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ame.naver.com/lounge/soulworker/official/435810 


4-9. 이나비

"이나비에게 있어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받은 지시를 따르고, 그것을 수행하고, 성공과 실패로 정리한다. 

공백의 여파로 모든 것을 잃은 뒤 차라리 죽고 싶다고 몸부림치는 그녀에게 이러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삶의 방식은 고민의 해결을 넘어 인생의 구원이었다.

명령 덕분에 가족과 인생을 잃은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 자기 자신을 잃게 되었지만. 자기 자신에게 짊어졌던 무거운 짐도 덜어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이나비는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라 명령불복종. 

낙오되어 있던 어느 병사를 구하느라 그녀에게 맡겨진 작전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명령의 수행이야 말로 삶의 모든 것이었던 그녀에게 있어서 이는 거대한 충격이었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행동과 선택을 계속하여 의문하고, 비난하고, 자책하기 시작했다.

작전의 수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자신은 이 세계에서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충실한 군인이라는 껍데기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다. 슬픔을 외면할 수 있었다. 목숨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명령에 대한 복종이라는 기둥을 무너뜨리는 순간. 애써 눈을 돌리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머리 위로부터 쏟아져 내려와 그녀를 잠식한다.


‘안녕하세요. 절 기억하시나요? 바로 이전에 당신이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던… 그 병사입니다.’


하지만, 고개 숙인 채 후회하던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것은. 껍데기를 잃고 죽어가던 그녀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새로운 구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