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보기: https://arca.live/b/lastorigin/21749848 



이곳은 오르카호 내부 깊숙한 곳, 빛이라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체 희미하게 켜져있는 낡은 전구밖에 없는 어두운 방 안입니다. 이 공간을 장식하듯 방 한 가운데 의자에는 밧줄로 꽁꽁 묶여있는 뽀끄루 대마왕만이 보입니다. 뽀끄루는 묶여있는 처지에도 당당히 소리를 지릅니다.

 

"큿, 얼른 죽여라! 이렇게 묶어놓고서는 멀하려는게냐!"

 

뽀끄루의 외침은 맞은편의 마법소녀 백토의 찰진 따귀 소리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찰싹! 경쾌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자 백토의 가슴속에 차올랐던 분노가 살짝 가라앉습니다.

 

"뽀꾸르 대마왕! 오르카의 무고한 학생과 시민들을 우롱하고 속여온 당신을 오늘 단죄 할 것입니다. 모모? 준비하세요!"

 

옆에서 말없이 서있던 또 다른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가 움직입니다. 뽀끄루는 두려운 마음을 애써 감춘체 담담한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머...머...멀하려는 게냐...? 어서 주...죽이지 않고..."

 

마왕의 질문은 또다시 무의미 해졌습니다. 백토가 뽀끄루의 다른 쪽 뺨을 짜악! 소리가 나게 때립니다. 밀가루를 반죽하는듯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집니다. 뽀끄루가 울먹이며 침묵에 빠지자 곧 모모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대야를 끌고 옵니다. 그 안은 평범한 물로 가득 차있습니다.

 

"무...무슨...아, 아니지, 뭐냐! 이것은..."

 

백토가 뽀끄루의 외침을 또 한 번 무의미하게 만들 찰나, 모모가 제지하듯 천천히 설명합니다.

 

" '신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 오시자 홀연히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당신 위에 내려 오시는 것이 보였다.' 마테오 복음서 3장 16절 말씀. 당신의 악을 물 속에 흘려보내 그대의 원죄를 씻어낼것이니, 부디 개과천선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백토, 준비됐습니다!" 


백토가 뽀끄루를 대야로 끌고 가자 온 힘을 다해 저항합니다.


"잠깐, 잠깐! 이건 대본에 없던 내용이잖아요! 타임! 타임!"


뽀끄루의 저항은 무의미했습니다. 백토가 뽀끄루의 머리체를 잡아 대야로 끌고온 후 모모의 신호를 기다립니다. 모모는 검지와 엄지 손가락을 물 속에 집어넣고는 물의 감촉을 느끼려는듯 비빈 후 손을 끄집어낸 모모의 입가에는 웃음이 피어납니다.


"지금입니다 백토!"


"잠깐만, 잠깐마..."


신호가 떨어지자 백토는 뽀끄루의 머리를 물속에 쳐박습니다! 뽀끄루의 몸이 경련하듯 부들거리나 백토의 손길은 자비가 없습니다. 첨벙 첨벙! 부글 부글 부글. 물위로 피어나온 기포가 퐁 퐁 터지는 소리를 내는동안 모모는 마법소녀의 기도문을 읋습니다.

 

"그대의 영혼을 신께 부탁드리고 그대의 육신은 물 속에 들어가니, 악행은 흙으로 돌아가고, 원죄는 재로 돌아가며, 운명은 수래바퀴로 돌아가나, 인류의 선한 손길로 마지막 날에 그대를 부활케 하사 모든 죄를 씻고 새천년을 누리게 되기를... 중얼 중얼."

 

힘껏 발버둥치던 뽀끄루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백토가 움켜쥐고있던 마왕의 머리를 끄집어 당깁니다. 뽀끄루는 거친 기침소리를 토해내며 굳세게 말합니다.

 

"우엑, 켁! 콜록! 콜록! 본좌는...굴복하지...않는..."

 

또 한번 물속에 쳐박힙니다! 철푸덕! 부글 부글... 뽀끄루가 쳐박힌 머리를 어떻게든 빼내려하나 백토의 자비심 없는 손길은 굳세기만 합니다. 다시금 뽀끄루를 끄집어 올리자 마왕이 울먹이며 소리칩니다.

 

"그...그만...그만해애..."

 

모모는 안타깝다는듯이 고개를 젓습니다.

 

"사악한! 이것이 마법소녀의 힘입니다! 백토, 다음 단계를!"

 

이후 두 사람은 겁에 질린 마왕을 의자에 앉히고 머리에 무언가를 씌웁니다.

 

"나...나는...사악한 밤의...여왕...굴복...하지 않는다..."

 

마왕은 단호히 의지를 표합니다. 모모는 엄격한 눈빛으로 뽀끄루를 쳐다봅니다. 

 

"그 다짐도 오늘로서 끝일겁니다. 백토, 준비되셨나요?"

 

모모의 말이 끝나자 뽀끄루가 심히 동요합니다.

 

"또...또...뭘...?"

 

백토는 불길한 미소를 띄우며 벽 스위치에 손을 올립니다.

 

"마법이니까 피하기 없기?"

 

백토가 스위치를 올립니다. 펑! 강렬한 섬광이 방 안에서 터져나옵니다! 파지지지지직! 220V의 전류가 뽀끄루를 타고 흐릅니다! 방안에 구수한 냄새가 퍼져나갑니다.

 

"뽀끄륵!" 

 

뽀끄루가 뜻모를 단어를 내뱉자 백토가 스위치를 내립니다. 마왕은 눈물을 터트리며 외칩니다.

 

"항복! 항복!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마왕 그만둘께요! 그만해주세요!"

 

허나 모모는 윤허하지 않았습니다.

 

"사악한! 그런 얕은 수작에 속아넘어갈 것 같습니까? 백토!"

 

모모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토는 그녀의 마법봉을 꺼냅니다. 측면의 줄을 당기자 끝부분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나와 무식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위이이이이이잉! 뽀끄루는 잔뜩 겁에 질린체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도움! 도움! 헬프미! 경찰 아저씨! 사장님! 밖에 아무나 좀 도와주세요! 미친 마법소녀새끼들이 절 죽이려들고 있다고요!"

 

허나 아무도 듣질 못했습니다. 백토가 마법봉을 들이대자 뽀끄루가 비명을 지릅니다. 모모가 웃으며 말합니다.

 

"조용히 할까요?"

 

더이상 감당할 수 없습니다. 뽀끄루는 그녀의 흑마법을 사용해 밧줄을 태웁니다.

 

"헬 인페르노! 앗 뜨거!"

 

검은 불길로 자신의 구속을 태워버린 후 마왕은 출입구를 향해 뛰어갑니다.

 

"세이프티! 시티가드! 살려줘요!"

 

문 손잡이를 잡아당기지만, 이런! 문은 잠겨있습니다. 뽀끄루는 절망적으로 문을 두들기나 소용없었습니다. 문은 굳게 닫혀있고 미친 마법소녀가 그녀의 모가지를 따러 달려오고 있습니다.

 

"키히히힛! 그렇게 쉽게 벗어날줄 알았나!?"

 

백토가 기괴한 웃음소리를 지으며 톱날을 휘두릅니다! 키이이잉! 다행히도 톱날이 뽀끄루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갑니다. 콰드득! 운 좋게도 빗나간 마법봉이 문 손잡이를 박살내자 뽀끄루는 있는 힘껏 문을 밀어 젖히곤 빠르게 복도를 뛰어나갑니다. 그 뒤를 두 마법소녀가 쫓아갑니다!

 

"사악한! 놓치지 않아요!"

 

모모는 자신의 서슬퍼런 일본도를 뽑아들며 뽀끄루를 추격합니다. 그녀와 뽀끄루의 사이는 급격히 좁혀져만 갑니다. 뽀끄루는 절망에 휩싸인체 중얼거립니다.

 

"으아악! 으아아악! 어딘가 숨어야 해!"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우선 저 미친년들의 시야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생각을 마친 뽀끄루는 뒤로 돌아 두 마법소녀의 얼굴을 향해 마법을 날립니다! 헬 인페르노!

 

"크아악! 내 눈!"

"꺄악!"

 

치명적이진 않을지라도 잠시 시야를 가릴 순 있었습니다. 두 미친년이 얼굴을 감싸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뽀끄루는 모퉁이를 돌아 제일 가까운 방에 들어간 후 문을 잠급니다. 그리곤 문에 귀를 기울입니다. 쿵쾅 쿵쾅!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두 사람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잔뜩 흥분한 것 같습니다. 쾅!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다른 한 명이 상대방을 달래며 주변을 둘러보자고 의견을 냅니다. 잠시 뒤 발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합니다...그리고 적막만이 흐릅니다.

 

"허억...허억...잠시만 숨어있자..."

 

다리에 힘이 풀리자 뽀끄루는 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살았습니다.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살아남았습니다! 이 사실에 감정이 벅차오른 뽀끄루는 곧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습니다.

 

"으으...흐윽. 크허억! 컥! 으흑흑. 으어어엉...으아아아아아아앙..."

 

마왕은 미친듯이 눈물을 흘립니다. 목놓아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긴장이 풀린 반동이 그녀를 울게 만든것입니다. 헌데...

 

쾅! 윙 윙 돌아가는 톱날이 방 문의 잠금쇠를 부쉈습니다. 백토가 돌아왔습니다, 그 미친년이 돌아왔습니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소름끼치는 노랫소리가 방안에 흘러들어오고 있습니다. 벗어나야 합니다. 아직 들킨건 아니지만 곧 발각될 것입니다. 무슨 수 라도 써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영영 목숨을 잃고 말 것입니다! 어서...

 

"딸꾹!"

 

...이런. 뽀끄루와 백토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뽀끄루는 백토를 바라봅니다. 백토도 뽀끄루를 바라봅니다. 정적...그리고...

 

 

과연 뽀끄루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백토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요? 라스트 오리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