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허리를 마구잡이로 흔들고 싶은 마음을 최대한 자제하려 애쓰며, 나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려고 하다 중요한 것을 기억했다.


피임. 혹시라도 애가 생겨버리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바이오로이드와 인간 사이에 난 아기는 그 육체가 모체에서 물려받은 진한 오리진 더스트를 버틸 수 있게 하기 위한 지속적인 수술이 필요했고,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정말 안타깝게도…나는 콘돔을 사 두지 않았다.


나는 서서히 허리를 뒤로 뺐고, 그녀는 뒤로 기댔던 고개를 다시 살짝 들어 아랫쪽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의아함과 아까움, 그리고 묘한 광채가 묻어나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그녀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것만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말이지…”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는 자신의 하반신과 나의 하반신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듯이 벗어서 침대 위에 널어놓았던 자신의 바지 주머니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는 그 안에서 멀쩡히 포장된 콘돔 하나를 꺼냈다.


“그건 또 언제 챙겨 놓은 거야?”


“그때…시내에 나갔을 때…”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이 콘돔을 내게 건넸고, 나는 서투른 솜씨로 포장을 벗기고서 그것을 씌웠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안으로 내 물건을 들이밀었고, 내 물건은 그녀의 어느새 다시 다물어진 그곳을 조금씩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억누르는 듯한 신음소리가 그녀의 다문 입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천천히 허리를 내밀던 나는 이내 나의 치골을 그녀의 치골과 맞댔고, 동시에 그녀의 안쪽 살을 조금씩 밀어내며 서서히 진입하던 육봉은 부드럽고 뭉툭한 무언가에 부딪혔고, 나는 그 느낌에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 또한 민감한 곳이었는지 다물었던 입을 열며 억누르지 못한 신음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자신이 그런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이미 더 빨개질 수도 없을 것 같았던 얼굴을 더욱 붉히며 입울 두 손으로 가렸다.


괜히 그런 모습을 보니 가학적인 욕구가 샘솟았지만, 혹시라도 성급하게 행동하면 그녀가 상처 입을까 하는 마음에 나는 허리를 거세게 흔들고 싶은 요구를 참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나는 약간의 장난을 쳐 보기로 했다.


나는 단순한 왕복 대신 그녀의 속을 이리저리 천천히 휘저어 보았다.


안쪽 어딘가에는 약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움직이던 중에, 위쪽 벽을 살짝 긁듯이 찔러 보니 발키리는 눈을 질끈 감고서 몸을 덜덜 떨었다.


그렇게 애써 신음을 참는 모습을 본 나는 가학 욕구가 다시금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내 물건을 뒤로 거의 완전히 빼냈다가 다시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위쪽 벽을 자극하는 형태로 다시 찔러 넣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몸을 심하게 떨며 눈을 살짝 떴다.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그것을 보고서 나는 혹시나 그녀가 쾌감 때문이 아닌 아픔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걱정이 되어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며 물었다.


“…괜찮아?”


“…괜찮습니다, 그리고…절 배려해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부디…당신도 즐겨주세요, 보리스.”


그녀가 날 이름으로 불러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워낙 존칭이 입에 붙은 그녀였기에 여태껏 내게 존대를 하며 성만으로 불러왔기에, 나는 기쁨을 느끼며 멈췄던 허리를 다시 천천히, 하지만 첫 삽입 때 닿았던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깊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까지 닿을 때마다 그녀는 꾹 다문 입에서 억눌린 신음을 내뱉었고, 그녀의 머리 양 옆으로 팔을 받친 채로 그녀 위에 반쯤 엎드려 있던 나는 얼굴을 내려 다물어진 그녀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겹치고 그녀의 입술을 벌렸다.


그녀는 저항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고,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입술만이 아니라 입 전부를 겹치게 하고서 서로의 혀를 섞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허리를 움직이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내 그녀와 나의 입 사이에 긴 실을 늘어트리며 입을 뗀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참지 않아도 돼. 네 소리를 마음껏 들려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나는 저 때 그녀와 입을 다시 맞춘 뒤로 이미 이성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본능의 외침에 따라, 나는 여전히 깊게, 하지만 속도를 올려 그녀의 안을 계속해서 찔렀다.


그녀는 내가 그러기 시작하자 놀랐는지 다물었던 입을 벌리며 신음을 억누르지 못했고, 이내 자신이 신음 소리를 내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지 계속해서 신음을 내는 것을 참지 않았다.


이미 이성이 마비된 내 머릿속에 청각적인 자극이 더해지자, 내 본능은 나를 참으로 대담하게 만들었다.


나는 허리를 뒤로 빼 내 물건을 그녀에게서 빼냈고, 한창 그 느낌에 몰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그녀는 아쉬운 기색으로 왜 그러시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말없이 침대 위에 다리를 뻗고 앉은 뒤,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살짝 들어올렸다.


꺅, 하며 평소의 허스키한 목소리와는 전혀 딴판인 높은 목소리로 비명을 짧게 지른 그녀를 나는 내 무릎 위에 앉히고 마주 본 채로 말했다.


“나라고 해서 계속 허리를 흔들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그건 거짓말이었다. 내 체력은 그리 저질이 아니었고, 그 때도 수십 번은 더 흔들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젠 네가 해 줄 차례야.”


할 수 있지?  나는 짓궂게 덧붙였다.


내 말에, 그녀는 얼굴을 거의 한계까지 붉히며 허리를 살짝 들었다.


무릎을 꿇고 다리를 벌린 채로, 그녀는 한 손으로는 나의 물건을 잡고, 한 손으로는 자신의 비부를 벌리며 삽입할 자리를 찾았다.


이내 그녀는 내 목에 자신의 팔을 감고서 내 물건의 끝부분과 자신의 비부를 맞댔고, 천천히 허리를 내리며 내 물건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다리를, 아니 온몸을 쾌감 때문에 떨며 눈은 왠지 모르게 감은 채로 내 물건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너무나도 음란하고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자극받은 나의 가학성은 또 나에게 미친 짓을 시켰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서 그대로 내 위로 잡아당겼다.


천천히, 안정적으로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서 삽입을 이어가던 그녀는 갑작스런 상황에 대응하지 못했고, 단번에 내 물건을 뿌리까지 깊게 받아들였다.


그녀의 속의 끝에 위치한 도톰한 곳이 내 물건의 끝에 강하게 부딪히는 것이 느껴졌고, 갑작스러운 자극을 맞이한 그녀는 그녀는 내 목에 감은 손을 풀지 않은 채로 허리를 뒤로 젖히며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절정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쉴 틈을 주지 않은 채로 앉은 자세로 그대로 계속 허리를 위로 치켜 올려 얕고도 깊은 삽입을 반복했다.


“흣…잠깐-만…방금 갔-흐윽!?”


완전히 힘이 풀려버린 표정으로 그녀는 나에게 기대왔고, 내 어깨에 얼굴을 걸친 채로 내 귓가에 달콤한 신음을 계속해서 흘렸다.


정신없이 허리를 올려 찌르다 보니, 그녀 또한 내게 맞춰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쾌감에 반쯤 미친 채로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서로의 귀에 속삭이며 서로의 박자에 몸을 맞춰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다 보니 강하게 올라오는 사정감에, 나는 그녀를 강하게 껴안으며 그것을 참지 않았다.


“발키리…발키리!”


“보리스…흑!?”


내가 사정하는 동시에, 그녀 또한 절정을 맞이하며 나에게 달라붙어 왔다.


잠시 뒤, 그녀는 살짝 허리를 들어 내 물건을 자신의 안에서 빼냈고, 내 물건 위에 씌워진 콘돔을 빼냈다.


나는 가만히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살펴보았다.


내가 사정한 정액이 담긴 콘돔의 입구를 묶어서 정리하더니, 그녀는 아직 사정의 흔적이 남은 나의 물건을 바라보더니, 이내 허리를 굽혀 내 물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아뇨, 이건 그런 게 아니라…청소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욕정으로 찬 눈으로 그녀는 반쯤 가라앉은 내 물건을 바라보더니, 이내 그것을 인정사정없이 자신의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상상 이상으로 따듯한 그녀의 입 속은 너무나도 자극적이었기에, 나는 내 물건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내 축축하고도 음란한 소리와 함께 내 물건을 입에서 빼낸 그녀는 여전히 욕정에 찬 눈으로 내 물건을 바라보더니, 엎드린 채로 나를 올려보았다.


“역시…한 번 만으로는 부족하신 거군요.”


“글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녀는 엎드린 채로 뒤로 돌더니, 이내 침대의 난간을 붙잡은 채로 자신의 엉덩이를 나를 향해 내밀었다.


한 쪽 손을 뒤로 뻗어 이미 음란한 모습으로 젖어 있는 자신의 비부를 두 손가락으로 벌리며,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이번에는 보리스, 당신의 차례입니다.”


그녀는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욕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시선을 본 나는 다시금 나의 욕정 또한 불이 붙는 것을 느꼈다.


“…콘돔은 더 없는 것 같던데.”


“오늘은 안전한 날이니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망설일 게 뭐가 있는가?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우리는 그 여운을 느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태어났을 때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밀착해 있었다.


우리의 헐벗은 나신을 가리고 있는 것이라고는 낡은 이불 밖에는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를 몰라서 그랬지만, 그녀는 왜 그러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부끄러움 때문일까? 아니면 나처럼 할 말을 몰라서일까?


첫 번째 사정 이후로 그녀가 유혹해 온 탓에 곧바로 2회전에 들어갔고, 그 뒤로는 서로 완전히 이성을 놓고서 체력이 다할 때까지 서로의 몸을 탐했다. 횟수는 당연히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계속 바라보다 이내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그녀는 팔을 뻗어 내 고개를 잡은 뒤, 내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무엇이 그리 좋은 것인지, 그녀는 홍조를 띈 채로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왜 웃어?”


내 질문에, 그녀는 여전히 실없이 웃으며 답했다.


“그냥…행복해서 그렇습니다.”


그녀의 미소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나는 기습적으로 그녀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살짝 가져갔다 떼어냈다.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이내 얼굴을 금세 또 붉히며 이불을 끌어올려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미 볼 거 다 보고 할 거 다 한 사이인데 방금 그게 그리 부끄러워?”


“으…그것과 방금 당신이 하신 건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발키리는 이불 속에서 눈만을 빼꼼 내밀고서 말했다.


참으로 귀여운 모습이었기에, 나는 그녀의 머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녀의 숨이 내 가슴을 간질이는 것을 느끼며, 나는 말했다.


“너는 왜 날 사랑하는 거야?”


그녀가 날 사랑함을 알았으니, 이젠 이유를 알 차례였다.


“…사랑의 이유를 물으시는 거군요.”


발키리는 내 품 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날을 기억하십니까? 전쟁터에서 저희가 처음 만났던 날 말입니다.”


“당연하지.”


그걸 어떻게 잊겠어. 솔직히 그날 술 마시다 필름이 끊어져서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날, 술에 취하신 당신은 제 품으로 안겨들며 우셨습니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시면서요.”


아, 젠장.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당신과 저가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끌리는 느낌을 받았고...그리고…정말 기억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내가 또 뭐라고 말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모른다고 그녀에게 답했다.


“…그렇군요…그건 그저 취하셨을 때 하신 말일 뿐인 건가요…”


“내가 뭐라고 말했길래 그래?”


슬픔과 울음기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당황하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언제 그런 목소리로 말했냐는 듯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눈물에 약하신가 보군요.”


“…시끄러워. 그래서 내가 뭐라고 말했는데?”


“저보고 예쁘다고…아름답다고 하셨죠. 저도 그때 취기가 올라있어서…그만 당신을 덮치고 말았습니다.”


이제 와서 상관없기는 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먼저 덮쳤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는지 내 품 속에 얼굴을 더욱 깊게 묻었다.


“괜찮아. 난 적극적인 여자가 좋더라.”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그녀는 그 마지막 말 한 마디를 내 품 속에서 웅얼거렸지만, 나는 그것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다음 날, 나는 알렉세이와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게 맡길 일이라는 게 뭔데?”


“이번에도 간단한 일이야. 저번하고 똑같이 어떤 남자에게 이 서류가방을 전해주면 돼.”


그는 탁자 위에 서류가방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알렉세이, 난 알아야겠어. 그 서류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나는 그를 떠 보기 위해 말했다.


저번의 서류가방 안에는 말 그대로 서류만이 들어 있었지만, 나는 그 서류에 적혀 있던 찜찜한 문장을 똑똑히 기억했다.


‘약 구매자 명단.’


알렉세이의 회사는 절대 제약 회사가 아니었다. 그것 하나는 확실했다.


나는 애써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 한 문장은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자.”


알렉세이는 망설임 없이 서류가방을 열어 안에 가득 든 서류들을 보여주었다.


“만지지는 말고, 보기만 해. 서류가 맞지?”


“…그렇네.”


나는 알렉세이를 순간이나마 의심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이 일이 불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는데.”


“…아니, 내가 할게.”


나는 돈이 필요했다. 그녀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랬기에 나는 알렉세이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그것이 악마의 손을 잡는 일인 줄은 꿈에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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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거 올리네. 솔직히 떡신 쓰는 거 너무 힘들다...경험자인데도 쓰는 게 힘들다...


야설쓰는 라붕이들 대단한 사람들이었어...


그나저나 중편 분량 조절 대실패네. 아직도 쓰고 싶은 내용 존나 많이 남았음.


언제쯤 하편 들어가고 완결내지...하편도 이렇게 가다가 길어질 것 같은데.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