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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년째 연애 중인 남자입니다.

91년생이고, 그냥저냥 괜찮은 대학 나와서

그냥저냥 괜찮은 회사 취업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저보다 3살 연상이고,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회사 다니고 있고요.

집에서 개 2마리 키우면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종로,이태원으로 대표되는 게이 문화와는

형이나 저나 전혀 맞지가 않아서 게이 친구나 지인 한 명 없이, 

조용하게 저희끼리 살고 있습니다.

 

 

저는 주변에 여자 동기들 두어명,

불알친구 4명, 대학교 친한 남자 선후배 3명 정도한테

제 정체성에 대해서 털어놨습니다.

 

제가 여성스러운 부분이라고는 없는 스타일인지라,

처음에는 많이 놀랬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다들 그럭저럭 이해해주는 눈치입니다.

 

 

문제는 회사, 그리고 집입니다.

 

 

저희집은 아버지 사업으로 대차게 망하 뒤, 

부모님도 금전적으로 무척 힘들게 살고 계셔서

저한테 기대하시는 게 많습니다. 결혼, 손자 등등요.

 

저도 그 기대 물론 부응해드리고 싶지만

어쩌나요. 제가 게이인걸 바꿀 수가 없는데.

 

 

형은 홀아버지 아래 자라서 특히나 부담이 큽니다.

아버지가 60이 넘으셨는데 택시 하시면서 하루도 못쉬시거든요.

 

형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거 보는 게 소원이시라고 하는데

그 소원 이뤄드릴 수 없는 처지이잖아요?  그걸 많이 슬퍼해요.

 

 

회사에서는 둘 다 고충이 있습니다.

저는 회식 때마다 나오는 여자친구 얘기, 연애 얘기가 버겁고

가끔 들어가는 여자나오는 접대 자리가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형은 나이가 있으니까, 저보다 저런 고민들이 갑절은 되는 것 같고요.

 

 

 

저희 같이 산지는 2년 됐고,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저희 참 행복합니다. 단지 불안합니다. 우리 이렇게 계속 잘 살 수 있을까?

동성결혼이 합법인 다른 나라들처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제도권 안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우리나라에서 수년 안에 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다고 해도, 회사에서, 집에서 당당히 밝힐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고요.

요즘 같아서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민이라도 가야하나 싶습니다.

 

에흉

 

추석에 집 내려가면 또 여자친구 얘기부터 이틀 내내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치일 거 같아서

회사에 특근 신청하고 집에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