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너 타임.


멸망 전이라면 일 인분에 수십만 원을 호가했을 최고급 혼마구로를 소완에게 부탁해서,

참치가 너무 얼지도, 너무 녹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로 두세 점씩 화려한 손놀림으로 썰어주는 참치를 먹고싶다.



거무튀튀하고 칙칙한 빛깔의 캔참치밖에 모르는 좌우좌는 빠알간 참치살을 보고서 안 익은 생고기를 어떻게 먹느냐고,

이것이 정녕 평소에 먹던 그것과 동족이 맞느냐고 눈동자를 불안하게 굴리는 좌우좌의 작은 입 속에,

손가락 반 마디 두께로 썰린 두툼하고 아삭한 대뱃살을 짭쪼름한 참기름장에 듬뿍 찍어 반쯤 강제로 넣어주고 싶다.








차가운 감촉에 흠칫 하며 머뭇거리던 우좌가 조심스레 씹자 생각보다 아삭한 식감에 먼저 놀라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한 거야.

짭짤한 소금기에 자극받아 샘처럼 솟은 침에,

육지 식물의 고소한 기름과 바다 동물의 그윽한 기름이 섞이더니,

어금니에 두어번 씹혀 조직이 부서진 대뱃살을 촉촉하면서도 끈적하게 감싸 혀에 닿는 거지.



아밀레이스에 녹은 고품질의 지방과 단백질이 미뢰가 흡수할 수 있는 '맛'의 입자가 되어 혀를 자극하는 순간,

좌우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입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야. 그저 바다의 여운만이 남아있을 뿐.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맛의 감동에 살짝 떨면서 이것이 대체 무엇이냐고 묻는 좌우좌에게 


처음 말했듯이 이것은 참치라고, 다만 평소에 먹던 것들보다 덩치가 크고 맛있는 참치라며,


너가 제조된 나라의 구 인류는 이것을 혼마구로라고도 불렀다고 말해주자, 좌우좌는 갑자기 거만한 얼굴로,


이것이 참치의 진조란 말인가......언제나 짐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바다 야수들의 상위종...과연 품고있는 근원의 에너지가 다르도다...

라며 중2병 모드로 잘난척을 하지만 입가는 이미 시냇물처럼 침이 줄줄 흐르고 입은 헤벌레 벌어져있는 거야.






이전의 경계하며 주저하던 눈빛과는 달리 탐욕스럽게 눈앞 접시를 바라보는 좌우좌에게 마음껏 먹으라며,

더 아삭한 가마살도 먹여보고, 꼬들꼬들한 배꼽살도 먹여보고, 가장 담백하고 붉은색이 진한 적신도 먹여보고, 


있는대로 골고루 먹이니 컨셉질은 까맣게 잊은 채 본래 외모에 맞는 어린아이처럼 맛있어! 맛있어! 너무 맛있어!를 연발하는 좌우좌를 사령관은 흐뭇한 아빠미소로 바라보는 거지.

너무 느끼하게만 먹으면 많이 못먹는다며 무순과 파뿌리도 가끔 입에 넣어주고 이렇게도 먹어보라며 김도 싸주고,

기름장 뿐만 아니라 간장, 그리고 참기름 없이 순수하게 소금만 찍는 방법까지,


우좌가 매워서 못 먹는 고추냉이를 제외한 모든 방법으로 먹이다보니 어느새 준비해둔 참치는 다 떨어진거야.




입가에 황금빛 날치알을 묻히며 사령관 몫의 김마끼까지 2개를 뚝딱 해치운 좌우좌.

그런데 갑자기 눈에 물방울이 맺히면서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거지.




깜짝 놀라 왜 그러냐 혹시 차가운 회를 먹어서 배탈이라도 난 거냐고 걱정하는 사령관에게, 말을 못하고 입 안에서만 오물거리다가, 계속 진지하게 염려하는 사령관에게 결국 털어놓는 거야.

이렇게 귀하고 맛있는 걸 너무 급하고 빨리 먹어서 아쉽기도 하고,

또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자기가 너무 욕심을 내서 사령관은 얼마 못먹지 않았느냐고,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자신같이 탐욕스럽고 나쁜 바이오로이드에게 또다시 이런 걸 먹여줄 것 같지 않아서 슬퍼졌다고 하는 좌우좌를 꼬옥 안아주며

자기도 배부르게 많이 먹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다음에도 또 같이 먹자고 말해주니,


진짜 진짜로? 사령관 너무 좋아! 라며 해바라기처럼 활짝 미소짓는 좌우좌를 보고싶다.

  

                                                                       -완-



 


























































































DLC




그날 늦은 저녁,


사령관과 놀다가 포만감에 일찍 잠든 좌우좌에게 이불까지 덮어주고 나온 사령관은 


아무래도 약간의 허기를 느끼고 오르카의 주방으로 향하는 거야. 



우좌가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고 정신적으로는 충분히 배불렀지만, 진짜 위장에서는 모자람을 느꼈던 거지.


주방 뒷정리를 하고있을 소완에게 미안하지만 간단한 죽이라도 차려달라고 하려던 사령관은,


입구에 붙은 쪽지를 하나 발견하게 되지. '요깃거리를 준비해 두었사옵니다. 침실로 오시옵소서' 








자기 방으로 돌아간 사령관의 눈앞에는 소완이 치파오 시스루를 걸치고 고혹적인 자태로 기다리고 있는 거야. 


가운데 놓인 작은 탁자에는 김가루가 뿌려진 전복 찹쌀죽, 혼마구로의 가장 고급진 부위들, 참치 눈물주, 그리고 지금 막 따끈하게 구워져 나운 머리살 등이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고.  


이 시간에 주방을 찾을 줄 어떻게 알았느냐는 사령관의 질문에 후훗 하고 웃으며, 


매일 진상을 올리는 몸으로서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느냐고 주인님의 위장에 대해서만큼은 오르카에서 자신이 제일 잘 안다며 눈물주를 따라주는 거지.






술잔이 오가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까 저녁에 소완이 차려준 식사를 좌우좌가 대부분 먹어서 화나지 않았느냐고 조심스레 물으니,


예전의 여유없던 자신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다르다고 말하는 소완. 


오르카의 어린아이들은 주인님이 대하시는 태도로 짐작해봤을 때, 자신이 질투해야 할 여성이 아닌 딸이나 여동생들처럼 여기고 계신 것을 알고 있으며, 


맛이라는 것은 주인님을 기쁘게 하기 위한 도구이지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기에, 


그들이 행복하게 먹는 모습이 주인님의 기쁨이 된다면, 반드시 주인님의 입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살포시 웃으며 말하는 거야.


 

사령관은 예전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화한 소완을 보고 감동을 받아.


소완에게 사령관은 이해해줘서 고맙고 소완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말하게 되지. 


항상 주방에서 고생하는 소완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해주겠다고 술기운에 호기롭게 호언장담하는 사령관.


그런 사령관에게 소완은 수줍게 볼을 붉히며 이렇게 말하는 거야.


모든 것이 끝나 평화로운 세상이 오면, 소첩도 좌우좌처럼 행복하게 요리를 먹어주는 딸아이를 가지고 싶사오니,

그 때가 되면 주인님께서 소첩의 태내에 아이의 씨앗을 뿌려주시옵소서, 라는 거야.  


술이 들어가 자제력이 부족해진 사령관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었고 소완도 그걸 잘 알고 있었지.    


오늘이 안전한 날이라는 사실도.

병에 3분의 1쯤 남아있던 눈물주를 원 샷으로 들이킨 사령관은, 나는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서 벌떡 일어나 소완을 덮치는 거야.

앉아있던 소완을 억지로 일으켜 올리는 사령관의 거친 손길에 그녀는 겉으로는 당황하는 척, 갑자기 왜 이러시냐고 말을 더듬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지. 


아무리 사령관에게 감화되어 순해졌어도 그녀는 본질적으로 간교함을 지니도록 만들어진 존재.  

이 음흉한 암컷은 중심을 잃은 척, 술 취한 나비같은 동작으로 비틀거리며 주인의 품에 포옥 하고 안기는 거야. 


그것이 힘으로 억지로 암컷을 붙잡은 수컷의 흥분과 정복욕을 증폭시킬 테니까.


상반신에 느껴지는 소완의 말랑말랑한 고기 쿠션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사령관은 


아까 전 디너 타임의 좌우좌보다 탐욕스러운 얼굴로 소완의 입술을 빼앗겠지.

방금 들이킨 눈물주 탓에 평소보다 끈적해진 혀로 소완의 새빨갛고 가느다란 혀를 희롱하며,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로 데려가는 거야. 


그곳이 바로 이 음흉하고 간사한 마녀에게, 징벌의 말뚝박기와 참회의 성수를 뿌리는 고문실이자 참회실이니까. 


그리고 그 다음에 침대에서 벌어진 일은...

뒤는 라붕이들의 상상력에 맡기도록 할 게. 

                                                                                                                      

                                                                                                   

                                                                                      -찐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