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철충에 의해 멸망하기 전 세계에서 유명한 중국식 레스토랑 국화루가 있었다. 국화루의 주방장 별칭으로 ‘선녀’라고 불리던 사람은 자식이 없었고, 마음에 드는 후계자를 찾지 못했다.


삼안이라는 바이오로이드 회사에서 ‘포티아’라는 가정용 바이오로이드가 출시되자, 선녀는 국화루의 조리사들에게 말했다.


“차라리 요리를 알지도 못하는 ‘요알못’인 너희보다 바이오로이드를 쓰겠다!”


그 말을 한 그녀는 직원들을 조리사들을 구조조정하고 포티아를 구매하여 그녀를 제자로 키웠다. 그녀를 어찌나 아꼈는지 포티아의 별칭을 ‘비룡’으로 지어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비룡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지 못하고 국화루와 함께 철충의 폭격에 세상을 떠났다.


가까스로 살아난 비룡은 세상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그녀의 양어머니 선녀의 요리를 재현하고 다시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그녀의 꿈이되었다.


‘이곳이 소문으로만 듣던 오르카호인가.’


약 백 년 만에 그녀는 그동안 갈고 닦았던 요리를 보여줄 인간을 찾았다. 사실 철충들에게 도망치다 죽을뻔한 것을 브라우니들이 구해주었지만 어쨌든 찾은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비룡은 오르카호의 말단 조리사가 되었다.


“거기 포티아, 그... 몇 번이더라? 그래 너 말야.”


“비룡입니다 소완 주방장님!”


“채소 삶은 게 이게 뭐야! 너무 익어서 흐물흐물하잖아! 그 시간이면 일일 훈련 여섯 바퀴는 돌았다고 알아들어?!”


“죄송....합니다.”


오르카의 식구들을 먹이려면 어쩔 수 없이 채소를 커다란 솥에 한꺼번에 삶아야 했지만 보통 요리는 한 번에 수백 명이 먹을 수 있는 대량으로 만들기가 매우 어려웠다.


“죄송하면 다야? 국화루에서도 죄송하면 다였냐고? 그거 알아? 이미 늦었어, 사령관님께서 맛없다고 하시면 넌 죽은 목숨이야!”


“누구한테 죽냐고? 나한테!! 당장 채소 다시 삶아와 이 게으른 돼지야!”


비룡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서둘러 채소를 다시 삶으려 할 때 누군가가 주방에 들어오려 했다.


“이봐요 포티아 몇번인지 모르지만 미친 놈씨 나대지 말고 대기실에 있으라니까요!”


“주방장 불러와! 이 몸이 보여주겠다! 국화루를 넘어선 자의 요리 솜씨를!”


한 포티아가 발광을 하면서 주방 입구에서 얼쩡거리자 소완의 중식도가 날아가 포티아의 얼굴 바로 옆의 문틀에 꽂혔다.


“누가 주방에서 얼쩡거리라고 했죠? 바닐라양, 저년이 왜 저러는지 말해주실래요?”


바닐라도 새로 온 포티아 때문에 짜증 났는지 손등에 핏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참을 인자 세 번 새기고 침착하게 소완에게 설명하려 할 때 포티아가 말을 이어나갔다.


“건강해 보이는군. 비룡, 늬 엄마 죽었다고 하던데.”


“우리 엄마가 누구 때문에 돌아가신줄 알기나 해!”


비룡이 주변에 있던 중식도를 뽑으려 하자 옆에 있던 소완이 비룡의 손을 낚아챘다.


“야 이 미친년아! 주방에서 폭력을 왜 써!”


“훗, 순간적인 분노를 못 이기고 폭력을 휘두르려 하다니 애송이군. 그렇게 분하다면 나를 요리로 쓰러트려라.”


“국화루의 배신자! 용서 못 한다!”


“그만들 해라!”


식당에서 오르카의 장병들과 밥을 먹던 사령관은 주방 쪽이 소란스러워지자 이를 확인하러 왔다.


“각하!”


새로 온 포티아는 사령관을 보자마자 부복했다. 이 주변에 서 있는 누구보다 빠르게 사령관에게 최대한의 예를 표했다.


“이게 무슨 소란이야?”


바닐라는 사령관에게 새로온 포티아가 왜 대기실에서 기다리지 않고 주방까지 왔는지를 설명했다.


“소완 요즘 내가 밑에 애들 좀 풀어달라고 말한 것 같은데 내가 너무 풀어준 걸까? 비록 한 달 차이지만 선임에게 패드립부터 날리는 신입이라니.”


“위아래가 없구먼.”


“죄, 죄송하옵니다! 사령관님! 모두 제 잘못 이옵니다!”


“아, 괜찮아 괜찮아, 그나저나 포티아 너네 둘 다 국화루에서 일했다고 했지? 한 번 국화루의 요리를 먹어보고 싶군. 내일점심은 뭐지?”


“마파두부입니다!”


“그래, 내일 점심 까지 국화루의 마파두부가 먹고싶다.”


비룡은 사령관의 말을 듣는 순간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배운 요리 중 마파두부가 제일 자신 있는 요리였다. 


“다만! 중화요리에서 오미일체가 완벽하다고 하지만 너희들이 만들건 육미일체란 걸 명심하도록!”


사령관은 며칠 전 요리 만화책에서 본 내용을 보고 아무 의미도 모르고 대충 씨부렸다. 그는 자리를 뜨면서 ‘어차피 마파두부인데 조져봤자 얼마나 조지겠어’라고 궁시렁 대면서 자리를 떠났다.


다음날 점심 오르카의 식당, 방청객들과 소완 주방장 그리고 두 명의 포티아가 모였다.


“지금부터 포티아 대 포티아 요리대결 심사를 시작하겠다.”


두 포티아 모두 은색 뚜껑이 덮인 커다란 접시를 식탁위에 올려두었다.


“보통 중화요리의 맛은 다섯가지다. 바로...”


사령관은 소완을 슬쩍 보았다. 소완은 사령관의 눈짓을 알아채고 속삭였다.


“음.. 마, 랄, 색, 향, 탕이다. 그럼 두 사람에게 묻겠다. 여섯 번째 맛은 무엇이지?”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두 포티아는 동시에 외쳤다.


“스 입니다!!”


“음... 두 사람 모두 그걸 찾아내다니 훌륭하다.”


뭔지 모르겠지만 소완의 얼굴을 보면 정답인 것 같아서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수가 눈치채고 있었다니! 저 인간은 누구길래.’ 라고 두 포티아는 경악했지만 침착함을 유지했다.


“‘스’라는 맛은 아삭하게 씹히는 맛. 국화루에서 일한 것이 거짓이 아니었군요.”


소완은 SS등급에 걸맞게 미슐랭을 넘어서는 국화루를 포함한 전 세계의 맛있는 레스토랑의 비법 정도는 쉽게 재현할 수있었다.


“그럼 한번 먹어보지.”


사령관은 먼저 향부터 음미했다. 첫 번째, 고추가루의 매운맛 랄. 두 번째, 마늘쫑과 간장을 볶아냈을 때의 향. 세 번째, 고춧가루의 빨간색과 두부의 하얀색, 마늘쫑의 녹색이 어우러진 색. 네 번째, 마파두부를 최대 화력으로 열을 낸 불의 맛 탕. 산초가루를 뿌려서 마무리한 산초의 얼얼한 맛 마.


이 다섯가지 맛을 두 요리는 충족했다. 사령관이 특별히 주문한 여섯 번째 맛 스는 배고픈 사령관의 안중에 없었다.


“아 배고프다 그렇지 않냐? 밥통 좀 가져와 너희들도 배고프잖아.”


“아, 설거지 귀찮으니까 조그만 접시 말고 존나 큰 다라이 가져와 스까묵게 감질나게 먹어서 배불리 먹겠냐?”


소완과 두 포티아는 당황한 듯 얼어붙었다. 


“아참! 심사는 해야지 조그만 접시 두 개 가져와 줘 덜어두게.”


아우로라가 가져온 커다란 다라이에 두 포티아가 밤을 새워가며 연구한 마파두부가 뒤섞인다. 사령관은 주걱으로 슥슥비볐고, 숟가락을 든 방청객들은 군침을 흘렸다.


“마! 밥 묵자 퍼뜩 안 오고 모하나!


비룡은 어젯밤을 새워가며 만든 마파두부가 저 근본 없는 포티아의 마파두부와 뒤섞이는 것을 보고 그만 정신을 잃을 뻔했다. 


방청객들은 감탄하며 사령관이 섞어 놓은 마파두부 밥을 배불리 먹었다. 


어느새 배부르게 먹은 사령관은 조그만 접시에 담긴 마파두부들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자 소완은사령관의 양해를 구하고 먼저 새로 온 포티아의 시식 평을 내렸다.


“여러분 여길 보시죠.”


소완은 빠른 손놀림으로 마파두부의 두부들을 젓가락으로 집어내 에펠탑을 만들어냈다. 방청객들은 오오 하면서 소완의묘기에 감탄했다.


“에펠탑을 쌓아도 무너지지 않는다니, 두부의 탄력이 봐줄 만 하군요.”


“예 그렇습니다. 제 마파두부의 스는 고기와 가까운 두부의 탄력입니다. 하지만 연두부를 써서 겉은 탄력이고 뜨겁게, 속은 부드럽고 차갑게 해서 먹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사령관은 지금 말한 포티아의 말이 맞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온 포티아는 사령관의 근엄하고 확신에 찬 표정을 보고 승리를 예감했다. 그와 반대로 비룡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럼 이제 비룡에 대한 시식 평을 하겠습니다. 비룡, 제법이군요. 국화루의 마파두부를 완벽하게 재현하다니. 그 여섯 번째 맛의 비밀을 잘도 알아냈군요. 그 비밀은 바로!”


“잠깐!!!”


사령관은 갑자기 소완의 말을 잘라냈다.


“이번 비밀은 내가 말하겠다.”


사령관은 새로 가져온 앞접시에 두 포티아의 마파두부에서 꺼낸 고기를 두었다. 


“내가 시각과 청각으로 보여주지.”


언뜻 보기에 별 차이가 없는 고기 사령관은 먼저 새로온 포티아의 고기를 숟가락으로 짓눌렀다.


뀨우욱    질척 질척


“다음은 비룡의 고기 잘 봐라.”


꾸욱! 꾸욱! 꾸욱!


티잉! 티잉! 티잉!


“햇, 햇, 해콩!”


사령관이 숟가락으로 자른 고기가 두 동강이 났고, 고기 파편은 날아가 사령관 옆에 서 있던 리제의 볼따구를 때렸다.


방청객들은 웅성거렸다.


“봐봐 비룡의 고기가 도탄 된 거 마냥 튕겨 나갔어! 그런데 새로 온 녀석의 고기는 육즙만 나왔잖아.”


“하하하! 재미있는 고기야. 향과 맛으로 가려도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어. 고기는 아무리 다져도 심줄이 남아있지. 이건 고기가 아니야!!!”


방청객은 경악했다. 그리고 소완과 비룡은 사령관이 그 알기 힘든 비밀을 간파한 것에 감탄을 금치 못했지.


“하하하하하!!!! 비룡!!!! 잘도 이런 것을 잘도 생각해냈구나!”


비룡은 사령관의 우렁찬 웃음에 승리를 확신했다. 


“역시 사령관님이시군요. 그것은 고기가 아닙니다.”


“맞다. ‘콩’고기지.”


“불린 콩을 으깨서 밀가루와 반죽하고 깊은 맛의 장과 향신료를 넣어 육즙과 맛을 표현했죠.”


“크하하하하! 그래 그럼 이제 심사 결과를 발표하지!”


사령관의 광기 어린 웃음이 멎고 정적이 흘렀다. 심사가 진행되는 이 공간, 모두가 입이 비쩍비쩍 말랐다.


“하아아아... 흐으으..... 여봐라! 저 두 녀석을 잠수함 마스트에 매달아두어라!!!”


“네?!?!”


“뭣들 하느냐 저 녀석들을 끌어내!”


“아니 왜 갑자기!”


두 포티아의 절규에 사령관은 답했다.


“일단 새로 온 너! 하극상은 군법에 따라 사형이다!”


“그리고 비룡, 너는 선을 아주 쎄게 넘었어. 감히! 내게 콩고기를 먹여!! 내가 속을 줄 알았나?”


고기가 아닌 콩고기란 말을 들은 방청객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저놈을 죽여라! 그럴 줄 알았어! 보리밥으로 만들어주지!”


공포에 질린 두 명의 포티아는 브라우니들에게 끌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