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등에서 부서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몸이 너무 아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 눈을 뜰 힘도 없어 어둠 속에서 여기가 어딜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고 머리만 격렬하게 아파온다.

- 고통 속에서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려고 할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눈을 뜨니 주변은 캄캄했고 수 백, 아니 수 천의 벌레들이 녹색 빛을 내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신이시여 우리는 당신을 기다려왔습니다.
당신이 깨어나길 기다렸으며
우리를 통제하길 기다렸고
또한, 우리로써 하여금 다시 이 행성을 지배하시길 기다렸습니다.

너흰 누구지?

저희는 광활한 은하를 유영하다 이 곳에 정착하게 된 생명체들입니다.

나는 뭘 해야 하지?

당신은 우리가 멸망시킨 인간을 번식시켜 늘려야합니다.

너희는 어째서 멸망시킨 인간을 다시금 늘리려 하지?

멸망 전 인간은 우주에서 온 전파로 인해 깨어나지 못하고 죽는 증후군에 노출되었고
멸망한 지금은 중추신경을 중금속으로 감싸 전파를 막는 방법으로 죽지 않은 인간을 살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 첫번째 인간입니다.

- 왜 살리려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되지 않았으나, 별 관심도 없을 뿐더러 빨리 몸을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느껴져 다시 묻지 않기로 했다.

인간을 번식시켜야 하며 종족을 유지하는데에는 개체 수가 3만 이상이 되어야합니다.

당신은 단 하나의 개체로 3만 개체가 넘는 수의 교접을 하는데에도 무리가 없이 개조되었고
이 행성에 흩어져있는 바이오로이드와의 교접을 통해 번식합니다.

인간의 개체 수가 3만을 넘길 때, 당신의 역할은 끝이 납니다.

- 내가 깨어나기 전의 기억은 없다. 이들은 인간을 멸망 시켰고 나로 하여금 다시 인간을 번성하게 하려한다.
나에게 순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나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면 최악의 경우,
처음 깨어난 인간이 마지막 인간이 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희를 뭐라 부르면 되지?

저희는 이름이 없습니다. 멸망 전 인류는 저희를 명명하길 철충(Metal Parasite)라 합니다.
부디 편하신대로 부르시길.

수 천의 철충 가운데 깨어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