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49543871 - 시리즈 모음집





검게 물든 대지의 한가운데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그 모습은 방금 지상에 떨어진 타이런트와 몹시 흡사했다.

끝없이 만들어졌다가 다시 검은색 액체로 무너지고 다시 만들어지던 형체는 어느덧 무너지지 않는 뼈대를 세우는데 성공했다.


"아오 머리야..."


그 형체, 타이런트는 마치 갓태어난 새끼짐승처럼 주위를 돌아봤다.

주변은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었고 몸은 그 검은색을 흡수해가며 무너지고 다시 생성되며 점차 거대해지고 있었다.

그 무너지고 다시 생성되는 불안정한 몸에서 타이런트는 무언가 특이한 감정을 느꼈다.

아마 전능감이었을 것이다.


"이거 생각보다 끝내주는데?"


인간의 몸으로도 타이런트의 몸으로도 느낄 수 없었던 신체의 무한한 자유도가 느껴졌다.

그가 건물을 생각하자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 대지에서 성벽 같은 것이 솟아올랐다.

좀더 심상을 굳히자 성벽에는 가시가 돋아나고 더 단단하게 굳어졌다.

오래 지속되지도 못하고 시시각각 무너졌다 다시 만들어지는 불안정한 구조였으나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들려? 여기는 타이런트, 오르카? 응답하라. 작전은 성공했고 지금 육체는 진화 중 인것 같음. 들린다면 응답바람.]


그러나 아무런 응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르카? 알바트로스? 사령관?]


통신채널을 바꿔가면서 시도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들려오는 것은 기분 나쁜 적막 뿐.


"몸이 이렇게 되버려서 그런가?"


지금도 흘러내리고 굳어지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일부를 노려보며 그렇게 추론해봤다.

솔직히 이 정도로 몸이 바뀌었다면 통신이 안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흠... 일단 몸부터 제대로 만들고 생각해볼까."


상반신은 얼추 구축되었는데 하반신은 여전히 녹아내리고 있어 움직이는 것이 영 힘들다.

마치 달팽이처럼 액체를 타고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으로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게 차라리 낫겠네."

[아뇨, 타이런트님. 지금 당장 움직이셔야 합니다.]

"느와아악? 뭐..뭐야?"


갑작스럽게 들려온 통신에 놀라는 것도 잠시, 타이런트님이라는 호칭에 발신자가 누구인지 생각이 닿는 구석이 있었다.


"참모냐?"

[맞습니다. 타이런트님.]


몸이 반쯤 녹은 초콜릿처럼 변한 상태에서도 멀쩡히 연락해오는 철충의 기술에 놀라기도 잠시, 참모가 꺼낸 말이 생각을 사로잡았다.


"당장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는건 무슨 소리야? 오메가의 군대도 이 근처에는 접근도 못하는데."

"군대가 아니라 핵포격입니다. 타이런트님, 그 위치로 수십개의 핵탄두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순간 당황하여 몸을 떨자 검은 액체의 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건 저희가 요격하겠습니다. 몇몇개는 떨어지겠지만 상관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상관하지 말라고? 핵이 떨어지는데?"

"한두개 정도로는 타이런트님께 해를 입히지 못합니다. 저들이 굳이 수백의 핵을 날린 것이 이에 대한 증거 아니겠습니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핵무기는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는 무기도 아니고, 이렇게 쏟아붇는 용도의 무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쏟아붇는다면 이유는 하나, 그 강력한 화력을 집중에 집중시켜야만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있기 때문이겠지.


"그 정도로 강해? 내가?"


지금도 형체를 유지못하는 몸에 그런 힘이 있다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강력한 병기보다는 푸딩 같지 않은가? 이 몸.


"미완성이기 때문입니다. 타이런트님. 지금부터 제가 알려드리는 좌표로 향해주십시오. 그곳에서 최후의 승천을 시작하시는 겁니다."

"정보는 좀... 아오! 이 병신 같은 다리! 미리 공유해줘! 최후의 승천은 뭔데?"


불만을 품으면서도 강물을 흘려보내듯 몸을 움직였다.

참모가 보내온 좌표는 지금 속도로 도달하려면 상당히 시간이 필요했다.


"그 몸을 완성시키는 것입니다. 지금 그 몸은 제물의 양이 부족해서 미완성인 상태입니다."

"제물이라면, 처음 쓸때처럼 주변의 기계를 전부 집어 삼켜야하나?"

"예, 제물은 제가 준비해뒀습니다. 몸만 가시면 됩니다."


이제야 머리 속에서 참모의 생각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한가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제물은 어떻게 준비하게?"

"그건...  아, 우선 몸을 보호하시지요. 곧 머리 위로 낙하물이 떨어지실 겁니다."


뭔 소린가 하며 하늘을 노려본 순간, 눈에 수십개의 섬광이 들어왔다.

마치 공룡을 멸종시켰던 운석이 재림하여 금속으로 부활한 공룡을 다시금 멸종시키려는 듯 했다.


"요격한다며! 야!"

"진행 중입니다."


다급하게 근처의 가용한 검은 액체를 모아 흐물거리는 벽이라도 쌓아올리던 와중, 지면에 그림자가 펼쳐졌다.

거대한 비행선이 우산과 같이 하늘을 가리고, 우산이 비를 막아내듯이 핵폭격을 받아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시발...뭐야. 이건."

"저희 반란군 최후의 비행요새입니다."

"뭐?"


다시보니 철충 특유의 구조적 특징과 색감이 눈에 띈다.


"그걸 저렇게 쓴다고? 무슨 생각이야?!"

"그야... 제물로 쓰기 위함입니다. 타이런트님, 저것도 흡수하시지요. 저 안에 있는 저의 일족들도 전부- 흡수하시면 몸이 안정화되실겁니다."


머리 속에 울린 말을 들은 순간, 몸이 굳었다.


"니 동족을?"

"두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희생입니다. 그들과 정면으로 싸워 생길 희생자들보다는 훨씬 적은 희생으로 승리할  수 있습니다. "

"...동의는? 저 녀석들 동의는 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야, 대답해. 저것들 자기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쿵-!!! 콰가가가각!


하늘에서 요새가 조각나 잔해가 마치 유성우처럼 떨어진다.

그 속에서 수많은 철충들이 쏟아진다.

원래라면 알 수 없는 그들의 괴성이 문자로서 뇌에 받아들여진다.


"끄아아아아!! 어째서.. 어째서?"

"구명정을 내보내! 한기라도 더 탈출시켜라!"

"도와줘! 다리가 깔렸어... 으으.. 끄아아-"


금속이 깨지고 부서지고 타오른다.

그렇게 작은 조각이 된 철충의 시체와 요새의 잔해들이 대지를 뒤덮은 내 몸에 빠져 흡수된다.


"너...이 새끼... 전선에 무턱대고 병력을 집어넣은 것도."

"필요한 희생입니다. 자, 준비하시지요. 아무래도 조만간 교황도 여왕도 이곳으로 당도할 듯 하니."


철충의 시체가 바닥으로 떨어질때마다 점점 몸이 완성되어간다.

몸이 완성되어감에따라 내 마음대로 육체를 다루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게된다.

마침내 요새의 마지막 조각까지 흡수하여 육체가 완성되었을때,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참모와의 통신을 끊은 것이었다.


"...젠장 이 미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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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분대장 달자마자 선임이 힐링캠프를 가고 혹한기 준비하고 몸도 정신도 나가리되니

네 변명입니다. 죄송합니다.  완결 내고 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