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땠어?"

".. 즐거웠어."

하양은 눈을 빛냈다. 나는 꽤 큰 보람을 느끼며 웃었다. 근데.

".. 너 여기 왜그래?"

"아야."

하양의 입술에 작게 터진 자국이 있었다. 내가 손을 댄 탓인지, 하양은 몸을 움츠렸다. 하양은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그게... 좀 혼났거든, 그래서.."

"괜찮아?"

"....."

하양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나만 바라보았다. 나는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하다 우리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미안, 너무 가까웠지.."

나는 바로 손을 떼며 하양에게 사과했다. 하양은 또 아쉽다, 라는 표정을 했다. 아무래도 명확히 나타나는 표정은 이것 밖에 없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하양은 내 손을 가져가 볼에 가져다 대었다.

"조금만 더.. 이렇게 해줘.."

"어.. 응.."

하양의 볼이 내 손의 온기로 인해 따뜻해졌다. 나는 내 손을 내주고 하양의 새로운 표정을 보았다. 기분 좋아서 노곤한 표정..

'귀여워.'

뭔가 귀엽다. 그런 하양이 복도에서는..

"....."

아무런 표정이 없다니. 그것참 아쉽다. 하양이 표정변화만 많다면 누구든지 홀릴 수 있을 법하다. 나는 하양이 작성했던 리스트를 확인했다.

'.. 놀이공원은 이번 주말에 가볼까.'

마침 오늘이 금요일이기도 했다. 나는 가볼만 하다는 생각으로 하양에게 말했다.

"하양아, 내일 놀이공원 갈래?"

"응? 내일?"

"마침 토요일이기도 하고.. 아, 혹시 일정 있어?"

".. 아니."

"그럼 됐어. 티켓은 거기가서 끊자. 돈은.. 괜찮겠어?"

"응, 문제 없어."

"좋아, 그럼 내일이야?"

"응."

나는 다시 반으로 돌아가던 도중이었다. 그러다 나는 내 옷이 잡아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응?"

"... 저기.."

명찰에 김사랑, 이라 새겨져있는 교복을 입고서는 초등학생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키가 작은 여자아이가 부끄러운 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나.. 그게.. 말이야.."

앞머리로 가려진 얼굴이 고개를 숙인탓에 더 가려졌다. 나는 다리를 구부리고 김사랑의 검은 머리를 넘겨주었다.

"앗!"

탁-

얼굴이 보여지는게 싫었는지, 사랑은 내 손을 쳐내었다.

"앗,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랬네.."

"....."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사랑의 얼굴은 터질 정도로 빨갛다. 사랑은 다시 앞머리를 내리고 말했다.

"나.. 나는 김사랑이야..! 치, 친구가 되고싶어서.. 그래서..."

"으응, 그래. 나는 강차영이야. 근데 좀 있으면 수업 시작하니까.. 학교 끝나고 번호라도 교환할까?"

"고.. 고마워, 강차영.."

사랑은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 덕에 사랑의 얼굴이 조금 보였다. 흑발 그 사이에 반짝이고 똘망똘망한 눈이 있었다. 사랑이 바로 가려버려서 자세히는 못 봤다만.

.

"자, 전달할 소식 없다, 그냥 가라-"

나는 그 얘기가 들리자 마자 바로 핸드폰을 가져갔다. 교실을 나가자 바로 사랑이 나를 보고있었다. (일찍 끝나는거 부럽다)

"자!"

나는 내 핸드폰을 사랑에게 건네었다. 사랑은 또 다시 터질 것만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는 나의 핸드폰을 조그만 손으로 쥐었다. 사랑이 한 손에 들어가는 내 핸드폰을 쥐니 핸드폰은 커보였다. 사랑은 전화번호를 신중하게 찍었다.

"... 여기."

"응, 그러면 네 핸드폰도 줄래? 내 번호 줄게."

"응.."

사랑은 자기 손보다 조금 더 큰 폰을 내게 건넸다.

'.. 작아.'

그러고보니 사랑의 교복또한 작아 보였다. 그냥 사랑은 작았다. 그 때문인지 사랑은 정말 귀여워보였다.. 뭐, 그런거 있지않나, 작은건 전부 귀여워 보인다는 거.. 나는 그생각에 조금 웃으며 사랑에게 내 전화번호를 찍은 폰을 주었다.

"앗, 고마워.."

사랑은 허둥대며 자신의 폰을 소중하다는 듯 꼭 쥐었다.

"그, 그럼, 나 갈게..!"

"어.. 응."

왠지모르게 내 주변 사람들은 전부 나를 보며 얼굴을 붉힌다.

'.. 얼굴에 뭐 묻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