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롤이 망해가고 있다는 한탄이 많이 들린다
이때 주요 레퍼토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2010년대의 스타판처럼 실제 플레이어는 줄어들고 보기만 하는 경우가 늘었다
혹은 새로운 게임에 대체당해 예전같은 위상이 아니라는 것인데

실제로도 그런지 궁금해서 한번 확인해보았다.
과연 롤은 정말로 망해가는 중일까?

라이엇은 2016년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총 플레이어 수와 동시접속자 수를 공개하길 꺼리고 있으며, 따라서 공식적인 이용자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16년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적어도 2016년까지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러면 2017년 이후는 어떨까?

라이엇의 공식 통계가 없더라도, 여기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지표가 여러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OP.GG를 통해 알 수 있는 액티브 랭크 유저(해당 시즌 랭크를 돌린 사람)의 수일 것이다.
이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에서는 2018년에 2016년에 비해 전세계 액티브 랭크 유저가 4%감소했다고 분석하는데,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의 상당수는 랭크를 돌리지 않고 랭크를 돌리는 플레이어의 비율 역시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뭔가를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니 한국 한정으로는 어느 지표보다 정확한 PC방 순위를 확인해보자.
2015년 10월 기준으로(전 세계 기준으로는 2016년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성기였을 수 있어도, 한국 한정으로는 아니다. 2016년에는 한때 갓겜이었던 그 시계가 출시된 해이기 때문이다. 2016년 동시기 기준으로 롤은 오버워치와 치열하게 순위경쟁 중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PC방 점유율은 44.51%로 1위, 2018년 10월 리그 오브 레전드의 PC방 점유율은 34.89%로 1위다.(2위는 19.61%인 배틀그라운드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통계 사이트의 플레이 통계를 바탕으로 2017년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를 1억 명, 2018년 플레이어를 7500만 명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이 모든 걸 종합해봤을 때, 한 가지는 확실해진다. 2018년에 롤은 좆박았다. (다만,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이외 지역이 롤드컵을 우승한 것 때문에 화제성 자체는 꽤 높았다는 통계가 있기는 하다. 검색량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 서브레딧 구독수 뭐 그런 거.)


그럼 그 이후는?

2020년 기준 리그 오브 레전드의 PC방 점유율은 55.03%로 다시 압도적 1위, 액티브 랭크 유저수는 확인 못했지만 아까 그 통계사이트 플레이기록을 바탕으로 한 분석에서는 10시즌에 2017시즌 피크(1억 명)를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에서건 전 세계적으로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흥행은 2018년에 좆박은 뒤 2020년까지 2년간 천천히 회복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APEX레전드로 이어지는 배틀로얄 장르가 대흥행하면서 기존 장르를 위협한 것이 가장 클 것이고, 207년과 2019년에 5개의 챔피언을 출시한 데 비해 2018년에는 챔피언을 3개밖에 출시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비원딜과 도벽 단식 등 기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상식에 어긋나는 충격적인 메타가 보는 사람은 몰라도 하는 사람한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려주는데, 라이엇의 갖은 패치로 어느 정도 EU메타가 회복되었던 2019년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표가 회복되기 시작했고 도벽이 삭제되고 세나(적어도 플레이 방식은 원딜이긴 하다)와 아펠리오스의 출시로 EU메타가 완전히 돌아온 2020년에 전성기의 흥행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망의 2021년, 여러 분석에서 2021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 세계 플레이어가 사상 최대(1억 명 이상)를 달성했다고 추측하며, 여러 다른 전세계 지표도 2020년 이상으로 순항 중이다. 신화템이랍시고 아이템 자유도를 박살내고 그 중에서도 밸런스가 박살이 나서 선혈포식망겜이 되버린 이 리그오브레전드는 지금 마인크래프트와 함께 전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두 게임 중 하나고, 라이엇은 망해가기는 커녕 밥그릇이 튼튼해 보인다.


또한 이러한 통계에 따르면 롤이 고인물 게임이라는 것도 틀렸다. 적어도 전 세계적으로는 매 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에 엄청난 규모의 신규 플레이어가 유입되고 있으며, 특히 신규 개설지역과 EU, 북미 등에서 이러한 경향이 현저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최대한 부정적으로 본다 해도 여전히 신규플레이어가 유입되는 것으로는 보이나(부계정 갯수에는 제한이 있으니, 부계정만으로 '매년 꾸준한 신규 플레이 계정'을 설명할 수는 없다.)이미 2013년부터 지나치게 흥행한 탓에(새로 유입될 잠재적 플레이어 자체가 적어졌으므로) 그 비중은 결코 크다고 하기 어렵다.

그리고 여기에서 왜 재그가 안 짤리는지, 그리고 왜 자꾸 지금 소환사의 협곡은 밸런스가 아주 이상적이다 같은 개소리를 지껄이는지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다.

라이엇은 빌드 자유도나 황금 밸런스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라이엇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히 약간 더 좋은 챔피언과 아이템이 존재하고, 역할군에 따라 나오는 챔피언이 뻔하고, 상황에 따라 무슨 아이템을 가야 할지가 뻔한 밸런스다. 이쪽이 입문자에게 훨씬 더 매력적이기 떄문이다.


신화템은 이러한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반드시 가야 하는 1개의 신화템은 기초 아이템 빌드를 설계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한 두세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 단순화시켜준다. 또한 신화템의 강력한 성능과 전설 급 추가 효과는 챔피언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해준다. 불멸의 철갑궁이나 크라켄 학살자를 가면 메인 지속 딜러 역할을 맡을 것이고, 암살자는 자객의 발톱을 가면 된다. 쭉 붙어서 싸우는 챔피언이고 상대도 붙어서 싸워준다면 선혈포식자를 가면 된다.

2020시즌 이전 롤을 새로 시작하는 친구가 쉽고 쎈 거 뭐 있냐고 물어보면 패치버전에 따라 다른 수많은 챔프가 나오겠지만, 2021시즌엔 그냥 선포자 세트 하라고 하면 된다. 이게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훨씬 매력적이다. 인생 처음으로 철권을 해볼까 하는데 이 게임은 황밸이고 정직한 실력게임이니까, 뭔 캐릭터를 고르든 열심히 해서 실력을 올리는게 중요해 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하고, 그냥 폴해 붕권 두대맞추면 이기니까 너도 날먹할수 있어 이런소리를 들었을때하고, 솔직히 후자가 더 해볼만하게 들릴 것이다. 롤이라고 다를 게 없다.

베트남에서 처음 롤을 시작하는 수많은 응우옌 씨들에게는, 무지성 선포탈론으로 날먹할 수 있는 지금 메타가 쓸데없이 배워야 할 거 많은 이전 시즌보다 훨씬 더 낫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커뮤니티에서 재그와 재그가 리드 기획자로 있는 11시즌에 대한 인식이 십창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서버는 아마도 전 세계에서 입문자 비중이 가장 적은 서버일 것이고, 특히나 커뮤니티 유저들의 대부분은 골수 고인물인데 이런 식의 패치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지향점을 바탕으로 11시즌이 흥행하는 것을 보고 있는 라이엇 입장에서는, 재그가 자캐딸 좀 치고 자뻑 좀 하기로서니 충분히 월급 값을 하고 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재그가 영전하기 전 마지막에 싼 자기모양 똥으로 전 세계에서 박터지게 욕을 먹어도 단단하게 소환사의 협곡 리드 기획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물론 언제까지나 이런 식의 기획이 통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이 빨랐을 뿐이지 당연히 모든 지역 플레이어들의 숙련도는 시간에 따라 상승하며, 분식집이라고 진짜 이런 분식집같은 패치만 하다가는 다같이 질릴 날이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쯤 되면 재그도 방법론을 바꾸거나 부서를 옮겨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그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