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도대체 왜 이런 데 기어들어가서 멀쩡한 바이오로이드 골치아프게 하는 거죠?"

"바이오로이드가 그럴 수도 있지!"


나이트엔젤은 자신의 상관이랍시고 있는 이 바이오로이드가 벽에 뚫린 구멍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는 것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메이가 일단 이런 데 머리를 들이 밀 정도로 바보 같았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가슴이 나왔으면 엉덩이도 나와야 하고, 엉덩이가 들어갔으면 가슴도 나와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보세요. 무슨 장난질을 친 거죠?"

"나도 몰라! 그냥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엉덩이가 걸리더니 뒤로 빼도 가슴이 걸리잖아. 이상하긴 한데...."

"나중에 포츈에게 물어보도록 하죠. 일단 이 벽부터..."

"히익!"


메이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 진저리를 쳤다. 부르르 떨리는 가슴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싸늘해진 나이트엔젤은 아까보다 톤이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뒤에서 누가 만지기라도 했나요?"

"으 응...."

"호오, 누굴까요. 누구길래 걷어차지도 않고 이렇게 부끄러워 할..."

"사, 사령관..."

"음? 어떻게 알았어요?"

"내 엉덩이를 저렇게 쓰다듬을 사람은 하나뿐이잖아!"


오호라, 나이트엔젤은 악마처럼 웃으면서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메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령관님이 지금은 어쩌고 계신가요?"

"그걸 니가 왜 물어..."

"지금은 제 말 들으시는 게 좋을 걸요. 이거 기회잖아요. 사령관에게 이렇게 대놓고 엉덩이 보여준 적 있었나요?"


메이는 숨을 멈췄다. 그 얼굴을 보며 더욱 즐거워진 나이트엔젤은 조금 더 달콤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탈론 허브엔 별별 대응법이 다 있더라고요."

"그, 그래도..."


평소엔 있을 수 없었지만. 나이트엔젤은 상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긴장을 풀게 했다.


"사령관의 취향 정도는 잘 알고 있으니 제 말만 들으면 절대 문제 없을 거에요. 일단 엉덩이 힘을 푸시고..."

"어, 어떻게?"

"손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지 마시라는 거에요.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 들어와 볼테면 들어와봐라. 그런 느낌으로요."

"으응.... 그 다음엔?"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조금 불편한 듯 꿈지럭거리던 메이는 갑자기 안색을 바꿨다.


"왜요?"

"야, 사령관이 치마를 걷고 팬티를 내리려고 하는데..."

"싫으면 걷어차시고요. 그럴 거에요?"

"아,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취향 되게 이상하네요. 부하 앞에서 당하는 것도 좋은 거에요?"

"그럴 리 없잖아..."

"멸망 전부터 상관으로 모시긴 했지만. 진짜 이상하다니까."

"아니라고!"


메이의 고함은 하읏 하는 신음으로 끝났다.


"오, 벌써 내려 갔어요?"

"무, 묻지 마!"

"싫어요. 내려갔어요?"

"....응."


오호, 진행 빠른데. 속으로 웃은 나이트엔젤은 자신이 이렇게 기분좋았던 적이 있었나 스스로 놀랐다. 갑자기 끙끙대는 메이를 무시하고 벽에 귀를 댄 나이트엔젤은 벽 너머에서 무언가를 질척하게 핥는 소리를 감지했다. 이야 이거 참. 귀한 경험을 다 하네. 대장 첫 경험 보조라니. 나이트엔젤은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저기, 대장."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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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메이랑 나앤 둘 다 멸망 전 개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