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인연스토리중 최고로 여기는 것은 아키랑 유리아가 뽑히는데, 나는 여기에 타샤 스토리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함.


사실 타샤 인연스토리에 대해서는 챈에서도 별로 언급되지 않고 딱히 인기가 많은건 아님.


하지만 내가 타샤 인연스토리를 배드, 노멀, 트루 전부 보니까, 타샤 인연스토리는 과소평가되었고 아키나 유리아 급으로 평가해야 할것같음.



대충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음.


1. 라리마의 암살자였던 타샤가 라리마의 명령대로 구원자를 습격하지만 사고로 기억을 잃은채 숲속 작은 집에서 구원자와 다시 만남


2. 다른 정령들은 라리마가 일부러 타샤가 구원자에게 접근하도록 수를 쓴건지 의심하지만 구원자는 갈곳 없고 기억도 없는 타샤를 차마 그냥 두지 못하고 동거하게 됨


3. 구원자는 타샤가 원래는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는걸 알고 돕고싶어하지만 타샤는 무의식적으로 암살자 시절의 본능이 깨어나 구원자를 공격하다 정신차리고 후회하는걸 반복함


4. 타샤는 자신이 구원자를 죽이려했고 이미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다는걸 믿기 싫어하지만 본능은 이미 암살자의 것이란걸 알아서 심적으로 갈등하며 점점 피폐해짐


5. 결국 타샤가 구원자를 진짜 살해할뻔하다 간신히 정신차리고 정신붕괴 직전까지 몰리자 구원자는 라리마를 찾아가 담판을 지어서 타샤를 해방하기로 함


6. 하지만 진실은 가혹했는데, 기억을 잃기 전 타샤는 구원자 살해 명령을 거부하고 은퇴를 요구했고 라리마는 의외로 그걸 허락하고 암살자 시절의 기억을 지워준채 풀어줬던 것(즉, 타샤가 구원자를 죽이려 한 것은 라리마 때문이 아니라 타샤 본인의 본능 때문으로 전부 자신의 업보였음)


7. 라리마는 완전히 마음이 무너진 타샤에게 기억을 완전히 봉인해서 과거를 망각할 것인지, 기억을 해방해서 자기 업보를 마주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제시함.


배드엔딩 - 결국 타샤는 자신의 업보를 마주하지 못하고 구원자와 쌓은 추억과 함께 자신의 과거 기억을 전부 없애버리고 홀로 숲속의 집에서 외톨이로 살게 됨


노멀엔딩 - 기억을 없애진 않지만 해방하지도 않고 현 상태에서 어떻게든 암살자의 본능을 강제로 억누르며 위태롭게 살지만 구원자를 위해서라도 버티며 살아감


트루엔딩 - 기억을 되살려 자신의 죄를 마주한 타샤는 정신적으로 크게 망가지지만 구원자가 계속 옆에 남아주며 지탱해주고 타샤는 그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죄를 갚으며 살기로 함



지금까지 나온 인연스토리랑 비교했을때 타샤의 인연스토리는 여러 면에서 차별화된 점이 많음.


다른 캐릭터들은 연애 이야기나 세계관 설정을 푸는 내용이 많았고 주제도 가볍고 밝은 경우가 대부분임.


하지만 타샤의 인연스토리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유지함.


게다가 구원자와 이어지는 과정을 비교해봐도, 다른 캐릭터들은 달달한 시추에이션이나(아키, 유리아 등) 코믹한 전개가 많고(다프네, 니니 등) 평소 이미지와 다른 갭모에를 보여주면서(클레르, 레베카 등) 매력을 보여줌.


반면 타샤와 구원자가 이어지는 과정은 오히려 시궁창이나 다름 없는 상황에서 무너져가는 히로인을 주인공이 어떻게든 지탱하려고 고생을 자처하는 등,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어떤 면에서는 현실의 삶에서 보여주는 어려움이 나타남.



이렇게 기존과는 다른 암울하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관련된 전개는 원래 호불호가 갈리지만, 타샤 스토리에서는 잘 보강된 연출로 주제의식이 잘 전달되고 유저들에게 타샤와 주인공의 처지에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게 함.


배드엔딩은 말할것도 없고 노멀엔딩에서는 잠시 유예기간이 주어졌을 뿐 시련은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트루엔딩에서조차 죄책감에 짓눌린채 방황하는 등, 타샤에게는 '완벽한 해피엔딩'이 주어지지 않음.


그렇다보니 타샤 트루엔딩은 모든 문제에서 해방되는 다른 캐릭터들의 해피엔딩과 달리 여전히 처절하게 어두운 현실에 맞서게 될 거라는 암시가 나오고 그 묘사가 대사 몇마디로 언급되는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상황을 보여줌.


타샤는 심적 고통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과다복용해 수면장애가 생겨 자신이 현실에 있는지 꿈을 꾸는건지도 구별하기 힘들어하며, 고통을 잊기 위해 알코올 중독까지 생기는데, 그런 자신에게 다시 상처받으면서도 끝까지 곁에 남아주는 구원자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사실상 죽지못해 살지만 구원자는 그녀도 언젠가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기로 함.


이렇듯 타샤의 인연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폐물'에 가까운 전개를 보이다보니 타샤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너무 굴리는거 아니냐며 반발할 수도 있음.


하지만 이런 결말은 오히려 타샤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더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함.


주인공과 히로인이 트루엔딩에서조차 해피엔딩을 얻지 못하는건 원래 많은 독자들이 반감을 가지겠지만, 작중 보여주는 타샤의 과거 죄업의 모습들을 통해 오히려 그런 불완전한 결말이 유저들 입장에서 스토리에 완성을 느끼게 함.


타샤가 해피엔딩을 얻지 못하는 것은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고, 그녀가 저지른 수많은 업보를 감안하면 오히려 타샤 인연스토리의 결말은 당연할 수밖에 없음. 


오히려 타샤에게 무작정 해피엔딩을 주겠다고 모든 심신의 고통이 사라지고 행복하게 하하호호 지내는 결말이 났다면 악역미화 논란이 벌어졌을거임.


여기에 주인공이 상황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노력하는 모습 덕에 상황에 몰입이 됨.

에버소울의 메인스토리에서 주인공이 상황에 휘말리기만 할 뿐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해서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 적다는 점이 지적받았음.


하지만 타샤 인연스토리에서는 주인공이 몇번이나 타샤에게 죽을뻔하면서도 원망 한마디 없이 끝까지 도와주고 라리마와 직접 담판까지 짓는 강단을 보여주고 앞으로도 그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살거라고 다짐함.


이렇게 주인공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호평받은 인연스토리가 있는데 바로 아키임.


아키 역시 역대 인연스토리 중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고, 구원자가 왜 구원자인지 잘 보여준다고 하는데, 타샤 스토리와 다른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음.


아키는 고난에 빠지게 된 것이 어디까지나 외부의 부조리한 악의(검귀) 때문이며 그녀의 탓이 아니기에 마지막에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지만, 타샤는 고난에 빠진것이 자신이 저질러온 살인 때문이었기에 그녀가 짊어져야할 책임이며 이는 마지막까지 완벽한 해피엔딩을 얻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됨.


그렇다보니 주인공의 히로인 구원 과정도 차이가 있는데, 아키의 경우는 그녀의 칼을 맞은 상태로 버티며 계약을 뒤집어씌워 해방하는 물리적인 활약을 하고, 타샤의 경우는 점점 무너져가는 그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주려는 모범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줌.


이렇게 보면 타샤 인연스토리는 다른 캐릭터들의 인지도에 비해 상당히 생각할 거리가 많다고 생각함.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키, 유리아와 함께 최고의 인연스토리 3대장에 올라야 할 것 같음.