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고요한 새벽


정해진 일과시간과 여가시간 때 시끌벅적한 오르카 호에서 모든 이들이 편히 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


별일이 없다면 모두가 잠든 이 시간


이 고요한 분위기에 균열이 일어난 것은 컴패니언 막사의 제일 안쪽에 위치한 리리스의 방이었다.


좌우로 뒤척이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잠꼬대를 좀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일그러진 표정과 간간이 새어 나오는 신음 그리고


그녀가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리스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아악!"



막 깨어난 그녀의 모습은 정상이라 보기 힘들었다. 입고 있던 잠옷은 물먹은 솜처럼 눅눅해져 있었고


그녀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푸석해진 상태로 얼굴에 달라붙거나 여기저기 뭉쳐있었다.


양 손을 내려다보며 떨고 있는 리리스의 두 눈에서 두려움이란 감정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다다...!


리리스가 비명을 지르고 난 후 바깥 복도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쾅!


컴패니언막사의 야간불침번을 맡고 있던 페로가 리리스의 비명을 듣자마자 곧바로 달려온 것이다.


문을 부술 기세로 힘껏 연 페로가 침대 위에 힘없이 앉아있는 리리스의 몰골을 보고 헉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켰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자매들을 이끌던 리더이자 맏언니인 리리스의 상태가 한 눈에 봐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들어온 것조차 모른 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리리스를 향해 페로가 성큼성큼 다가갔다.



"언니?"


"나 때문에, 내가 부족해서 동생들과 주인님 모두가!"



이제는 흐느끼기까지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리리스를 보며


이대로 내버려 두면 필시 무슨 일이 터지리라 느낀 페로가 리리스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눈을 파르르 떨고 있는 리리스를 마주보며 페로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절도있게 말했다.



"언니, 무엇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희 컴패니언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잖아요. 그건 단순한 꿈일 뿐이니 정신 차려요!"


"···!"



페로의 말에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던 리리스의 몸이 순간 경직되었다가 스르르 풀어졌다.


몸은 축 늘어져 있지만 그녀의 두 눈에는 생기가 깃들어 있었고


방금까지만 해도 외줄타기 위에서 떨어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던 리리스는 보이지 않았다.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리리스는 페로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페로. 못 볼 꼴을 보여버렸네 그치?"


"또... 악몽을 꾸신 거에요? 사흘 전처럼?"



흠칫!


부모에게 사실을 숨기다 들킨 아이처럼 경직된 리리스를 보며 페로가 하아하고 숨을 내쉬었다.


아니라고 내빼려 해도 페로가 정확한 날짜를 언급했고 자신의 반응은 정직했다.


사흘 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 페로에게 계속 숨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리리스는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알고 있었네. 역시 우리 고양이 눈치도 빨라요."


"그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저희 바이오로이드들도 꿈을 꾸고 가끔 악몽을 꾸기도 하니까요."



페로의 말대로 바이오로이드는 자는 동안 꿈을 꿀 수 있고 악몽을 꾸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주 가끔씩 일어나야 한다.


바이오로이드가 꿈을 꾼다는 것은 심리적인 압박이 수면 센서에 간섭할 정도로 크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정상적인 바이오로이드에게 꿈은 거리가 먼 이야기다.


그런데 꿈을 꾸는 것도 모자라서 짧은 기간 동안 연속으로 악몽을 꾸는 걸 보면 리리스의 상태는 정상이라고 볼 수 없었다.



"지금은 푹 쉬시고 아침에 꼭 닥터에게 찾아가세요."


"...더 물어보지 않는 거야? 어째서?"



페로가 이 이상 묻지 않고 가려 하자 리리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페로라면 자신을 도와주려고 이것저것 물어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로는 간섭할 때와 쉬게 해줘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이였다.



"나중에 괜찮아지면 언니가 직접 얘기해 주세요. 지금은 푹 쉬시고요."



그 말을 끝으로 페로는 몸을 돌려 리리스의 방에서 빠져나갔다.


페로가 문을 닫기 전 리리스가 조그맣게 '고마워'라고 말했으나 그녀는 못 들은 체 하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작은 소란이 있었던 그녀의 방에는 평소의 새벽처럼 고요함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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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있게 연재하려고 계정 만든 내가 레전드다 아 ㅋㅋ


채널에 써둔 설정 집 읽어봐도 헷갈리거나 알 수 없는 게 있더라 그래서 아가리쌉쳐답글도 읽어보는 중임


처음으로 써보는 거지만 끝까지 노력할 테니 잘 봐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