?"



블라인드 프린세스가 가까이 다가와 사령관에게 말했다. 그녀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



"무슨 일 있었어?"

"당연히 있었죠!"



그녀는 말했다.



"멀린은 제가 마시려고 한 맥주를 전부 흔들어 놓았어요! 그 덕에 전 맥주 절임이 됐다고요!"



그녀는 정말 화난 것 같다. 사령관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막무가내로 사령관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마구잡이로 방을 뒤진다.

그러다가, 침대 밑에서 멀린을 발견한다. 멀린은 어떻게든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결국 질질 끌려나온다..



"블프, 그러니까..."



멀린이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블라인드 프린세스가 저먼 수플렉스로 멀린을 심판한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깔끔하다.

멀린은 그대로 기절했다. 그리고 블라인드 프린세스는 과자를 챙겼다. 달달한 과자라 맥주랑 잘 안 어울리겠지만 아무튼 챙겼다.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도 과자를 챙겼다. 사실 그녀는 거절했지만, 사령관이 챙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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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놀랍게 AGS가 찾아왔다.

시티가드의 펍헤드가 오두방정을 떨며 사령관실에 들어온 것이다.



"여기서 불법으로 과자를 나눠주고 있다고 들었네! 감히 영업 신고도 하지 않고 장사를 한다니 아무리 자네가 오르카 저항군의 사령관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폭거일세!."



라며, 화내는 거 아닌가.



"아, 물론 내게 적절한 뭔가를 준다면 그냥 눈 감고 넘어갈 수도 있네만."



마치 뇌물을 요구하는 부패 경찰처럼 말했다.

하지만 펍헤드의 뇌물 요구는 실패로 돌아갔다.

펍헤드가 뭘 더 요구하기도 전에 시티 가드 팀에게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시티가드에 체포되는 시티가드라니 참으로 모순적이다.


사령관은 시티가드팀을 위해 따로 간식을 빼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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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알프레드를 필두로 골타리온과 페레그리누스, 삿갓이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쳐들어왔고.

그 4명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돌려보내니까. 또 데이터베이스에서 이상한 걸 배워 왔는지, 어썰트 부머가 와서.



"케이크는 거짓말입니다. 사령관!"



이라면서 간식을 폐기하려고 하지 않나. 샬럿과 앨리스가 수녀복을 입은 채, 대놓고 사령관을 유혹하려 했으며, 축제 분위기에 맞춰 실행된 장난 때문에 바이오로 이드 몇몇이 중파 당했다.


하지만 결국 사령관은 모두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데 성공했다.



할로윈 파티는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사령관은 좀 더 사령관실에 있기로 마음먹었다.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사령관이 문을 열자. 거기엔 한 바이오로이드가 서 있었다. 열심히 가장까지 한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트릭 오어 트릿."



그녀가 말한다. 사령관은 그녀에게 간식을 건네려고 했으나, 이미 다 떨어진 상태였다.

사령관이 어떻게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가 사령관을 끌어안고 사령관실의 문을 닫는다..

그녀가 이번 할로윈 파티의 최종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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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다 엄청 시간을 잡아먹었네. 원래 계획한 것보다 더 짧게 나왔다.

엄청 건전하게 끝났지만 사실 원래 기획은 쇼령관 야설이었다.

쇼령관이 간식 만들 때 엘븐즈 모유를 직접 짜서 쓴다던지.

바이오로이드에게 간식을 주면서 섹스한다던지.

결말을 난교 엔딩으로 끝낸다던지 뭐 계획은 여러개 있었는데


쓰고 보니까, 안 꼴리더라.


아무튼 건전한 소설이 되었다.


마지막 결말에 나온 섹돌은 님들 최애캐임 아무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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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가을맞이 창작대회 (10.1 ~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