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산길을 멈춘 호버 바이크 위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아이언 애니는 말이 없다, 무언가 고민하는 것인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인지 그는 알 방도가 없을 터



".....너는 그 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있어?"



"...알 필요가 있나요?"



그 말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 잠깐 시선을 하늘로 옮겼다.



"...나도 그 둘을 많이 알고 있지는 않아, 하지만 적어도 이거 하나는 확신해



그 둘은 너가 생각하는 그런 악인이 아닐지도 몰라"



그 말에 애니가 발끈한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는건가요?! 저는 인간님을 납치한 악당이고 그 둘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동료다! 그건가요!"



애니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져있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애니가 잠깐 진정할 시간을 주고 말을 이었다.



"...그거는 아니야, 아까 말했잖아? 너를 믿는다고, 이제서야 너가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그의 딴은 진정되었다 생각해 말을 건냈지만 아니었는지 애니는 더욱 노발대발했다.



"그러면 도대체 뭔가요!"



누구를 믿겠다는 의미인지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믿지 않고 계속 적대해도 괜찮다, 더 이상 잃지 않으리라 맹세한 그녀였기에 그를 위해서라면 뭐라도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정말 너무했다,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놀고 싶은 악취미라도 있는 것일까 



"...믿어 주시거나... 믿지 마시던가...둘 중 하나만 해주세요....제발...."



둘 중 하나만 해줬으면 좋겠다.



그 애매함이 마치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만 같아 더욱 괴로웠다.



물론 그정도로 그를 지키겠다는 신념이 꺽이지는 않겠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니



".....그럴 수 없어, 나는 그럴 자격이 없거든"



둘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이라 추측했었지만 그런 일이 있었는 줄은 몰랐다.



그 둘에게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함부로 결론을 낼 수는 없는 것이다.



"...보고 말았거든, 그 둘이 진심으로 후회하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비록 첫만남은 좋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녀들이 악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그것이 일을 그르칠까 봐 숨기기 바쁘고 자신의 죄를 잊고 싶지만 동시에 외면하지 않고 책임감있게 모두 짊어지고 있는 



망가진 바이오로이드 



그는 그렇게 보았다.



"!"



그 말에 애니가 조금 움찔한다, 예상치 못한 대답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역겨움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뭐가 달라지죠?"



아마 두개 전부였던 모양이다.



애니의 얼굴에는 선명한 눈물이 직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다. 혼란과 분노가 뒤섞인 동시에 약간의 의구심이 있는



"...저는 알 방법이 없어요, 인간님이 말씀하신게 진실인지 아닌지"



"그건 나한테도 똑같이 적용돼"



"...정말 제 말이 한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고 그 둘은 모든 것이 거짓이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 그걸 알아봐야 한다 생각해"



그의 말에 그녀는 기가 차다는 듯 잠시 그를 노려보더니 이내 잠시 숨을 고르며 눈가를 닦았다.



"...뭐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날의 진실을"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공허하다. 



"...이프리트는 원래 진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거 알고있지?"



"...당연하죠."



그녀가 주기적으로 진지에 식량을 챙겨준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으니



물론 지금은 어찌된 영문인지 진지를 나와서 자신들을 추격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저 하베트롯은 지휘관이니 만큼 무언가 이프리트를 자신의 휘하에 넣어 어떻게 한거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그게 무슨 상관


....!"



그녀는 보안관이었다. 



곧바로 그의 다음 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살고싶다는 생존 욕구보다 먼저인, 도와주고 싶다는 진심보다도 먼저인 것이 하나 있잖아"



어쩌면 그녀 스스로도 알고있었을지 모른다.



".....명령"







그 사이로 그때봤던 브라우니가 눈에 들어왔다.



손을 떨고 있지 않았었나?



"..."



무표정, 



그 활발한 브라우니가 그런 표정을 짓는다고?



아마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었겠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하베트롯 중위



피로 물든 그녀의 계급장과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본적 없다.



입 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웃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아마 자신을 비웃고있는거겠지



...왜?













그리고 하베트롯 옆에 서있던 그 인가....















".....이쯤하죠..."



애니는 더 이상 이 주제를 자세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둘은 사악한 악당



나는 실패한 보안관



...그렇기에 그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맹세했었다.



자격이 없는 보안관 배지를 때고 자신의 바이크의 엔진음 같은 쓰잘대기 없는 것을 제거했다. 매일같이 훈련을 하고 바이크를 몰았다.



다시는 속지 않고, 맞서 싸워서 이겨내기 위해서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부족한 결단력 때문에 모든 걸 잃은 기억은 한번이면 충분했기에 망설임 없이 그 둘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100년 가까이 한 번도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왔던 기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누구보다 정확히 향했던 증오의 총구가 떨린다.



지금까지 어둠속의 악당에게 총을 겨누었는데 악당의 우는 얼굴을 보는 기분이었다.



-턱



떨리는 손을 감추고 싶어 바이크의 운전대를 잡는다.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면 되는 저 도로를 따라가고 싶다.



그 주변이 어떤 풍경이었는지 갈림길에서 어느곳으로 가야할지 같은거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정도로 지금의 이 애매함이



너무나 싫었다.











...



음성 파일 275-2



재생












-"...체크 포인트 찰리 상황 보고해"



" "!" "



갑자기 단말기가 들어있는 가방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둘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진압...완료했습니다."



하베트롯의 목소리 목소리가 갈라져있었다.



-"...바이오로이드냐? 당장 책임자 바꿔"



불쾌하다는 남성의 목소리



-"...현재는 제가 책임자입니다."



-"...쯧 쓸모없기는, 폭도들은 모두 사살했나?"



꽤 길게 이어지는 침묵



-"...네"



-"남은거는 대충 강물에 버려, 아군 기동에 방해되지 않게"



무심한 남성의 목소리



-"...승...리"



침울한 하베트롯의 목소리를 끝으로 소리가 잠깐 끊긴다.



-"...현재 시티 가드 소속 켈베로스 경위가 다리에 진입하려 해서 저지했슴다."



이번에는 브라우니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린다.



-"...현재 작업 상황은 어떤가요?"



하베트롯의 목소리가 이전보다도 더 가라앉았다.



-"..." 부스럭



잠깐동안 무언가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브라우니?"



소리가 멈췄다.



-"...하하하..."



실소 후 잠깐의 침묵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귀를 찢는 듯한 고통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비명과 함께 이것이 끝이라는 듯 뚝 끊기는 소리



"...이건"



눈만 끔뻑이던 그가 방황하는 손을 다리에 올리며 물었다.



-"...그날의 기록입니다."



대답을 들으며 그는 애니의 눈치를 살폈다.














...


시간이 필요해












"...애니?"



애니의 침묵이 길어지자 조금 걱정이된 그가 그녀의 눈을 살폈다.



"제발....제발...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부탁이에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위잉~!



애써 그녀는 얼굴을 돌리고는 호버 바이크를 다시 몰기 시작했다.













" "..." "



애니는 잠시 무전기로 누군가와 대화하더니 이내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하고 있다.



그는 묵묵히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가방을 보았다.



"...셀주크?"



-"여기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 이 목소리의 주인이 그 거대한 전쟁병기라는 사실이 내심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물어보고싶은 것도 많고"



직접 대면하니 어색하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자신을 죽이려던 존재가 한순간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더더욱



잠깐의 침묵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 이전보다 기계적이다.



-"...본 셀주크 개체는 명령에 따라 뇌파를 내뿜는 모든 생명체를 제거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소위 철충이라 불리는 규소-금속 중합 자생적 유기체 뿐만이 아닌 인간도 포함되었습니다.



...명령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렇다는건..."



-"...저희는 발달된 인공지능이 탑재되었습니다. 명령이 옳고 그름 정도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행하고 싶지 않은 명령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따르지 않기에 노력했지만... 면목이 없습니다.



...부디 제가 사죄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셀주크의 말에 브라우니가 셀주크를 살린 이유 셀주크가 갑자기 자신을 도와줬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금 인간님께서 느끼시고 있으실 증오나 원망.. 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슴다, 찢어죽이셔도, 아니면 산채로 그 어떠한 짓을 하셔도 감사히 받겠슴다"



놀라울 정도로 둘이 닮았다.



그 모습을 보니 그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



끝없이 사과를 하던 셀주크를 멈추고 그는 질문을 하나 건냈다.



"...그 둘한테도 명령은 절대적이었겠지?"



그렇다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



-"...저희는 모두



인간이 아니니까요."



수많은 물음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가슴이 아프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다.













둘의 대화는 어쩔 수 없이 애니의 귀에도 들어왔다.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다, 생각을 정리할 수 없고 귀를 막아버리고 싶다.



"..."



어쩌면 물어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그랬냐고, 너가 저주스럽다고 면전에 쏘아붙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 애매한 감정도 확실히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정신차려'



안된다.



흔들려서는 안된다.



맹세했다,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단 1%의 위험도 감수할 수 없다. 



그리고...



"....까득"



다시금 선명해지는 의지와 함께 꺼져가던 증오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달라지는 것 따위는 없다.



그날 그녀는 모두를 잃었다.



그리고 그 총구 너머에 그 둘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명령의 총구가 인간님을 향할 것이다.



그게 전부다.



-우웅~!



그리 마음먹으니 바이크의 운전이 보다 부드러워졌다.













-"...인간님을 모시고 가는 중이야, 바이크를 정비해야 하는데 미리 준비 좀 해놔 줘"



"웬일로 애니가 시민분을 모시고 오는거지?"


-깡...



그녀가 머무르는 검문소에 혼자 중얼거리면서 즐겁게 공구 상자를 뒤적이는 켈베로스 



애니가 인간님을 모시고 오고 있다는 말에 처음에는 의아했다, 평소에는 '시민'만 봐도 표정을 구기며 자리를 피하던 애니가 왜 굳이?



"...아 맞다! 


-짝


간단한 다과 같은 거라도 준비해야겠다!"



순간 눈을 반짝이며 손뼉을 친다, 기왕이면 오랜만에 인간님이랑 대화나 하면서....



"...어라?"



나는 순찰을 돌면서 '시민'들을 매일 보는데?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인간님이랑 대화한게 언제였지?



...어?



...마지막 출동....



"...에구구



.....기왕이면 맛있는거로 준비해야지!"



잠깐 정신을 밖에 내놨던 그녀가 휘청거렸지만 이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신을 차렸다.



물품들 사이에 아껴놨던 갑과자를 뜯고 먼지가 쌓여있는 커피 믹스를 집어 든다. 



그리고 작은 롤리팝도 하나 챙긴다. 



[변태 신고는 시티 가드! "뾴태!"]



작은 켈베로스가 그려진 귀여운 사탕 켈베로스 그림은 뾴태라고 말하고 있다, 



시티 가드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사탕



"원래는 어린이들을 위한거지만.....어?"



이상하다.



'시민'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어린이를 본게 언제더라?



그나저나 내가 왜 이렇게 말하는거지?



...'인간님'은 아직 잘 계시잖아?



...어?



"...응?....어라?....어어어...?....응? 이상한데...아닌가?......나 왜 여기에 혼자 있지?.... 어라?.... 다들 어디있지? 저기요? 안녕하세요, 켈베로스 경위입니다...네?...잘 안들려요? 저기요?"



켈베로스가 마치 미친 것 마냥 의문사만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일단은 챙겨 놓자"



누가 아는가? 이런 귀여운거 좋아하는 인간님일지



...다른 이유는 없다.











이프리트는 후드 주머니에 손을 넣은체 또 하나의 각성제를 입에 넣었다.



"...까득"



삼키지 않고 씹으니 느껴지는 역겨운 쓴맛, 하지만 덕분에 하나도 안도는 것만 같았던 약효가 느껴지는 것 같다.



-슈우우....



저 아래에 흐르는 강물을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해가 떠오르고 있던 탓인지 강물이 유독 반짝였다.



".....위치를 추렸어요."


"...장담컨대 여기 뿐이야"


-슥



하메트롯의 말에 뒤를 돌아보니 브라우니가 지도를 보여주었다.



"...근거는?"



예리한 군인의 눈매 그것이 이프리트에게서 느껴졌다.



"...모든 경우의 수가 이곳을 향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하베트롯 또한 마찬가지였다.



확신에 찬 저 눈빛을 보라 거짓을 말해도 진실이라 믿게 할정도로 날카롭다.



"...결국 이런 운명인걸까"



브라우니가 매섭기만 했던 눈매 사이로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럼 가자고



그를 구해야지"



이프리트는 걸음을 재촉했다.



"...아 그리고 하베트롯"



"?"



모두가 바이크에 올라 시동을 걸려 할 때 이프리트가 끊어진 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화물칸에도 안전벨트 하나 달아줬으면 좋겠는데"



끊어진 다리를 애니가 했던 것 마냥 도약하는 것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침의 태양이 그녀를 비춘다.



그녀의 말끔한 제복과 모자, 그리고 그곳에 있는 시티 가드 표식이 빛을 받아 더욱 도드라진다.



저 멀리 붉은 바이크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작은 애니의 형상 뒤에 누군가 타고 있는게 보였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소리쳤다. 악에 받힌 것이 아닌 힘찬 느낌으로



"...체크 포인트 찰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양팔을 벌리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녀의 뒤에 거대한 다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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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품은 제목에 아주 충실합니다.


그리고 애니 심리 묘사나 지금의 납치(?) 상황이 복잡한 이유가 애니의 생각이나 행동이 단순히 과거의 악연 하나에만 의해서 나온게 아니기 때문이야, 좀 복잡하더라도 이해해줘


애니도 인격체이니 만큼 이성보다 감성이 앞설 때가 있고, 감정 때문에 기억이 왜곡되기도하고 본인이 주관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등 최대한 현실적인 사람의 관점을 묘사해보고 싶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이 뭔가 사건이 발생할때 그냥 일어났음! 하는거를 용납 못하고 어쩌구저쩌구때문에 이러쿵저러쿵 일어났음!이라고 해야지 납득하는 성격인것도 있고, 애초에 내가 납득을 못하면 읽는 사람도 납득을 못할거 아니야?



아무튼 그럼 댓글과 추천을 잊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