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많고 못쓴거도 볼 수 있는 사람만 보세요)


“.. 여자랑.. 사귀는거..”

“어?”

당황한 반응을 보여서인지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은 정말 안쓰러워 더욱 내 발목을 잡았다.

“.. 그래.”

“어..?”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너는 안가?”

“응, 약속 했잖아, 안 싫어 할거라고.”

아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웃음을 띄었다. 그러더니 벤치에서 나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간다. 나는 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정말 당황해서 흘리는것이 아니다.

“.. 백하양. 내 이름이야.”

“나는.. 강차영.”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백하양은 더 가까이 온다. 나는 긴장한 나머지 정자세로 가만히 있기 시작했다.

“넌 오늘 여기에 왜 왔어?”

늘 사람이 없는 그저 버려진 공원. 이 곳은 나의 유일한 도피처다. 그래서 왔는데 올때마다 하양은 항상 이 벤치에 앉아있는 것이다.

“그냥.. 심심하니까..”

“항상 여기 서성이던데?”

“.. 어떻게 알았어..?”

“그야 나도 맨날 오니까.”

“으응.. 그랬지.. 하하..”

‘이 거리좀 어떻게 하면 안될까..’

하양의 숨결이 내 목에 닿아 느껴진다. 약간 간지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저기.. 근데 여기서는 그런 상상 밖에 안해..?”

“뭐.. 대부분 그렇지. 이탈은 무섭거든.”

“근데 그건 별거 아니야, 한번 해봐. 학원 땡땡이 치면 얼마나 좋은데. 엄마한테 한번 화내 보는것도 나쁘지는 않지.”

“동성연애도?”

“.. 해보는것도 좋다고 생각해..”

‘눈이 맞는다면..’

그렇게 말해도 하양은 해볼 생각이 없는것 같다. 하양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래도.. 나 혼자하는건 좀..”

왜 이럴까. 나는 그것을 기다렸다는듯이 하양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내가 도와줄까?”

“어?”

이번엔 하양이 당황했다. 그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면서 꽤 귀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 이탈, 내가 도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