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칵-

나는 밤늦게 들어왔기에 소리를 죽이고 들어와야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디딜때마다 나는 발소리가 나는지 안 나는지 확인을 하며 거실을 지나치던 도중.

".. 이제 들어오니?"

"아, 깜짝이야.."

나는 거실 한 가운데에서 혼자 어두침침하게 앉아있는 아빠를 보았다.

".. 왜. 걱정돼?"

"당연한거 아니니?"

"하, 그럴거면 언니나 좀 어떻게 해봐. 언니가 더 심각하다고. 항상 툭하면 때리지를 않나, 지 멋대로 날 가지고 논다고."

"....."

"거봐, 아무것도 못하잖아. 아빠는 왜 그렇게 물러?"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미안해지게...'

아빠는 조용히 나를 쳐다만 보았다. 매번 갈구던 엄마가 없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나는 무심코 아빠를 괴롭혔다.

"... 미안하다, 차영아.."

"....."

나는 또 다시 사과하는 아빠에게 화가 치밀었지만 그것은 화가 아니었다. 안쓰러움. 답답함.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

달칵-

".. 다녀왔습니다."

"으응, 하양아 이제와?"

".. 네."

"하양아, 엄마랑.. 얘기한번 해보자."

"무슨 이야기요?"

"여기, 앉아봐."

"...."

나는 아무 대답없이 식탁의자에 앉았다. 엄마는 나와 마주보고 식탁에 앉아 한번 심호흡을 하는 듯 했다.

"... 엄마가, 조금.. 생각을 많이 했어. 이번에는."

"...."

"엄마가.. 하양이의 숨통을 조이는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야.."

".. 그래서요?"

"으음.. 이걸 뭐라 해야할까..."

엄마는 많이 우물쭈물하며 고민하는 듯 했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엄마가 입을 열때까지.

".. 미안해, 하양아... 엄마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아. 엄마가 또.. 너무 하양이를 몰아붙였고.. 또-"

"알았어요."

일단 미안하다는 거니까. 나는 엄마의 긴 사과를 받아들였다.

.

"...."

"...."

아까부터 여자애들이 내 주변에 서있다. 뭐지? 아무말도 안하고 그저 동물원에 동물보듯 나를 바라보아 불쾌감을 주는데에는 성공적이었다.

".. 무슨일 있어?"

"너 하양이랑 같이 다니는 거같던데."

".. 그래서 뭐?"

"...."

애들은 날카롭게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이상하게 그들을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하양은 엄청 예쁜데, 한번도 말도 안하고.. 또 웃지도 않아. 근데 요즘에 너랑 붙어다니면서 걔가 조금씩 웃는단 말이야.."

"그래?"

"그래로 끝날일이 아니라고! 하양 정말 예쁘지 않아?"

"뭐.. 그건 그렇지..?"

"근데 너랑 있으면 웃는다고! 아아, 진짜 너무 예뻐..!"

".. 그래.."

소문의 백하양 추종자들이 여기 있었다니. 스토커도 아니고 백하양이 무표정으로 다니는 이유가 이거때문일 수도 있겠다.

".. 어, 차영아, 거기서 뭐해?"

"허어..! 하양아 안녕!"

"어..? 응, 안녕."

"저기, 나 혹시 기억나?"

"어.. 안연우, 맞지?"

"어 맞아!"

"그럼 나는?"

"너는-"

.

"기억하고 있었네! 진짜 고마워!"

"으응..."

".. 하양아, 가자."

"어? 어, 응.."

나는 왠지모를 불쾌감을 전보다 더 느끼며 하양의 손을 잡고 끌고갔다. 하양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오히려 같이 가주었다. 그러다 계속 따라가던 하양이 입을 열었다.

"저어.. 차영아, 화났어?"

"조금."

"나.. 조금만 손좀 놔주면 안될까..?"

"왜?"

"아파..."

"아."

나는 급히 손을 놓았다. 너무 세게 잡았나. 나는 빨개진 하양의 손을 살폈다.

"미안.. 아팠지?"

"아니야, 난 괜찮은데.."

"그래도, 하양아.."

"괜찮아, 차영이는 원래 힘이 세서 그런거니까.."

"그치만..."

'애들이 너를 너무 좋아하잖아.'

".. 애들이 너한테 귀찮게 굴잖아, 그래서 그런거였어. 미안.."

"하하.. 괜찮아."

나는 잠시 이 감정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전혀 그럴만한 일이아니었다.

'.. 그럴리가 없잖아.'

이 감정이 질투일리가. 이 감정이 그런 감정일리가.

(김사랑의 이야기)

와아-

체육대회. 나는 체육대회가 그다지 좋은 활동이라 생각한적은 없었다. 그냥 구경이나 하면 좋았겠지만, 내가 참가하는건 힘들어 죽을 것 같다..

"야야, 쟤 좀봐!"

"헐, 미친거 아냐?"

나는 친구들이 경악을 하길래 관심도 없던 피구 대회를 보았다.

턱-

"와아아-"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피구공을 단숨에 잡아내는 여학생. 그 여학생은 흑발을 단단히 묶고 이리저리 잽싸게 뛰어다니며 한명 한명 명중시켰다. 그 덕에 그 여학생의 반의 아이들은 환호를 했지만, 상대편은 거의 절망에 가까웠다.

"야.. 미친;; 쟤 어떻게 이기냐;;"

"졌다.."

"쟤가 누군데?"

"아, 쟤? 강차영이라 했나..?"

"어, 강차영 맞아."

"아.. 이번 대회는 망했네-"

"....."

나는 차영이라는 아이의 눈을 보았다.

'예쁘다..'

반짝반짝 빛이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