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2차 창작물로서, 원작의 설정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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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6X년, 미 동부 어딘가.


분명히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시간이었지만 이 곳의 복도는 작은 전구만이 차가운 빛을 비추고 있었다. 복도 군데군데에 철창으로 막힌 채광창이 있었지만 이곳의 어둠을 비추기를 태양조차 포기한듯 희뿌연 안개만이 채광창을 넘어 들어오고 있었다.
복도 양 옆의 수감실에서는 누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만큼 조용했고, 밖에서도 일반적인 교도소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싸우는 소리, 서로에게 욕을 해대는 소리, 심지어는 간수들의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완전한 침묵만이 짓누르고 있던 복도에 갑자기 발소리와 함께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까 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팽이가 이 교도소를 설계했는지는 몰라도, 이 곳 지하독방에 쳐넣어버려야 해.'

'동감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헬기장으로 가는 통로를 알파 섹터를 지나가도록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발소리와 말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복도 끝쪽으로 다가왔고, 복도와 비깥통로를 막고있던 철창이 사이렌의 소음과 함께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무거운 금속이 서로 맞물리며 내는 소음이 멎은 후, 제복을 입은 두 남자가 복도로 들어섰다.

"씨발... 여긴 들어올때마다 꼭 질식할것 같단말야. 안 그래?"
둘 중 나이든 남자가 중얼대자 젊은 쪽도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항상 공기가 딱딱한것 같은 느낌이라 숨쉬기가 조금 버거워지더군요."

나이든 남자는 주위의 수감실을 둘러보며 앞으로 걸어갔고, 젊은 남자 또한 그 뒤를 따랐다.

"이봐 맥."
"말씀하십시오, 소장님."

소장이라 불린 나이든 남자가 젊은 남자, 맥을 돌아보았다.

"이 섹터, 지금 몇 사람이나 들어가있었지?"
"1급 살인죄 다섯, 국가전복죄 둘, 그리고 지하엔 그... 소장님도 아시잖습니까. 그 유명한..."

소장이라 불린 나이든 남자의 질문에 대답하던 남자가 말 끝을 흐리자 소장이 그제야 기억났다는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아.. 그 군사법원에서 이쪽으로 넘어온 바이오로이드 말야?"
"예."
"이름이... 케식..뭐였던거 같은데.."
"맞습니다."
"빌어먹을... 군용 바이오로이드고 군법으로 재판받았으면 군 형무소로 보내던가 해야지 왜 이쪽으로 온 거야?"
"그게 그러니까... 뭔가 '탈옥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군 형무소에서의 수감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던거 같은데... 그나저나 그거 설명할 때 소장님도 같이 계셨잖습니까."

맥이 중얼거리자 소장이 투덜댔다.

"그런거 일일히 기억하기 싫어서 내가 기쓰고 소장자리까지 올라온거야. 불만있으면 니가 소장하던가."
"아뇨. 불만이라니 무슨..."

맥이 손을 내저으며 부정했고 소장은 잠깐 맥을 노려보곤 걸음을 재촉했다.

곧 수감실의 반대쪽 끝까지 온 두 사람은 출입증을 스캐너에 가져다 대고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나저나 이런데에 갑자기 VIP라니, 대체 왜 온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맥의 말에 소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자기네들이 만든 지상 위의 지옥이니, 구경이라도 하겠다는건지도 모르지. VIP란 작자들 치고 이상한 취미 하나둘쯤 없는놈은 본적이 없거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소장은 바닥에 침을 뱉고는 열린 철창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간 뒤, 어두운 복도는 다시 짙은 침묵에 휩싸였다. 하지만 저 멀리 어딘가에서 여성의 높은 웃음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오는것을 두 사람은 미처 알지 못했다.


잠시 뒤,

소장과 맥은 교도소 옥상의 헬기장에 나와 있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본지 십여분이 지나자 멀리서 VTOL의 엔진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검은색의 VTOL이 공중에 나타났고, 경광봉을 든 맥의 수신호에 따라 비행기는 교도소 옥상에 안착했다.
곧 비행기의 문이 열렸고, 수행원과 함께 내린 VIP를 본 소장과 맥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VIP는 주위를 둘러보다 소장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고생하네, 브라이언 소장."

소장은 황급히 표정을 정리하고 VIP의 손을 맞잡았다.

"영...영광입니다 대통령 각하."
"이 곳은 아직 좀 춥구먼."

VIP, 즉 대통령이 주위 풍경을 둘러보며 말하자 소장이 대답했다.

"합중국의 동북쪽 끝자락이라 각하가 계신 곳보다는 많이 춥습니다. 일단 제 사무실로-"
"호의는 고맙네만 사양하도록 하지. 지금은 좀 바빠서 말이야."
"...네?"

소장이 되묻자 대통령은 손목의 시계를 보았다.

"공식적으로 난 지금쯤 버뮤다 상공에 있다네. 거기서 난기류를 만나는 바람에 기장은 지정된 루트가 아닌 난기류를 피해 돌아가는 코스를 선택하지. 그 결과 난 예정된 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런던에 도착할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대통령의 물음에 소장은 고개를 재빨리 끄덕였다.

"잘 알겠습니다 각하. 어떠한 출입기록도 남지 않게 조치하겠습니다."
"고맙네 소장."
대통령이 미소짓자 소장 또한 고개를 숙이며 미소지었다가 대통령의 다음 말에 고개를 들었다.

"고마운 김에 한 가지 더 부탁이 있는데 말이야"
"뭐든 말씀하십시오."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이기도 하고,라고 말머리를 붙인 대통령이 소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 곳의 수감자 중 하나와 마주보고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

대통령의 말에 소장은 굳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각하께서 위험하십니다. 각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여기 죄수들이 다들 정상이 아니라..."
"아, 그건 걱정없네. 내가 만날 수감자는 최소한 내겐 해꼬지를 하진 않을 테니."

대통령이 당연하다는듯 확언하자 더 이상 할말이 없어진 소장은 대통령에게 물었다.

"... 알겠습니다. 누구에게 안내해 드릴까요?"

소장의 질문에 대통령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대답했다.

"케식텐."









그냥 이런 이야기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기분으로 쓰는거임

이야기 진행되면서 설정충돌 조지게 날건데 그냥 그렇구나 하고 봐주면 매우 캄사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