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그.......쓰실겁니까"

"아, 네 저도 좀 급해서......"

오르카호 화장실 앞, 라비아타와 레모네이드는 어색한 몇마디를 주고받은 후 화장실 앞에 서있다.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던 것도 있겠지만 아직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해본적 없는 상황이었기에 서로 얼굴만 좀 아는 상태에서 차마 민망한 생리현상을 처리하려고 대기하는 꼴이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스러운 둘이었다.

"급하긴거면 먼저 쓰세요. 전 다른 화장실을 사용하면 되니까"

"그게 좀....문제가 생겨서요.."

레모네이드는 먼저 이 민망한 자리를 피해보려 라비아타에게 순서를 양보하려 말했으나 그녀의 말과 표정을 봐선 지금 이용한 화장실은 이 곳 말곤 없는걸로 보였다.

"아, 청소중이라 그런가보네요?"

"......부서졌어요"


"네????"


"변기가 다.....예....."

라비아타는 얼굴을 붉히면서 옆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변기를 싸구려로 쓰나....사령관이 좀 구두쇠인가봐요"

대충 상황은 짐작이 갔으나 민망해하는 그녀를 배려해 레모네이드는 애꿎은 사령관을 탓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사이, 화장실 문이 열리고 메이가 나왔다.

"뭐....뭐야??구경났어?????"


메이는 어린이용 대변기 받침대를 들고 나오며,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을 보며 괜시리 화를 내고는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갔다올게요. 금방이니까 좀만 기다려요"

레모네이드는 라비아타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내고 화장실로 들어가려했다.

하지만,

"정말 미안한데.....나 먼저 쓰면 안될까요??"

"네?????"

라비아타는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배를 한팔로 부여잡은 후, 레모네이드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왠만하면 참으려했는데 정말....더는 못버틸거같아요"

"아니 이제 와서 그러시면 저도...."

라비아타의 그 말을 듣기 전이었다면, 레모네이드도 선뜻 양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도 순서를 바꿔준다는건 자신은 화장실이 아닌 이 잠수정 어느 구석진 것에서 요강 위에서 끙끙거리며 볼일을 봐야할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큼은 그녀의 자존심이 용납 할 수 없었다.

"급하신건 충분히 알겠는데.....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올테니까"


"정말, 안될까요???"

라비아타는 정말 곤란한 듯 이젠 무릎까지 꿇어가며 간신히 참아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5분만 참아줘요. 금방 다녀올게요"

레모네이드는 라비아타의 애원을 애써 외면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후.....하마터면 클날뻔했네"

레모네이드는 황급히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볼 준비를 마쳤다.

쪼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맑은 물줄기가 흘러나오고, 레모네이드는 이 원초적인 배설욕을 해소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기.......저기요"


"곧 나가요~~"


볼일이 끝난건 아니었지만, 라비아타의 상태를 봐 일단은 여기서 멈추고 그녀에게 양보하는게 맞다 생각하며 휴지로 깨끗이 닦은 후 팬티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마저도 라비아타에겐 더이상 버틸수 없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나와요!!!빨리 나와!!!"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정확히 5초, 레모네이드가 팬티를 끌어올리고 문을 열려는 그 순간에 라비아타는 화장실 문을 부수고 그녀를 들어올린 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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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 건의 사항이 있습니다"

"건의 사항?? 한번 들어보자"


"개인용 화장실 하나만 장만해주세요"


"화장실은 많은데....굳이 개인용이 필요한가??"

"오메가한테 돌아가는거 볼래요. 아니면 그냥 화장실 하나 만들어줄래요"

"아 알았어!! 만들어줄게, 뭔 변덕이야"

"그런게 있어요"


그렇게 레모네이드의 개인화장실이 설치되었고,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특혜가 아니냐며 항의 했으나, 라비아타의 그녀는 그럴 자격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 논란은 수그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