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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펫 중사


노움 병장

 

이프리트 병장

 

레프리콘 일병

 

브라우니 이병

 

 


 

 

늦은 밤, 하늘에서 빛추던 마지막 햇살이 사라지고 난 후, 막사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그 곳에 켜져있는 불빛이라고는 생활관 뒷쪽에 자리잡은 흡연실에서 임펫 중사가 피우는 담뱃불 뿐이었다.

중사가 연기를 내뱉으며 담배를 털자 맞은편에 노움, 이프리트, 레프리콘, 브라우니가

일렬로 열중쉬어 자세로 서있는 모습이 비춰진다.

앉아있는 중사와는 달리 서있는 병사들의 표정은 그리 편해보이지만은 않는다.

중사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야 노움"


"병장 노.움."


"너 뭐하냐?"


"..."


"너 뭐하냐고."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군생활 끝나냐?"


노움이 고개를 떨군다.


"새끼가 짬을 앞구멍으로 쳐먹었나. 야 이프리트."


옆에 서있던 땅꼬마가 움찔거리더니 대답한다.


"병장 이프리트"


"넌 뭐하냐?"


"..."


"새끼가 말 씹냐? 대답 안 해?"


"아닙니다."


"너 뭐하냐고."


"...잘 모르겠습니다."


임펫이 피우던 담배를 이프리트에게 툭 던졌다.

담배꽁초가 이프리트에게 부딫혀 톡 튕겨나가 발 근처로 떨어졌다.

병장의 생활복 하단에 담배 구멍이 생겼다.


"병장님, 모른다고하시면 군생활 끝난답니까? 예?"


"아닙니다."


"야, 이프리트"


"병장 이프리트"


임펫 중사가 검지 손가락을 까딱이자 기다렸다는 듯

이프리트가 주머니를 뒤져 담배 한 개비를 임펫의 입에 물려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줬다.

중사가 깊게 들이쉰 뒤 내쉬며 물어본다.


"하아...담배 뭐 피냐?"


"말로보 레드입니다."


"시1발 꼭 지 같은것만 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참 맛있게도 핀다.

레프리콘이 입술을 미친듯이 뜯는다.


"노움이랑 이프리트."


"병장 노ㅇ.." "병장 이프..."


중사가 손을 치켜들며 짜증을 낸다.


"말 끊지말고 새끼들아. 쯧!"


브라우니가 불편하다는듯 꼼지락 꼼지락거리자 레프리콘이 주의를 주듯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툭 친다.

임펫이 그 모습을 보곤 혀를 찬다.


"저 저 저, 저 새끼 저거,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야 이프리트, 노움. 니네 신병교육 똑바로 안 하냐?"


자신이 거론되자 브라우니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아니, 내 살다살다 정훈교육때 졸고 자빠진 새끼는 내 처음본다.

야, 피닉스 대령님께 내가 무슨 소리까지 들었는지 알아?

여기 부대가 제일 개판이래. 내가 시1발 그딴 소리 들을려고 군생활 하는 줄 알아?!"


브라우니가 겁에 질린듯 덜덜 떨고있자 임펫이 브라우니를 보곤 묻는다.


"야 브라우니"


"옏..예? 아..."


"예? 예에?"


"아...아니, 그게 아니고..."


"햐~ 씨이발 군대 참 자알 돌아간다. 레프리콘!"


"일병 레!프!리!콘!"


"신병 관리 똑바로 안 해? 신병 관리는 맞선임이 해야되는거 아냐?"


"그렇습니다."


"그런데?"


임펫이 담배를 깊게 들이쉬자 레프리콘의 숨이 턱 막힌듯 동공이 흔들리고 있다.


"프하~그런데? 그런데 뭐?"


"그...그..."


"근데 뭐 이 병1신년아! 넌 뭘 해 쳐 빠졌는데 신병 정신머리가 저 모양이냐고!"


중사가 피우던 담배를 레프리콘에게 던지자 레프리콘 일병이 움찔한다.

중사가 다시 손까락을 까딱하자 이프리트가 움직였다.


"야 이프리트."


"병장 이프리트."


"내가 니 짬대우 안 해주디?"


"아닙니다."


"니 진지공사때 뺑끼치고 쳐박혔을때, 그거 걸렸을 때 내가 커버쳐줬지?"


"그렇습니다."


"저번 행군때 니 발목 인대 늘어났다고 뻥쳤던거 걸렸을 때도, 내가 커버쳐줬지?"


"그...그렇습니다."


"근데?"


"..."


"근데요 시1발아 근데에!! 니 커버 칠거 다 커버쳐주니까 내가 만만해보이냐?"


"아닙니다."


"그럼 시1발 뭐냐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군생활 끝나냐?!"


"아닙니다."


"근데?"


"..."


"대답 안 하지? 하나, 둘..."


"시정하겠습니다."


"시정이고 시다바리고간에 개소리하지 마시고요 병장님아!"


임펫이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더니 발로 지지며 껐다.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자 병사들이 차렷 자세를 취한다.


"나 두 번 말 안 한다. 또 오늘 같은 일 있으면 나 부대 갈아 엎어버린다.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네 명 모두 대답했다. 중사가 '이 새끼들 풀어주니까 완전 개판이네, ㅆ발'거리며 투덜거린 뒤 자리를 뜨자

곧이어 이프리트 병장이 담배를 꼬나물곤 레프리콘을 갈구기 시작했다.


"야 레프리콘."


"일병 레!프!리!콘!"


찰칵! 병장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엎드려"


"엎드려!"


"하나에 직무를, 둘에 열심히.

 하나!"


"직무를!"


"둘!"


"열심히!"


"하나!"


이와중에 레프리콘이 얼차려를 받는데 브라우니가 시선을 가만히 두질 못하고있다.

그 모습이 고까웠는지 노움 병장이 지적했다.


"야 브라우니."


"ㅇ..이병! 브!라!우!니!!"


"지금 선임이 얼차려를 받고 있는데 씨1발 짬찌새끼가 시선을 어디로 두고 자빠졌냐?"


"죄..죄송합니다!"


"좆같냐?"


"아닙니다!"


"좆같으면 군대 빨리 오던가. 정신 안 차릴래?"


"으... 죄송합니다!"


노움이 갈구는데 이프리트가 끼어들었다.


"지금 니 맞선임이 왜 얼차려 받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가냐? 

하나!"


"직무를!"


"아닙니다!"


"레프리콘이 뭐 이상하게 가르치든? 

둘!"


"열심히!"


"아닙니다!"


"근데 넌 왜 그 모양이냐? 하나!"


"직무를!"


"..."


"대답 못하지? 일어서"


레프리콘이 후다닥 일어서자 이프리트가 번개같이 명령을 내린다.


"차렷"


척!


"열중쉬어"


착!


"차렷"


척!


"열중쉬어"


착!


"차렷"


척!


"차렷"


착!


"아직도 정신 못 차렸지. 엎드려."


"엎드려어!"


다시 엎드린다. 이프리트가 하나둘 하나둘을 할 동안 노움이 브라우니를 집중적으로 갈구기 시작했다.


"야 브라우니"


"일병! 브!라!우!니!!"


"대박이다, 너?"


"..."


"대답 안 해?"


"죄... 죄송합니다!"


"죄송해? 죄송해?"


"저...그..."


브라우니가 안절부절 못한 채 움찔거리자 노움이 소리를 지른다.


"아이 씨1발, 가만히 좀 있어! 정신사납게!"


"저...으윽...죄송합니다아..."


브라우니의 눈가에 눈물이 조금 맺히자 노움의 입가에 비웃음이 생겼다.


"푸하하하! 야야, 얘 운다, 울어."


얼차려를 내리던 이프리트도 그 모습을 보고 같이 비웃기 시작했다.


"아 씨1바아알 핳하하하하! 아이 씨, 가지가지한다 진짜."


이프리트가 담배를 바닥에 버리곤 브라우니의 정강이를 툭 찼다.


"야."


"이벼엉!! 브!라!우!니이!!!"


"야, 야, 엄마 보고싶냐?"


"보고싶겠지 ㅋㅋㅋㅋ 씨1발 애새끼마냥 눈물 찔찔흘리며 서있는데 ㅋㅋㅋㅋㅋ"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새꺄. 엄마 보고싶다고."


"아닙니다아!"


"븅ㅋㅋㅋ신ㅋㅋㅋ 야 저거 흐르는거 콧물이냐? 아 진짜 ㅋㅋㅋㅋㅋ"


"아이 씨1발 ㅋㅋㅋㅋ 더럽게시리 ㅋㅋㅋㅋㅋ"


두 병장이 울고있는 막내를 실컷 비웃자 엎드려있던 일병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 아, 맞다 맞다. 까먹고 있었네. 야, 일어서."


"일어서!"


방금까지 엎드려있던 레프리콘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있다.


"앞으로 이런 일 없게 해라. 알겠냐?"


"알겠습니다!"


"대답만 하지말고 똑바로 행동하라고 새끼야."


"알겠습니다!"


"ㅅ발 자다 깨가지고 와서는 이게 뭔 지랄이냐고 시1발..."


실컷 화풀이를 해서 화가 풀렸는지 두 병장은 두 짬찌를 남겨두고

브라우니가 눈물을 흘린 일을 비웃으며 흡연실을 떠난다.

꺼지지 않은 담뱃불이 두 병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는데,

레프리콘은 차렷자세로 가만히 서있고

브라우니는 겨우겨우 눈물을 참아가며 엉거주춤 서있었다.

이윽고 두 병장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레프리콘이 옆에 서있는 브라우니에게 말을 걸었다.


"브라우니."


브라우니는 눈물을 참느라 정신이 없었다.

레프리콘이 어깨를 툭 툭치며 부르자 그제서야 대답했다.


"이크윽, 이병 브흐으라우니!!"


"다 울었어요?"


"아니, 그.. 그렇스흡니다!"


"오늘 잘못한거 아시겠죠?"


"그렇윽으윽, 그렇습니다!"


"앞으로 또 이런 일 있으면 안돼요. 알겠죠?"


"흐윽, 흑 흑, 아알겠습니드아앟!"


"뚝 그치고. 병사가 울면 쓰나. 자, 가죠."


"죄송합니다아, 으허어어엉... 저... 저 때문에...."


이병이 눈물 콧물을 흘리며 꺼이꺼이 운다.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레프리콘이 피식하고 웃더니 브라우니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한다.


"오늘은 늦었으니 들어가서 자고, 내일 중식 조금만 먹고 저랑 PX가도록 해요. 알겠죠?"


"흑...흑... 네, 죄송합니다. 으으으"


"내일 중식 고순튀 나오니까 다들 많이 안 먹을려고 할거에요. 대충 먹고 나와야해요?"


"저..."


"?"


브라우니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한다.


"저.. 생선 좋아합니다..."


아이고, 맙소사. 브라우니도 아차 싶었는지 입을 틀어막고는 눈치를 살핀다.

레프리콘, 어이가 없는지 할 말이 없는지 그저 미소만 지은체 쳐다보고 있다.

브라우니가 황급히 말을 꺼낸다.


"저...저...만두, 더... 좋아합니다... 저.. 그러니까..."


레프리콘이 알겠다는듯 브라우니의 어깨를 친다.


"알겠어요, 브라우니. 늦었으니까 내일 얘기 합시다."


말을 마친 일병이 브라우니를 먼저 보냈다.

브라우니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레프리콘이 신세한탄을 하듯 나지막히 말했다.


"하이고~ 내 신세야~ 제 명에 못사 죽어 일찍이 넙죽 죽으리~"


그런 자신의 모습이 웃겼는지 저 혼자 킥킥거리며 아직도 켜져있는 담배꽁초를 밟아 껐다.

이후 흡연실이 어둠에 잠기자 레프리콘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흡연실을 떠나갔다.

달빛도 비치지 않는 강원도 인제의 적막한 부대, 레프리콘의 고생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인생이 어찌 쉽기만 하리오. 이런일도 있고 저런일도 있는 법이니.

그저 힘내라는 말 뿐이 못하겠다.

힘내라, 레프리콘!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