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파티를 여는 당일, 오르카의 강당은 바이오로이드로 북적였다. 무대 위에 있는 건 둠 브링어가 가져오고 포츈과 그렘린이 심혈을 

기울여 수리한, 100년은 족히 된 노래방 기계. 그리고 그 기계 앞에는, 넓은 상과 의자가 줄지어 놓여있었다.


“자, 모두 안녕? 오늘 파티를 여는 이유는 모두 알 거로 생각하지만, 다름이 아니라, 둠 브링어가 탐색 중에 노래방 기계를 가져왔고, 마침 할 일도 없으니 연 거야.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불러도 되고, 식사하고 싶으면 식사를 해도 돼. 딱히 관심이 없는 인원들은 

방으로 돌아가도 좋아. 이번 파티는 그냥 즐기자고 연 거니, 모두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즐겨보자고!”

 

“”“와아아아!!!”””

 

잠수함이 떨릴 정도로 큰 함성이 울렸다. 사령관이 허가한 광란의 축제. 그것만으로도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축제를 즐길 

열의에 불타고 있었다. 주최자로서는 더없이 뿌듯한 광경이다.

 

“소첩이 식사를 사전에 준비했사옵니다. 다만, 아무래도 이렇게 많은 인원에게 평소 주인님이 드시는 품질의 식사를 준비할 수는 

없는지라, 주인님께서는 평소보다 식사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끼실 수도 있사옵니다. 불초 소완, 유구무언입니다.”

“아니야, 아니야!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나 훌륭한 요리를 준비해줬는데, 오히려 내가 미안해해야지. 무리한 부탁이었을 텐데, 

들어줘서 고마워, 소완. 나머지 조리실 인원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배식은 뷔페 형식으로 했사옵니다. 조리와 배식을 동시에 하기에는 일손이 모자라고, 조리실 인원들도 가끔은 휴식을 취해야 하니까요. 그럼, 저는 주방 쪽 식탁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을 테니, 무언가 필요하신 게 있으면 호출해주십시오.”

 

식사의 배식이 시작되자, 각자 자신의 접시를 들고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접시에 파티 음식을 수북이 쌓아놓은 

바이오로이드도 있는가 하면, 식사는 대충 때우고 노래를 부르려는 인원도 많았다. 나는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대충 짬이 나면 

노래를 부를 생각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이미 식사를 마친 인원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세레스티아와 다크엘븐은 [Evergreen]을 부르고, 레아는 아쿠아의 도움으로 비를 뿌리며 [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는 등,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백토의 [Fly me to the moon]이 끝났을 때, 아이돌복을 입은 슬레이프니르가 무대 위로 올라와 마이크 테스트를 했다.


“음, 으흠! 이거 잘 작동하는 거 맞지? 좋아, 그럼 내가 한 곡 뽑아볼까?”

“전대장님 파이팅! 아, 그리폰도 응원할래? 이거 받아!”

“블랙 하운드! 형광봉 집어넣어! 쪽팔리지도 않아?”

“에~ 그래도 이거 흐레스벨그가 응원할 때 쓰라고 나눠준 거란 말이야.”

 

평소에도 아이돌 아이돌 거리다가 작게나마 꿈을 이뤄서 그런지, 묘하게 흥분한 모습이었다. 기계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걸그룹 노래가 아닌가? 뭔가 익숙한 멜로딘데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슬레이프니르는 노래를 시작했다.

 

“She’s gone~♪

 Out of my life~♬“

 

음?

 

“주인님, 포크 떨어뜨리셨어요.”

“미안한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평범한 걸그룹 노래나 부를 줄 알았는데, 저걸? 그것도 원키로 부른다고? 며칠 전부터 오르카 구석에서 이상한 비명이 들린다고 했던 거 같은데, 슬레이프니르가 연습하던 소리였던 건가?

 

“Lady~ won't you save me~♩”

 

심지어 잘 부른다. 관객석에서도 '저게 된다고?'라고 하는, 경악이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휴~ 속이 다 시원하네! 모두, 들어줘서 고마워! 응원도 고맙고!”

"...쟤는 철충 사태 끝나면 아이돌로 전향시키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다. 멸망 전 인류들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연습한 지 며칠 만에 [She’s gone]을 부르는 인재가 군대에서 썩고 있다고?"


후련한 마음으로 무대를 내려가는 슬레이프니르. 엄청난 노래 실력으로 단번에 무대를 뒤집어버렸다. 문제라면, 너무 뒤집어버린 나머지 다음 차례였던 바이오로이드들이 줄줄이 순서를 넘기고 있다는 거지만. 이러다가 슬레이프니르가 마지막으로 노래한 인원이 될 판이다. 

 

“어떡하지? 내가 나가서 분위기를 좀 풀어야 하나?”

“주인님의 그 케케묵은 노래 취향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분위기가 식을 것 같습니다만?”

“시끄러. 취향은 존중해주지?”

 

바닐라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딱히 그 외의 방법이 생각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올라온 바이오로이드가 있었다. 아크로바틱 써니였다.

 

“엄청난 무대였네요. 슬레이프니르 씨, 힘 조절은 안 하시는 타입이시군요? 부담감이 장난이 아닌데, 아무래도 제가 나설 차례 

같네요. 그럼, 가볼까요?”

 

고른 노래는 [Festival]. 써니다운 노래였다. 적절한 가사, 적절한 분위기, 후속 주자를 생각한 적절한 난이도. 게다가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는 노래인지라, 간주 부분에서 브라우니들이 단체로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했다.

 

“역시 써니야. 분위기 띄우는 데에는 선수가 따로 없네. 서커스가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쪽으로 활동해도 좋을 거 같은데?”

 

적절한 노래에 따른 적절한 박수,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퇴장하는 써니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 표정을 보자니, 나도 덩달아 흐뭇해졌다. 써니가 어느 정도 부담감을 낮추자,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줄을 섰고, 닥터가 준비한 대기표 발급기에는 숫자가 10 이하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흥겨운 파티가 계속되었다.

=====================================================================================


제목 : The show must go on-Queen

세리스티아&다크엘븐 : Evergreen-Susan Jacks

레아 : Singin' in the rain (사랑은 비를 타고 中)

백토 : Fly me to the moon-Bart Howard

슬레이프니르 : She's gone-스틸하트

써니 : Festival-엄정화


아직은 좀 정상적인 노래로 선곡 중

사령관은 노래 안부르냐 할 수도 있는데 취향이 너무 컨트리 쪽인건 자기도 알아서 자중하는 중

사실 백토는 September 부르는 걸로 하려고 했는데(만월 이벤이 9월이여서) 그냥 이걸로 바꿈


오타, 설정 지적 댓글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