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지금 5분째 하양의 연락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전화할까? 전화해서 뭐라 하지? 안녕 하양아 나 말이야 언니랑 싸워서 가출- 아니, '잠시 나와서'.. 하루 밤 잘 수 있을까..?

"하아.."

나는 한숨을 쉬고서는 정처없이 거리를 걸었다. 상처투성이라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오갔지만. 그다지 신경 쓸일은 아니었다.

"차영..?"

나는 내 이름이 불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그리 마법같을 수 있을까. 하양이 딱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 나는 그것이 허상인줄 알았다. 그러나 하양은 진짜였고, 하양은 내 얼굴을 보고는 경악했다.

"너 얼굴이 왜그래??"

"아.. 이거? 좀 굴렀어."

"그런 상처가 아닌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묻는 하양에게 웃으며 말했다.

".. 비밀이야!"

"......"

하양은 잠시 나의 눈을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래, 묻지는 않을게.."

.

띠로리-

"다녀왔습니다."

"그래 하양아 어서오.. 렴..?"

하양의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은 하양과 마찬가지로 연한 갈색 머리카락을 가졌다. 그녀는 내가 집에 들어온게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다 하양에게 물었다.

"누구.."

"아, 차영이라고, 친구야."

"안녕하세요."

"어.. 어.. 그래.. 들어와, 들어와.."

하양의 엄마는 나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긴, 어디서 굴러떨어졌다가 온 몰골이니 안 놀랄 수가 없지. 나는 하양의 엄마에게 웃으며 말했다.

".. 신경쓰지 마세요, 그냥 좀 어디서 굴렀어요."

"그으래.. 그럼, 저녁 좀 먹겠니?"

"아, 괜찮은데.."

"신경쓰지 말구, 같이 앉아서 먹자."

"감사합니다."

"음.. 상처는, 이따가 좀 볼까?"

"아뇨, 괜찮을 거에요 아마.."

"그래도 한번 보는건.."

"괜찮아요! 금방 낫겠죠."

"아플텐데.."

.

달그락-

"잘 먹었습니다!"

벌써 두 그릇을 비우니 하양의 엄마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와.. 진짜 잘 먹는구나? 하양이는 그것도 다 못먹는데.."

"헤헤!"

"그럼 차영이는 하양이랑 같이 자는 거니?"

"네! 아마도요?"

나는 하양을 보고서 말했다.

"하양, 같이 잘거지?"

".. 응."

하양 또 얼굴이 빨개졌다. 최근에 하양은 내가 아무거나 해도 빨개지고 만다. 이유는 모르겠다. 추측을 해봤자 조금 이상한 망상에 불과했을 뿐이다.

.

털썩-

"우와.. 하양 방은 이렇구나.."

"청소 안했으니까.. 너무 그렇게 보지는 마.."

"나 씻고 자고돼?"

"어? 씻고..?"

"응. 아무래도 씻는게 좋을 것 같아서."

"아.. 응, 그래.."

하양은 또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한다. 귀여워라.

.

달칵..

나는 조심스럽게 욕실문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실을 빠져나와 바로 하양의 방으로 들어갔다.

벌컥-

"꺄악!?"

"으아?"

팍-

문을 열자 들려오는건 하양의 비명소리였고, 그와 동시에 베게가 내 얼굴에 날아왔다.

"...."

내게 날아오는 베게는 잡았지만.. 뭔가 베게를 내 눈앞에서 치우면 안될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저기.. 무슨일이야?"

"아.. 저.. 그게... 내, 내가 옷 갈아입고 있었거든.. 그래서..."

강차영 한건 했다. 그렇게 막 들어가더니 쌤통이야 정말. 나는 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끼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하하.. 미안, 내가 노크라도 할걸 그랬네. 그럼 미안하고 안녕!"

탁-

"후아..."

나는 한 5분 정도 방문 앞에 있다가 노크를 했다.

똑똑-

".. 저기, 하양아? 나 이제 들어가도 돼?"

"...."

나는 하양이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 응, 이제 들어와.."

나는 괜히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핑크색 줄무늬 잠옷을 입고있는 하양을 보았다. 역시 뭘 입어도 어울린다니까.

"혹시 바닥에 까는 이불있어?"

".. 아니? 없는데.."

"아.. 어.."

침대에서 같이 자야할까? 아니, 하양이 허락해줄때까지 기다리자. 나는 그 생각에 하양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하양은 조금 고민을 하더니 천천히 말을 꺼내었다.

"혹시... 침대에서 같이 잘래..?"

"좋아."

"응..? 어.. 그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는지, 하양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하양을 앞서가 침대에 먼저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불안에 들어가서는 이불을 들추고 말했다.

"하양, 이리와."

"...."

하양은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생각하는 중일까, 아니면 지금 처럼 얼굴이 빨개져서는 부끄러운 걸까? 하양은 내게 천천히 걸어오더니 내 품에 안겼다. 안길줄은 몰랐는데. 나는 하양의 머리에서 나는 샴푸향을 느꼈고, 하양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겉과는 달리 하양의 심장은 빨리 뛰었다.

.

"...."

"....."

어둠속에서 정적이 흘렀다. 조금 오랜 정적이다.

".. 있잖아, 차영아."

"응?"

나는 갑자기 하양이 내 이름을 불러 놀라며 대답했다. 하양은 내가 대답을 하자 천천히 말했다.

"오늘.. 무슨일 있었어?"

"어떤 일? .. 아, 상처?"

".. 응."

"별거아냐, 그냥.. 좀 싸웠어, 언니랑.."

"언니가 너 괴롭혀?"

".. 아니."

괴롭힘당한다고 이야기할리가 없잖아. 그렇게 되면 하양이 나를 불쌍한 사람으로 볼텐데.

"그럼 오늘만 심하게 싸운거야?"

"응, 치고박고 싸웠어. 그래도 내가 이겼다? 잘했지?"

"...."

스윽-

하양이 내쪽으로 돌아섰다. 귓가에 하양의 콧김이 닿아 조금 간지러웠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 그래도 다치지 마.."

".. 알았어."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눈을 감았다.

"..."

조금은 마음이 아픈 느낌이었다.

(몇시간 전)

"....."

굉장히 고민했다. 내가 언니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지. 그때 그게 생각났다. 지난번 놀이공원을 갔을때. 바이킹을 무서워하던 하양이 그렇게 말했었다.

'한번 타볼래. 도전 해보고싶어.'

그것처럼 나도. 언니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전할 수 있을까?

"...."

그래서 지금 그것때문에 나는 멍청하게 현관문 앞에서 버티고 있다.

'이길 수 있을까?'

"....."

이길 수 있든 말든. 나는 단 한 순간의 패기로 현관문을 거칠게 열었다.

짝-

"...."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맞은 따귀. 이번에 나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는 언니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때리지마."

"뭐? 너가 늦은 거잖아."

그렇게 말하며 손을 휘두르는 언니.

탁-

나는 그 손을 내리쳤다.

"...."

이번에 언니는 많이 놀란듯 하다. 고분고분 자신의 말을 따르던 내가 반항을 하니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내 손은 언니의 뺨을 정확히 때렸고, 손바닥의 고통과 함께 언니는 옆으로 쓰러졌다.

'.. 이길 수 있었어.'

.

"...."

그후 내가 몇대를 때렸고 몇대를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겼다. 비록 도망치기는 했지만 알 수 있었다. 이걸로 언니의 간섭은 약해지겠지. 한번에 사라지는건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자기전에 한번 하양을 바라봤다. 커튼을 치지 않은 탓에 달빛이 하양을 비춰주었다. 나는 잠시 작게 속삭였다.

"고마워 하양아."

아마 내가 그렇게 용기를 낸건 하양 덕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자고있는 하양에게 작게나마 인사를 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