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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렵게 꺼낸 이야기...

“신부님 제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너무 잘 받아들여 주셔서 깜짝 놀랐다.

물론 사제라는 직분이 있기에,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하셨지만, 그렇다고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그럴 수 밖에 없도록 태어난 거라면 뭐 어떻냐고 하셨다.

자신을 부끄러워 하지 말고, 쫄지 말고 당당하게 살라고...

요즘 시대엔 자기가 동성애자인 거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그러니 나도 잘 들여다 봐야 한다고 하셨지만 정말로 그렇게 태어난 거라면 그게 뭐 어떻냐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과 녹차를 좋아하는 사람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하셨다.

나의 혼란스러운 선언에 힘들어 한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속상한 나에게, 엄마의 세대는 다른 것을 틀린 거라고 배운 세대라고, 잘 위로해 주라고 하셨다.

30년이 좀 안 되는 세월을 사제라는 신분으로 살아온 60대의 나이 든 신부님은 갑작스러운 나의 커밍아웃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 주셨다.

물론 퀴어학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신 건 아니니 조금은 사실과 다른 본인만의 방법으로 성소수자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계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계셨다.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와는 상관이 없는 것 아닐까?

설령 조금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있다 할지라도, 자신과 다른 존재를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관점의 차이인 것이 아닐까.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조차도 그저 나와 다른 사람일 뿐이라고,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아주 따듯한 시선.

어쩌면 아주 위험천만할수도 있는 고백을 해 버린 나에게 그 나이 든 신부님이 해 주신 말씀이 이토록 가슴에 남는 것은, 참 듣기 힘든 말을, 그런 말을 해 줄 것이라 기대하기 힘든 신분의 사람에게서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이토록 눈물나는 일이었구나...

젊은 사람에게서조차 듣기 힘든 말을 반백의 노신부님에게서 듣는 다는 건 아마 쉬이 상상하기 힘든 일일지거늘...

나는 저렇게 살아가자, 말 한마디로 누군가를 이토록 감동시킬 수 있는 따듯한 사람으로.

참 좋은 분을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