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돌파구라 믿고 추진했던 중국 공장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국경이 봉쇄되자 LG디스플레 한 임원은 이렇게 토로했다. 중국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의 사활이 걸린 OLED 사업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호소였다.

또 다른 임원은 "코로나19 책임공방을 빌미로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할 조짐까지 보여서 더 걱정"이라며 "중국 현지공장이 볼모 아닌 볼모가 됐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이 사례는 대기업의 글로벌 거점 생산 전략이 꼭 최선책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특히 지난 십 수 년간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 군림해온 중국이 최근 여러 이유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더이상 쉽게 볼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 2017년 당시엔 묘책 넘어 당위론…"믿고 투자한 중국"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을 추진한 것은 지난 2017년. 당시는 회사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LCD(액정표시장치)시장의 주도권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OLED 전환 타이밍을 놓쳤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OLED를 개발해놓고도 LCD 1위 실적에만 도취해 정작 OLED 생산라인 투자는 때를 놓쳤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로선 내부적으로 이 지적을 받아들여 더 다급하게 광저우 공장 건설에 매달렸다.


광저우에 공장을 짓기로 한 데는 투자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총 5조원의 투자비 중 3분의 2를 중국 정부의 출자금과 현지차입으로 충당하면 초기 비용을 1조8000억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당시 국내외에서 2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단행해야 했던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이 정도 비용 절감을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광저우 프로젝트는 '묘책'을 넘어 '필연'이라는 인식이 깔렸다. 한상범 당시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2017년 9월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대안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치기도 했다.

◇ "약이 독 됐다"…내부서도 한숨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런 '필연론'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반(反)화웨이 사태'로 구체화 됐고, 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편 가르기에 나서며 상황은 묘하게 돌아갔다.

급기야 올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광저우 공장에게는 또 하나의 시련이 됐다. 중국이 국경 빗장을 걸어 잠그며 LG디스플레이는 설비를 점검할 엔지니어를 보내지 못해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가동하려던 계획이 벌써 반년 가까이 미뤄진 상황에서 중국의 '입국제한'이라는 변수가 터지자 LG디스플레이 경영진 사이에선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건지 모른다"는 자조까지 들렸다.


현재 추진 일정 상 광저우 공장은 올 2분기 중 공장 테스트를 마치고 3분기에는 본격 양산을 시작하는 수순이 유력하다. 이는 당초 일정보다 1년 가까이 지연되는 것이다.


출처 -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4404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