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뭐라고?"

"나와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어줘!"

지금 이게 대체 뭔 상황일까.

가뜩이나 뉴스에서는 사람처럼 생긴 괴물들이 나타나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납치하고 있고,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힘을 쓰는 사람들이 나타나 괴물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소식만 보내서 혼란스러운데, 웬 요정 같이 생긴 게 나보고 마법소녀가 되라고 한다.

"... 그래, 마법소녀가 된다고 치자, 그럼 나한테 좋은 게 뭔데?"

"너도 알잖아? 지구를 침공하는 자들. 우리 요정은 그런 마족들을 몰아내기 위한 자들을 선발해. 그리고 넌 거기에 선발된 거고. 너가 마법소녀가 되면 그 마족들을 몰아내고 지구는 평화를 되찾을 수 있어. 게다가 인간들의 수뇌부, 그러니까 정부도 우리의 존재를 알아서, 너도 마족들을 몰아내면 정부한테 보상도 받을 수 있어."

... 보상, 보상이라.

내게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은 없고, 당장에 돈벌이 수단도 없는데.

"... 좋아. 될게, 마법소녀."

"좋아! 잘 선택했어! 그럼, 너한테 힘을 줄게."

그 순간, 보석 같은게 날아와 내 가슴 정중앙에 박혔다.

"으읏...!"

"좋아, 다 됐어!"

"이...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우선, 변신하는 법부터 알려줄게, 어디 보자... 너의 코드 명이 <오메가>니까... '마법소녀 오메가, 변신!'라고 얘기해봐!"

"부... 부끄러운데..."

"빨리 해봐~ 변신해야 싸울 수 있지?"

"마... 마법소녀 오메가, 벼... 변신!"

그 순간, 내 옷이 없어지더니 알몸인 내 몸에 또 다른 복장이 입혀졌다.

그런데....

"뭐... 뭐야 옷 상태가 왜 이래!!!!"

그 옷은 입느니만 못한 옷이었다.

가슴은 윗부분이 거의 드러나 내 가슴골이 보일 정도였고, 치마도 엄청 짧아 조금만 격렬하게 움직여도 속옷 부분이 노출될 정도였다.

"옷이 뭐 이렇게 작아...!"

"옷 늘려도 상관 없어, 대신 변신할 때마다 소비하는 마법 에너지의 양이 더 커질 거야. 변신할 때에도 마법 에너지가 들거든."

"어.. 어떻게 늘리는데?"

"알려주겠지만, 추천하지는 않을게. 마족을 몰아내는데 쓸 마법도 에너지 소비량이 큰데, 옷 따위를 늘리는데 쓸 에너지는 없을 거야. 네가 입고 있는 옷에 에너지를 집중하면 옷의 면적이 늘어날거야. 참고로 옷의 면적을 줄일 수 있어, 마법 에너지가 부족하면 그걸로 보충할 수 있어."

나는 재빨리 옷에 에너지를 집중했고, 그제서야 사람이 입을 만한 옷으로 면적이 늘어났다.

"너무 늘렸는데? 너 그러다간 마족들한테 된통 당한다?"

옷을 늘리고 얼마 지나자, 갑자기 옷에서 빛이 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꺄아앗...! 어떻게 된 거야!!"

"무작정 옷을 늘리니까 그렇지. 옷의 면적이 늘어나면 에너지 소비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거든. 너가 처음에 변신했을 때 정도가 적정선이었는데... 안되겠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임무 수행하러 가자."

나는 수치스러움을 느낀 채,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슨 임무?"

"그야 당연히 마족을 쫓아내는 일이지."

"아... 알겠어."

"뭐, 지금 네 상태로 가다간 마족한테 실컷 따먹어 달라고 한 꼴이니,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마, 걔들은 마법소녀를 알아보니까."

"잠깐... 따먹는다니...?"

"응? 몰랐어? 하긴, 모르는게 당연하지. 마족한테 져서 붙잡히면 마족에게 따먹히고, 심하면 평생 동안 걔네들의 노예로 살아가게 될 걸?"

"그걸 왜 지금 얘기해!"

"너가 안 물어봤잖아? 물어봤으면 난 대답했어."

난 내 앞에 날아다니는 이 가증스러운 요정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따... 따먹힌다니... 설마 걔네들, 여자를 납치하는 이유가..."

"응, 그 말대로야. 여자들 따먹으려고 납치하는 거지."

"미친! 뭐 그런 이유로 지구를 침공하는 거야? 걔네들은 여자 없어?"

"응? 무슨 소리야? 걔네들 다 여자인데?"

"뭐? 여자가 없어서 종족 번식을 위해... 여자를 강제로 납치하는 게 아니었어?"

"아, 걔네들은 번식이 필요 없어. 걔네들 세상에서 개체가 알아서 태어나는 장소가 있거든. 물론 너가 그곳으로 갔다가 바로 마족들 노예행이지만."

"그... 그럼 번식을 위한 게 아니라 쳐도... 납치하려면 남자를 납치해야 되는 거 아냐? 걔네들 여자라매!"

"너, 걔네들 앞에서 남자 얘기하다간 험한 꼴 당한다. 걔네들은, 그래... 너희들 말로 '크싸레'라서, 여자만 좋아하고 여자만 따먹으려고 할 걸. 너 정도면... 잘 여물어서 100% 따먹으려 할 거야."

"... 최악이야."

"뭐 그래도, 남자한테 당하는 것보단 낫지 않나?"

"아니 그래도, 그런 건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야지...."

"뭐, 그럼 걱정 마. 걔네들 여자 좋아해서 납치하고 하는 거니까."

"내가 싫다고! 난 남자 좋아해!"

"뭐, 당해본 애들 말로는 좋아할 수 밖에 없다던데? 그럼 괜찮지 않나?"

"당한 애들도 있어?"

"당연하지. 마법소녀들이 항상 마족들을 이기는 건 아니라서, 아니,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지. 걔네들을 몰아내는 일만 하니까."

"지... 지면..."

"걔네들 세상으로 끌려가서 실컷 따먹히는 거지. 뭐, 걔네들은 자비로우니까, 몇 번 따먹고 원래 세상으로 돌려보낼걸?"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죽는 것보단 낫지~ 그럼 힘내서 내일부터 마족들 상대하러 가먼 돼~ 모르는 거 있으면 나 불러서 물어봐!"

그 말을 남기고, 요정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하아... 젠장. 어쩌라는 거야..."

당장에 내일부터 마족들을 상대해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자자..."

난 침대에 내 몸을 맡겼고, 그대로 깊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