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치직 "여기는 브라보 2-1! 현재 7번 민간인 대피소가 다수의 칙에게 습격받은 상황이다! 즉시 화력 지원이 필요하다!"



-치직 

"여기는 위스키 5 수신 양호! 승인을 대기하라!"








-치직 "위스키5! 여기는 브라보 2-1!! 현재 대피소 외벽이 공격받고 있다! 이대로라면 1차 방어선 내부로 철충들이 친입한다! 더 이상 지체하면 데인저 클로즈다, 반복한다 데인저 클로즈!"



"제발! 다시 한번만 더 전달해주세요! 저희 포반은 지금까지 계속 대기만해서 포탄은 충분하고 넘칩니다! 포격을 승인해 주십시요!!"



-"......대기하라는 명령입니다."



"하지만...."



-"추가 지시입니다. 이쪽에서 송신하기 전까지는 모든 지원 요청을 무시하라는 명령입니다. 반복합니다. 이건 인간님의 명령입니다."



".....수신 양호"








-치직 "(폭발음) 위스키 5!! 재송한다!! 여기는 브라보 2-1!! 현재 외벽이 무너저 민간인들이 공격받고 있다! (꽤나 긴 총성) 민간인 사상자 속출 중!! 즉시 화력 지원을 해달라!!!"


"..."







-치직 "(총성) 위스키 5!! 진내사격을... 이런 씨... 7번 대피소 인근의 모든 부대에게 알린다! (기관총 사격음) 여기 지원을 요청한다! 그..기관총!! 야, 야! 하늘에 있는 놈부터 쏴!! (기관총 사격음) 여기는 7번 대피소!! (권총 사격음) 모든게 필요하다! 탄약! 병력! 화력! 모든게..."


"..."






-치직 "(착검하는 소리) 제발... 제발 아무나 와달라... 탄약도 다썼다! (함성소리)  마지막 남은 병력들이 백병전으로 시간을 끌고있다! (여러명이 스틸라인 구호를 외치는 소리) 이대로라면 전멸당할 것이다!!! (혼란스러운 비명소리)


"..."







-치직 "(끝없이 이어지는 귀를 찢는 듯한 비명소리와 총성)철충이 대피소 내부에 있다!! 반복한다 철충이 대피소 내부에 있다!! (무언가 뜯겨나가는 소리와 비명소리) 


인간님들을 잃고있다!!!"


"안돼애애애애애애!!!!!!"













"!"



고요함만이 가득한 어두운 낡은 천막에 푸른 안광이 생겨났다. 아마 지금은 밤이겠지



목은 불타고 온몸은 축축하다. 몸에는 기운이 없고 눈동자는 공허하다.



그녀는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하루동안 잤는지 3일동안 잤는지는 아니면 그 이상인지도 모른다. 



"안돼애애애애애애!!!!"


"으윽...."



자신의 머리속을 시끄럽게 하고있는 이 기억도 아마 자신이 잊어버렸을 뿐 이번에 잠든 시간 사이 수백번은 꿨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그녀가 깨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번 자면 여러번 기억이 나지만 



적게 자면 적게 기억이 나니까



최대한 적게 그리고 길게 자고 싶었다.



아주, 아주 길게



-슥



녹색견장이 있는 자신의 자켓을 힘없이 잡으면서 자리에서 힘없이 일어난다.



"..."



중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작은 키 그리고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지휘자라는 책임을 가진 박격포병



그것이 바로 자신, M-5 이프리트였다.



-...촤악



천막을 쳐내며 바깥으로 나간다.



달빛이 아무 장식도 달려있지 않은 그녀의 후드를 광냈다.



정확히는 무언가 달려있었던 후드를













-뽀득



3문의 140미리 박격포 중 마지막 박격포를 닦아내니 이게 방금 출고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가 되었다.



"중사님... 말년인 제가 꼭... 해야겠습니까~"


"..."



자신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또 그녀석이 다녀간건가"


-뒤적



작게 중얼거리며 진지의 입구에 놓여있던 처음보는 상자를 집어드니 안쪽에 참치캔이라던가 보존식품 따위가 들어있었다.



'...이건?'


-사악



그리고 그 사이에 들어있는 종이 한 장을 꺼내본다.



[참치캔을 찾아서 몇개 넣어놨어, 클래식 버전이라더라, 역시 클래식이 최고지! 그리고 무선 채널 알려준거 잊어버리지 않았지? 무슨일 생기면....]


-꾸깃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 편지는 대충 꾸겨서 상자 안에 처박고 숙소로 돌아가려할때였다.



"이중사... 이제 들을 애들 없구나 참, 야 말뚝! 꾸물거리면 토끼들 사라져~"


"말년에 친구들이랑 토끼 구경이라니....너어~무 좋아, 히히"



또 자신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곳을 돌아봐도 아무도 없는 작은 오솔길 뿐이다.



-...뚜벅



순간 무언가에 홀린듯이 그녀는 그 오솔길의 시작부분으로 걸어갔다.



수풀 사이로 대충 다져서 만들어놓은 듯한 작은 오솔길



"..."



그리고 잠시 멍하니 그것을 바라만본다.



".....이제 더 이상...."



"....스읍...후우~"



이내 숨을 고르고



-...스윽



천천히 그 오솔길의 시작부분으로 발을 옮겨본다.



이가 딱딱거리고, 밤 공기가 유달리 차가운것처럼 느껴진다.



그에 맞춰 심장은 쿵쾅대고 그곳에 내딛으려던 발은 점점 느려져만간다.



"....아아아아아악!!!"


"히익!"


-우당탕! 텅! 드르륵



갑자기 들려온 비명에 그녀가 중심을 잃고 뒤쪽으로 쓰러졌다. 그녀가 들고있던 상자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통조림 하나가 오솔길 한 가운데에 떨어진다.








어두워...



...정신차려 그저 쓰러졌을 뿐이야



-"아아아아아악!!!" 



"후우....후우...."



고라니 소리야... 고라니 소리야...



-"제발...제발 죽고싶지...!!!"



-두근 두근



"후우...흡...."



지금 나는 귀를 막고 있어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안돼애애애애애애!!!!!!!"



"....미안해요. 모두 미안해...내가...."



...어쩔 수 없었어 명령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가 없었어... 그러니 제발.... 그들을 돕고 싶었어 살리고 싶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모두가 죽어갈때 듣기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렇게 울부짖었는데 듣고만 있었지 



"돕고 싶었어....."



포탄 한발 쏘지 않았어, 너를 찾는 그 모든이들이 침묵할때까지 



"하지만 명령...."



너가 죽인거야 너가 죽인거야 너가 죽인거야 너가 죽인거야 너가 죽인거야 너가 죽인거야 너가 죽인거야 너가 죽인거야 너가 죽인거야 너가 죽인거야



너가 나섰다면 그들은



그들...은



...



"...스읍....후~"



-"아무나 응답하라!! "



진정해... 하나에 들이쉬고 둘에 내쉬어



하나





하나





하나


...












-...촤악



천막을 쳐내며 다시금 그녀는 천막으로 돌아왔다. 온몸은 흙투성이고 상자는 찌그러진 상태



-쿵



대충 탁상위에 올려놓자 그 안에 있던 참치캔이 작게 튀어올랐다. 원래는 5개였지만 지금은 4개다.



"..."



잃어버린건 아마 다음번에 그녀석이 또 올때 주워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것을 가지고 대화주제로 어떻게든 말을 붙여볼려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그곳에 흘린 것은 그녀 자신,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바보같이"



왜 진지를 벗어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이제 더 이상 명령에 묶여있을 필요가 없어"



갑자기 그녀석이 했던 말이 자신의 몸을 조종한 것만 같았다. 무식은 용기를 만드는 것인데 그녀답지 않게 바보처럼 행동했다.



".....100년이라고....너가 뭘 안다고..."



작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잠이나자자'



깨어난지 1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그렇게 힘없이 침대로 걸어갈려고 할때



-.....치직~



무전기에서 아주 오랜만에 소리가 들려왔다.



"...?"










아주 긴 시간 침묵하던 무전이 다시 치직거리고 그렇게도 많이 들었던 내용과 비슷한 통신에 처음에는 또 환청을 듣는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헛것도 환청도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거를 알지만 그정도는 구분할 줄 아는 그녀였다.



'인간? 무슨 소리야 인류는 멸망했잖아, 모두 죽었다고, 그런데 인간을 지켜? 과거의 명령에 묶여있나? 아니야 그러면 그렇게들 말할리가 없잖아? 뭐야, 도대체 뭐냐고...'



"스읍...후우...스읍.... 후우..."



그녀는 아프다는 듯 몸을 떨며 한손으로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셀주크라니...그것도 강화형 아무리 생존 개체라 해도 그건 무리라고, 사살싱 자살.....'


"..."



심호흡이 갑자기 멎어들었다. 자신의 머리속을 빠르게 지나가려 했던 한 가지 단어를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기는 뭘..."



혼자밖에 없는 공간에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자신을 저주했다.



"....이제와서........"



차라리 환청이었다면 좋을 것을 



어차피 자신은 듣는 것밖에 못하는데 모든 것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데 어째선지 모든 것을 알게되는 자신의 운명이 저주스러웠다.



-턱



그녀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귀를 막으려고 했다.



-...치직"...정말 이 방법 뿐인걸까요."



과거라면 그녀의 토끼 귀 장식이 귀를 한번 더 막아줬을 텐데 새삼스럽게 그것을 뜯어버린 것을 후회했다.



왜 이렇게 잘 들리는 것일까 그들의 눈물 머금은 목소리가



-...턱



그녀의 귀를 막던 손이 떨어지고 이내 위치를 옮겼다.



"...무슨 생각인건데"



먼지는 가득한 하지만 그 코팅은 무엇보다 멀쩡한 무전기의 송신버튼으로 마치 처음 해본다는 듯 떨리며 다가가는 손가락



마치 아까 전 오솔길로 발을 내딛으려 했던것처럼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뭘 해줄 수 있는데? 말로 동정이라도 할 생각이야? 왜 그러려고 하는거야? 


지금까지 어디에나 있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존재였어,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저들이 지금 필요한건 포격이지 갑자기 통신에 끼어든 불청객이 아니라고


이제와서 뭘...'



그녀의 머리는 계속해서 온갖 이유를 들면서 이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도 같지 못한다는 것을 상기시켰지만



-치직



하지만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우우~



거대한 폭발이 만들어낸 포연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이내 두 대포가 심각하게 손상된 셀주크가 그 모습을 들어냈다. 



"..."



하지만 그 사이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는 푸른 안광은 셀주크가 아직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다 말해주고 있었다.



-치직 "어떻게 됐어?! 맞았어?! 차탄도 날릴까?!.....아니면 내가 너무... 늦은거야?"



무전기 너머로는 이프리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직


".....셀주크 무력화 성공, 덕분에 브라우니도 무사해"



송신버튼에서 손을 때자 감사인사를 잊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급한 것이 있었다.



"어째서...이곳에?"


"많이 다쳤어? 괜찮아?"



그는 곧바로 누워있는 브라우니의 상태를 살폈다, 보이는 상처는 기껏해야 조금 까진게 전부였지만 혹시 그가 모르는 부상이 있을까 정성스럽게 살핀다.



"...!"


-턱, 철커덕!



하지만 브라우니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소총을 재장전하며 셀주크와 그 사이에 섰다.



그리고는 셀주크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총을 잡고있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



치명적인 손상 확인



1,2번 포 무력화



탄약고, 자세 안정장치, 사격통제장치, 전술 네트워크 송수신 장치...외 27건의 추가 손상 확인



긴급 수복 시스템 가...



...



수복 불가, 임무 수행 불가 상태 



따라서 뇌파를 내뿜는 모든 유기체를 제거하라는 명령은 수행할 수 없음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



...



결국 저는 당신에게 두번이나 빛을 졌군요.



브라우니












-...뚜벅



브라우니는 주저앉은 셀주크의 코앞까지 걸어왔다. 



-척



폭발의 영향인지 겉으로 들어난 내부에 있던 회로판에 총을 겨누었다. 방아쇠만 당기면 셀주크는 완전히 작동을 멈출 것이다.



"...현재 다수의 규소-금속 중합 자생적 유기체로 추정되는 신호가 접근 중입니다. 방향은 남쪽과 서쪽, 파악된 규모로는 중대급에 해당합니다."


-덜컥



체념한 듯한 셀주크의 목소리 직후 브라우니가 총을 겨누고있던 회로판 사이로 또 다른 장치 하나가 나왔다.



"...본 개체의 인공지능칩입니다, 규소-금속 중합 자생적 유기체의 감염 위협이 있음으로 파기를 요청합니다."


-위잉~



그리고 그 장치가 열리자 모습을 들어내는 cpu처럼 생긴 인공지능칩, 사람으로 따지면 뇌에 해당할 것이다.



"..."



브라우니는 셀주크의 얼굴 부분을 유심하게 바라보며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씽



하지만 이내 그녀는 총검을 빼들어 인공지능칩 장착된 부분을 노리기 시작했다.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많지만"


"..."



자신의 운명을 채감했다는 듯 푸르게 빛나던 셀주크의 안광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 모양이네"


-콰각!



그녀의 총검이 회로판을 꿰뚫었다.










-...



저 둘과 조금 거리를 두고 무전기를 확인하고있던 그의 눈에 셀주크의 안광이 사라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무슨 대화를..."



들리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려던 찰라



-턱


"?!"



브라우니가 그의 손을 갑자기 잡고는 그가왔던 방향으로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브, 브라우니?"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테니까 일단 뛰세요! 서두르면 철충들이 따라잡기 전에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순간 당황한 그였지만 단호한 브라우니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는 그녀의 뒤를 쫓았다.



-치직


"하베트롯! 현재 인간님을 모시고 집결지로 이동중이다! 셀주크는 무력화 되었으나 다수의 철충이 접근 중, 퇴출을 준비해라!"



그는 말투로 보았을때 지금의 그녀는 이전에 무서운 눈빛을 보여주었던 그 모습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브라우니"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그였지만



"...이곳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때까지만 아무 말씀 말아주세요."


-탓!



그녀는 그의 손을 잡은체 더욱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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